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임을 결정할 독일 총선을 앞두고 후보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사회민주당(사민당·SPD) 후보 올라프 숄츠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켈이 이끄는 보수진영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제1당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독일 유고브의 설문조사 결과 현 집권 '대연정'에 소수파로 참여 중인 사민당의 지지율은 25%로 1위를 기록 중이다. 대연정 다수파인 기민·기사연합 지지율은 올해 초 40%에서 21%까지 떨어졌다. 지난 3일 독일 ZDF가 당적 상관 없이 인물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숄츠 사민당 후보가 53%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었다. 그 뒤를 기민당 아민 라셰트 후보(18%), 녹색당 아날레나 배어복 후보(14%)가 이었지만 지지율 격차는 상당하다.


















올해 62세인 숄츠 후보는 현 정부 재무장관이자 부총리다. 그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실용적이고 침착한 대처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지난해 7월 EU 차원의 7500억 유로(1010조원) 규모 경제회복 지원금을 놓고 프랑스와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 이를 통해 팬데믹으로 피해 입은 경제 주체들을 지원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가 이 일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건 바주카포"라며 "우리가 이 경제적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테이블 위에 이 무기를 올려놓고 보여줘야 한다"고 한 그의 발언은 그에게 '바주카포 맨'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독일 도이치벨레(DW)·영국 BBC 등은 숄츠 장관이 "위기의 고통에도 사회주의 뿌리를 통해 국가 복지를 관리하고 사회 결속을 위해 싸우는 등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노동부 장관, 함부르크 시장, 사민당 사무총장을 거치며 보여준 무던한 언변과 아첨 없는 모습 덕에 로봇 같다는 뜻의 '숄초마트(scholz + automat)'란 별칭도 얻었다. 이성적인 태도가 메르켈 총리를 떠올려 적합한 후임자라는 평가도 따른다.
















사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녹색당이나 좌파당(Die Linke)과 연정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사민당 지지층은 좌파당과의 연정을 반대하고 있다. 숄츠 후보와 사민당 측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유지파인데, 좌파당은 독일이 나토에서 탈퇴하고 러시아를 새로운 안보 협력체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좌파당과의 연계와는 별개로 '좌향좌' 사민당이 녹색당과 손 잡을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압도적인 과반 지지율을 얻는 당이 없기 때문에 다른 당과 연정해야 한다. 진보 성향의 사민당이 기민·기사연합과 느슨하게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녹색당과 손 잡을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 지지율은 16%다.


















녹색당의 연정 참여 가능성이 커진 배경엔 '환경'에 대한 독일인들의 우려가 있다. 독일 국내 3대 해결 과제 중 하나가 환경일 정도로 독일인들은 기후변화에 관심이 높다. 지난 8월 입소스 설문에서 독일은 EU 28개국 가운데 기후변화를 가장 우려하는 국가로 나타났다. 지난 7~8월 이례적인 홍수로 남부 지역에서 200명이 사망하는 등 기상 이변을 체험한 영향이 크다. 녹색당은 이런 분위기에 힘 입어 2030년 이후 '내연차 제로', 철도 노선 확대를 통한 '자동차 수 축소' 등의 강력한 아이디어를 밀고 있다. 이미 잘 닦여있는 자전거 도로를 소도시 깊숙이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26일 선거를 치르고 연방 정부를 구성하는 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당 2개만으로 과반을 차지할 수 없어 3당이 연정꾸려야 한다. 4년 전인 2017년 총선 당시에도 정부 구성까지 6개월이 걸렸다. 정부 구성 전까지는 지난 연방 정부가 관리인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