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인종 차별은 1964년 민권법 제정으로 공식적으로 없어졌다. 남부를 중심으로 학교 등 시설을 따로 써야 했던 미국은 첫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에 관한 언급은 금기처럼 돼 있다. 그렇다고 흑인과 백인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여기는 이는 별로 많지 않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큰 벽이 놓여 있다. 경제력 차이는 교육의 차별로 이어지고 빈부 격차는 대물림되면서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흑인과 백인이 따로 쓰던 버스 칸과 화장실 구분이 사라진 지 오래됐으나 흑인에 대한 불신과 편견은 미국 사회에 여전하다. 주요 도시는 백인들이 교외 변두리로 나가면서 흑인과 백인의 거주지역이 자연스럽게 구분되어 있다. 어느 미국인도 인종문제를 언급하길 꺼리지만 이는 애써 외면하는 것일 뿐이다.


 

지난해 2월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히스패닉계 백인 자경 대원 조지 지머먼(29)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트레이번 마틴(당시 17세)을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사건은 피해 의식이 강한 흑인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 7월 지머먼이 백인으로만 이뤄진 배심원단의 무죄평결로 풀려나면서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인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그동안 인종문제 언급을 삼간 오바마 대통령 발언은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적 편견을 잘 드러낸다. 그는 “나를 포함해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 누군가 따라붙는 걸 경험하지 않은 흑인은 없다. 거리를 걷다가 차문이 잠겨지는 소리를 듣지 않은 사람은 없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같이 탄 여성이 지갑을 움켜쥐는 걸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흑인의 범죄율이 높은 건 사실이다. 2011년 살인 사건 피해자의 절반 가까이 흑인이었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의 38%가 흑인이다. 미국 인구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4.2%(4450만명)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고 흑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사실상 비례한다는 점에서 흑인들의 경제력이 커지지 않는 이상 백인과 불평등성은 해소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