저는 오늘부로 정액이 만료되었습니다. 다시 정액을 끊도록 하는 매력이 없었던지라, 결국 접게 되었네요.
테라라는 게임은... 제게 있어서는 꽤나 오랜만에 즐겼던 MMORPG 였습니다.

 

이 직전에 즐겼던 게임이 대항해시대 온라인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MMO는 거의 하질 않았네요.
오랜만에 접해본 MMORPG는 나름 신선해서 최근 흘러가는 트랜드라는 것도 다시금 생각하게 했습니다.
캐주얼함.. 다이나믹함.. 이라는 느낌으로 게임에 임했습니다.

 

사실, 테라라는 게임은 전통적인 방식의 MMORPG를 거의 전면적으로 부정하면서 개발이 진행된 느낌이 상당히 강했습니다.
논타겟팅... 이라는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제게는 새로운 게임이었습니다.

 

완전 방어, 완전 회피의 개념을 도입하고,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회피/방어가 실패하면 큰 데미지를 입는 방식..
간결함(혹은 가벼움)을 극도로 추구하여 마법/물리 관련 수식을 나누지 않은 방식.
캐스팅을 부정하고 차징과 모션만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중심의 시간 딜레이 스킬 설계...

 

창기사(탱커), 무사(딜러), 마법사(누커), 사제(힐러)를 전통적인 MMORPG의 직군으로 기본 베이스로 두고,
검투사(탱커), 광전사(누커), 궁수(딜러), 정령사(힐러)의 하이브리드 직업을 초기부터 배치한 직업군 설계 방식...

 


...그리고 결정적으로... 순수하게 밸런스만으로 여기까지 붕괴될 수 있구나... 하는 걸 보여준 거의 최초의 게임이었습니다.

 

...그래도 켈사이크 패치 이전까지는 그냥저냥 했었습니다만, 켈사이크를 보고난 뒤에는 암담하더군요.
논타겟팅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가장먼저 행해졌을 것으로 보이는 완전 회피/완전 방어 개념을 버리고...
켈사이크는 논타겟팅을 가장한 타겟팅 던전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 제 느낌입니다.
디버프를 갈아치우기 위해 '맞아야'하는 시스템의 던전...
다른 타겟팅 게임처럼 HP의 소모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던전...

'사제'라는 클래스를 주요 클래스로 하는 입장에서, 사제가 켈사이크에서 왜 좋은지를 뻔히 아는 상황이다보니...
미봉책으로 보여지는 저 던전 설계로는... 더더욱 게임에 대한 기대가 떨어져버렸다고나 할까요...
테라의 장점은 있습니다. 단점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은 장점이니까요.
(크리티컬 수식으로 인해서 밸런스는 이상하지만, 그 짜릿한 손맛이 있는 거라던지... 기타등등 기타등등... ㅋ)

 

그런데 최종 던전인 켈사이크에서 그 장점을 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의 게임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 라는 것을 배제하고, 그냥 '타켓팅'게임에서의 던전 설계를 가져온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논타겟팅 게임을 해오다가 켈사이크에서 타겟팅 게임을 하게되니, 신선하기는 하죠.
사제라는 클래스가 그래도 해당 던전에서 대우가 좋으니, 기분이 좋기도 합니다.

 

... 근데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켈사이크는 저렇게 설계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령사를 켈사이크 상급 던전에서 저런 식으로 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위 몇%라는 건 배제하도록 하죠. 이제 대부분 길드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배제하구요)
또한 사제를 상급 던전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버려지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해당 던전 한 개를 그저 떡밥으로 던진 느낌입니다만 ^^)


이 게임의 킬러 컨텐츠는 분명 이전에 (3개월쯤 전인가요?) 공개한 서버 대 서버 전투일겁니다.
근데 RVR 기반의 게임에서는 각 캐릭터의 전투 컨셉은 상당히 중요한 편인데.... 이 게임은 그게 없습니다.
내 직업군이 전투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의문에 대해서...
게임 자체가 워낙 심플하다보니... 탱, 딜, 힐... 그냥 직업 분류 명칭만큼밖에 할 게 없습니다.
그리고 각 분류에는 2개 이상의 직업이 들어가 있구요.
결국 효율이 좋은 클래스만 뭔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나 할까요.

 

... 안타깝습니다. 저도 SVS 업데이트까지는 해볼 요량이었습니다만...
더 이상은 버티질 못하는군요.

 

남아계시는 분들에게는 즐거운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할만한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들이 유저가 하나하나 떠나가는 것에 대해서 그 이유를 연구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