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 5000판 정도 탄 유저입니다.
승률도 보통이고 레이팅도 보통입니다.

승률과 레이팅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야 물론 있죠.
하지만 늘 그렇듯이 삶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놓아야 하는 겁니다.

승률과 레이팅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정석을 찾게 됩니다.
정석을 고집하면 다양한 플레이를 시도하지 않고 경직된 자세로 게임하게 됩니다.
그러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되려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죠.

그런데 왜 게임을 하는 겁니까?

승률과 레이팅, 겨우 이 2가지 기준에 자기시간을 다른 누군가로 부터 평가받기 위해 게임을 합니까?

아니죠.

승률과 레이팅은 내가 얼마나 게임 내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에 관한 척도일 뿐, 내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척도가 아닙니다. 본인 마음부터 찬찬히 들여다 보세요.

게임을 하면서 자주 분노를 느낀다면, 그게 바로 게임을 즐기고 있지 않다는 명백한 자가 신호입니다.

특히 상대가 못한다고, 떡볶이니 지갑전사니 이러면서 비난하는 분들...
저 또한 고백하자면 그런 경우가 자주 있지만...

분명히 잘못된 겁니다.

타인에 대한 윤리적 측면 뿐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충족적 측면이 잘못된 거라구요.


한국사회가 참 이상해서, 학교는 성적으로 평가당하고 사회에선 실적으로 평가당하고 결국 돈으로 수렴합니다.

세월호 같은 사건이 한국사회의 돈에 대한 탐욕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지만, 아무튼 학업과 직업 모두 일이고 이것은 분명히 결과에 대한 목적을 갖고 하는 활동이기에 그렇다 치죠.

그런데 월탱이 일입니까?

게시판을 보면 레이팅을 높게 나오지 않아 자학하는 글들로 넘쳐납니다.
학교 성적이 높지 않아 스트레스 받으면서, 실적이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 받으면서 겨우 그거 풀자고 게임하는 사람들 많죠? 그런데 왜 레이팅 관련 논란이 팁과 노하우 게시판 까지 나오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렇게 일원화 된 평가기준으로 타인의 놀이를 한마디로 떡볶이니, 지갑전사니 평가하면서 타인의 삶을 모욕하고 싶다면, 자기 자신부터 게임 따위 접고 열심히 돈이나 버셔야 하지 않습니까?

제 스스로 평가하기를 돈 벌기는 글렀고 그를 대체할만한 수단을 통해 인정욕구나 우월감이나 충족시키자, 그래서 게임하고 있다면 많은 것을 잃겠죠.


제가 지금 월탱이란 게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과거에 이 게임에 처음 입문하던 제 자신에 대해 조언해준다면 그것은 레이팅에 관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하다보면 결국 스스로 다 깨우치게 되어 있는 걸 왜 그리 안달복달 하는지...
그리고 다 깨우치게 되었다면 그뒤로는 반복 숙달의 과정이 기다립니다.

사실 그쯤되면 놀이의 경지는 아니게 됩니다.
프로게이머 될 것도 아닌데 왜 게임을 반복숙달합니까.
반복숙달하는 과정조차 재미를 느낀다면 게임 외적인 뭔가를 추구하는 겁니다.

그게 뭐가 될지는 자기 스스로 정합니다.

그 때는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의해 자아가 형성된다고 봐야겠죠.

5000판을 탄 제가 뉴비로 입문하는 사람에게 가장 해주고픈 말 단 한가지.

전차를 팔지말고 대신 차고를 늘려라.

조언을 두 가지로 늘린다면?

프리미엄 계정을 끊으라.

세가지로 사족을 붙이면?

승무원을 계속 옮겨 태우지 마라.


이 정도 입니다.


책을 읽으면 한 번 읽을 때와 두 번 읽을 때 느낌이 다릅니다.
탱크도 같아요. 이제 100판 탄 사람의 느낌과 만판 탄 사람의 느낌은 같은 탱크라도 전혀 달라요.
게다가 버프 너프 항상 있죠? 그 때마다 팔았던 탱크 다시 사고 승무원 다시 뽑고...
그리고 사람 마음이 항상 OP탱만 찾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가끔은 보노가 그립고...

어떤 탱크든 샀다 팔면 50%크레딧 밖에 못 건집니다. 어차피 팔건데 달아높은 이큅도 10골드가 아까워서 파기시킵니다. 당연히 크레딧 부족합니다. 이큅은 1골드당 5만 크레딧으로 손실을 보는 건데... 현질하면 1골드당 400크레딧입니다.

게다가 크레딧 보너스를 주는 각종 경험치 조건 이벤트는 차고가 많을수록 별때기 할 횟수가 증가하므로 현격히 쉬워지는데 차고가 없으면 이걸 다 놓치거나 시간소모가 격심해집니다. 저는 차고가 150개 이상입니다. 당연히 문어발 유져고 KV220이벤트는 별때기만 해서 끝냈습니다.

차고 한 개에 150골드, 돈으로 따지면 800원 가량입니다. 지하철 1구간 1050원. 어떤가요?
 

승무원은 재교육을 하면 100%숙련기준 4만의 숙련도가 날아갑니다.
한 승무원을 1티어부터 10티어까지 꼬박꼬박 재훈련한다고 가정하면 40만의 경험치, 5티어까지 생략하고 간다고 해도 24만의 경험치입니다. 4만의 경험치? 역시 75% 숙련도 기준 9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24만의 경험치면 75%숙련도 전차장 기준 충분히 육감달고 2스킬 개방까지 가능합니다.

7스킬 승무원 만들겠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전혀 비판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제 생각엔 1종의 전차에 7스킬 승무원 1명을 갖느니, 2종의 전차에 6스킬 승무원 2명이 낫다고 봅니다. 4종의 전차에 5스킬... 8종의 전차에 4스킬... 같은 이치로 64종의 전차에 1스킬 승무원 64명 갖는게 낫다고 보고요. 다양하게 즐기시는 건 어때요?


프리미엄 계정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전차 수리비, 포탄 값등은 고정지출인데 매출은 1.5배 증가. 그럼 순익은 2배에서 3배까지 증가합니다.


승무원을 바꿔 태우지 말라는 건 차고 설명할 때 경험치 얘기하면서 말씀드렸습니다만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월드 오브 탱크 게임이 각별한 이유 중에 하나는 디테일한 전적창입니다. 단지 승률과 레이팅만 보는 게 아니라 각 전차별 기록이 다 나오죠. 전차별 기록만 있는 게 아니라 승무원도 참전 회수와 습득 훈장 기록이 다 있습니다. 자꾸 바꾸고 승무원을 섞고 그러면 이 기록이 다 뒤죽박죽이 됩니다. 저는 그래서 안 바꿉니다. 단지 프리미엄 탱크만 다른 1종의 일반탱크와 짝을 지어 태우고요.

가끔 전적창을 보면서 스스로 흐뭇해 하곤 하는데 이게 그냥 자뻑이기만 할까요? 아니면 제가 제 방식대로 만든 재미일까요?

자기 방식대로 (삶을) 즐기십시오.

한 두가지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게 되면 그저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내가 되어버립니다.
어떤 의미에선 자기 자신이 그렇게 사라지는 거죠.

자기 느낌을 믿고 살아야 합니다. (물론 저도 제 말처럼 자유롭게 살고 있진 못합니다.)

그럼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