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오늘이 아버지 생신이네요....


바로 며칠전까지 아버지와 매일 퇴근후 제가 전화를 걸어 저녁식사를 같이했고..

오랜 간 질환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운전을 직접하시고 집안행사를 대부분 도맡아하시던 분인데..


두통이 있다고 하시더니 병원에 가신 후 뇌수술받고 못깨어나시고 가셨습니다..


아직은 실감이 안나고..

한 며칠동안 정말 시도때도 없이 운거같네요..

세상이 너무나 허망하게 느껴지고 감정이 감당이 안되더군요. 정말 너무나 미친듯이 보고싶고..


특히 뇌수술받기 하루전 섬망으로 인해..

멀쩡하시던 분이 하루아침에 치매 환자처럼 물에 집착하시고.. 

수술 하루전날이라 물을 드시면안되는데 말씀드려도 받아들이지못하고 1~3분에 한번씩 물달라. 물떠올게. 물사오자 하시면서.. 자꾸 병실밖으로 나가려고. 밤새도록 그러시는걸 말리느라 물 못드린게 한이네요.
(딱 한번 제가 아버지를 껴안고 서로 껴안은채로 자는척할때만 저를 위해 30분 가까이 참고 버티시더군요)

나중에는 결국 간호사의 권유로 아버지의 몸을 묶어드렸는데..
밤새 저를 쳐다보고 제 이름을 부르며 이것좀 풀어달라고 하시던게 선하고 나중엔 정신이 잃을 지경이 되도록 몸을 일으키려고 할때 그때 물 못 드리고 못 풀어드린게 너무나 죄송하고 후회스럽습니다.


돌아가시고나서..

이전부터 아버지가 간이 안좋으셔서 언젠가 돌아가시지않을까..

내심 각오는 했었지만 너무도 갑자기 이렇게 떠나시고 그냥 내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 돌아가신 나흘째 되던 날까지 시도때도없이 눈물나오고 울었는데..


사람 마음이 참 웃긴게 나흘째되던 날 새벽에 자다가..
꿈에서 아버지 목소리로 너무나 생생하게 "내가 와야 괜찮을거같아서 왔다"라는 목소리를 듣는데..


이게 들으면서 꿈이라는걸 알면서도 굉장히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 후로는 놀랄정도로 마음이 진정됐고 저 자신보다 평소에는 눈물 안보이시던 어머니가 걱정되서 신경을 더 많이 썼던거같아요.


그리고 전에 인터넷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기전에 꼭 동영상을 찍어두시라는 글이 보여서 작년 이맘때쯤에 짧게 아버지 영상을 남겼는데 이게 정말 평생에 제가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인거 같아요.


여러분들도 부모님과 영상 찍어두시면 참 좋을거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