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유머탭 했으니 유머짤 하나 박고 시작하겠습니다.

맨 밑에 세줄 요약 있으니 바쁘신 분은 그것만 봐주셔도 됩니다.



1.

다름 아닌 '독서'에 관해 궁금한 게 생겨서 

인생 선배님들한테 질문을 드리고 싶어 연휴 마지막 날 긴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독서광은 아니지만 운동은 신체의 양식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신조를 지니고

연 15권은 읽자는 일념으로 2n 년을 살아왔습니다. 작년에는 16권 읽고, 올해는 지금까지 13권째 읽고 있습니다.

물론 못 지킨 해도 있습니다.

저는 운동을 싫어하는데 허리통증, 지방간 등의 건강 문제 때문에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3대 300 겨우 칠 수 있고, 마라톤 10km 한시간 안쪽으로 끊습니다)

책 읽는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뇌 활성화, 지식확장, 마음 안정시키기 등의 이유로 꾸준히 독서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제 디지털북 책장에서 일부를 캡쳐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장르, 국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여러 책을 읽었습니다.


2.

제가 궁금한 것은

'독서가 정말 마음의 양식이 되고 인생 사는 데 도움이 되는가?' 입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며칠 전 아시안게임에서의 페이커 인터뷰 때문이었습니다.




이 인터뷰를 보고 머리가 조금 띵 했습니다.

본인 분야에선 탑이지만 아직 사회 전체에선 어리다고 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저런 멘트를 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물론 단순히 인간 이상혁이 말발이 좋아서 저렇게 순간적으로 답변한 걸 수도 있겠지만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다는 짤이나 주변인 인증을 많이 봐와서 '저건 독서로 얻어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저는 대학교/회사 pt처럼 준비시간이 철저하게 주어지는 것에서는 발표나 질의응답을 아주 잘합니다.

하지만 인터뷰처럼 순발력을 요구하는 것에서는 벙어리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말을 못합니다.

페이커의 저 인터뷰를 보니, 과연 내가 이제까지 읽어온 책들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었는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책 읽으면 좋은점' 이라고 검색하면

아는게 많아진다
생각이 깊어진다
사고력이 확장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
글을 잘 쓰게 해준다
어휘력/기억력이 는다

이정도가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중에서 공감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독서할 때 손으로 요약 적어가며 읽고, 다 읽으면 짧게나마 감상문도 적어둡니다.

그래서 책에 대한 평론 같은 걸 하는 수준은 안 돼도 최근에 읽은 책이라면

'아 A책은 이런 내용이었지', ' B 책 읽으니까 ㅇㅇ한 느낌이 드는군' 정도의 감상은 나옵니다.

그런데, 페이커 인터뷰 얘길 잠깐 다시 하자면, 

저는 스크롤을 내리기 전까지 저 장점들이 하나도 적용되지 않고 단순히

'스포츠 맞지. 장기 바둑 이런 것도 스포츠라고 하잖아' 정도의 1차원적인 생각만 했습니다.
(페이커는 2,4,6번이 패시브 스킬처럼 빠르게 적용돼서 저런 답변을 할 수 있었을 것라 생각됩니다.)


특히 '아는 게 많아진다' 는, 제가 맨 위에 지식확장을 적기는 했지만, 아는게 많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책 목록 스샷중에 논어, 동물행동학, 기부의 역사 등등 읽은 지 오래된 대부분의 책들은

감상문을 보면 생각이 나지만 당장은 아무 기억도 안 납니다.

또, 글을 잘 쓰게 해준다. 지금 제 글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닙니다.
(웃기게도 2n 째 매일 a4용지 절반 분량의 일기도 써왔습니다. 책장 두 줄이 일기장입니다.)




4.

페이커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다 보니

정말 책을 읽는 게 도움이 되는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수많은 낙법 연습을 하면 위급상황 시 무의식적으로 발동되는 것처럼

꾸준히 독서한 것들이 제가 모르는 사이에 도움이 된 상황도 있긴 했겠죠. 

그런데 그것이 발동되기 전, 발동될 때, 심지어 발동되고 나서 그 사실을 모르면 

과연 그게 쓸모 있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의 이런 생각들에 더불어서, 독서가 정말 도움이 되는 게 맞는지 

책 좋아하시는 인생 선배님들의 고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세 줄 요약
- 본인은 책을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임
- 근데 최근 페이커 인터뷰 보고 책 읽어도 '될놈될 안될놈안될' 생각이 들었음
- 독서에 대해서 인생 선배님들의 고견이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