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해킹'이라고 하는데, 전 자꾸 고개가 갸우뚱해지더라고요. 거의 3년 가까이 시스템이 뚫려 있었고, 가장 기본적인 개인정보 암호화도 안 되어 있었다고 하잖아요. 심지어 누가 드나들었는지 볼 수 있는 기록조차 없고요. 이걸 외부 공격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 문제일까요. 어쩌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참 아이러니한 게, 우리 정보를 대하는 태도예요. 기업은 우리 정보를 이용해서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며 수익을 내잖아요. 그들에게는 분명 소중한 자산일 텐데요.

그런데 막상 자신들의 과실로 그 정보가 유출되니, 직접적인 금전 피해가 없으면 가치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좀 앞뒤가 안 맞는 말 같아요. 유출로 인해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이나 앞으로 감수해야 할 잠재적인 위험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러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사과하는 걸 보고 확실해졌어요. 아, 이건 SK텔레콤이란 회사를 넘어, 그룹 전체가 책임져야 할 일이구나 하고요.

최종 책임자가 그룹 회장이라면, 문제 해결도 그룹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왜 보상이나 지원 얘기만 나오면 SK텔레콤이라는 틀 안에 자꾸 가두려고 하는 걸까요. 그룹이 가진 역량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위약금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계약의 기본은 신뢰인데, 그 신뢰를 기업이 먼저 깼잖아요. 그런데 떠나려는 고객에게 위약금을 이야기하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그룹 차원에서 먼저 나서서 믿어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위약금은 저희의 책임이니 걱정 마십시오 라고 해주는 게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일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