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녀석이 결국엔 떠났습니다. 소드맨을 여기 두고 클레릭으로...

 

팔랑귀에 유리멘탈인 친구지만

근성있고 정말 착한 친구입니다.

 

고등학교때부터 같이 게임 해 온 친구네요.

항상 저는 근딜, 그 친구는 사제를 했었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바람의나라에서는 도사,

아스가르드에서는 성직자,

메이플스토리에서는 비숍,

던파에서는 세인트를 하는

사제밖에 모르는 친구였죠.

 

이번에 트오세를 시작할때도

저는 언제나 그랬듯이 소드맨을 하기로 했고

그 친구도 언제나 그랬듯이 클레릭을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소드맨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이번엔 그냥 전사가 땡긴다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때는 친구는 회사일이 바빠 바로 시작하진 못했고,

저는 퇴근 후에 시간나는대로 혼자 했습니다.

그렇게 같이는 못하고 서로 어느정도 했다는거만 주고 받으며

따로따로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친구에게서 커세어로 전직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130인던에서 커세어가 돈을 많이 벌던 때였죠.

다음날 인던가서 돈 벌 생각을 하며 싱글벙글하던

친구 모습을 떠올리면 아직도 쓴웃음이 나는군요...

 

그리고 다음날...

 

인던 실버 드랍 하락... 깃발의 몰락... 커세어의 추락...

 

인벤에는 커세어가 죽었다는 글,

커세어 할 바엔 다른거 한다는 글이 쏟아졌고

친구는 하염없이 모니터만 쳐다봤습니다.

그는 새로 키운다했고

저는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친구의 심정은 당연히 이해가 됩니다.

회사일이 바빠 밤늦게 1~2시간

아니 1시간도 못할때도 있었을만큼

애지중지 애정을 쏟아가며 키웠는데

하필이면 다음날 빛을 볼려고 하자 어두컴컴하다면

당연히 누구라도 기운이 빠지겠죠.

 

그렇게 친구는 소드맨을 다시 키웠고

이번에는 요령도 생긴데다가 하3펠펜템을 해본다고 하더군요.

하하트리의 고유의 성장력과 여유로워진 시간으로

빠른 속도로 육성을 하였고,

그리고 어제, 패치 이후 첫 인던플레이를 했습니다.

 

 

갓동매칭...

 

새로워진 자동매칭은 단면적인 부분만 본다면

분명 좋은 패치임에는 확실합니다.

하지만 친구의 파티에는 힐러는 없었고

친구이외에는 펠타스타는 없었습니다.

파티원들은 당연하다듯이 몰이를 요구했고

그는 첫 인던플레이에 너무 설렜기에

당연하다듯이 몰이를 하며 플레이 했습니다.

 

물약은 쿨대로 먹고...

내구도는 쭉쭉 닳고...

파티원들은 너무 당연하다듯이 가만히 있고...

모닥불 하자는 친구를 무능력하게 보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 사람은 분명 탱킹 안해봤을겁니다.

그것도 힐러없는 탱킹을 말이죠...

 

친구의 멘탈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릴것만 같았습니다.

그래도 우려와는 다르게 한판을 더 해보더군요.

그러나.. 그 팟에도 힐러는 없었습니다.

도발을 당연하다듯이 요구하는 파티원들이 있을뿐...

 

그 판을 끝내고 담배피러 나가자는

친구의 표정에는 씁쓸함만 있었습니다.

비오는 집 앞 놀이터..

담배연기를 한 모금 내뱉더니

역시 하던대로 클레릭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나 그냥 하던대로 클레릭 할려고. X발 힐러없는 고기방패 못해먹겠다."

"그래,넌 힐러가 어울려... 그런데 아처 좋다던데 그거 하지 그러냐?"

"아니..나 같은 놈 안나왔으면 싶다... 힐을 해주고 싶어."

 

물론 중간 중간에 욕이 섞이긴 했지만

그의 진심은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그 날 오후, 빗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운 오후였습니다.

 

 

PS.대화에서 최대한 욕설을 걸러냈습니다.

     친구 멘탈이 터져서 욕설이 좀 많았지만

     그나마 순화 시켰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