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앞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 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이것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문학춘추> 1965년


이그. 인벤 측에서 사과문까지 올리고 심지어 해당 인원 감봉에 해고까지 했더만, 뭐가 부족해서 지랄들인가?

메갈이라고 해서 해고한다는 자체도 노동권 침해, 부당해고의 소지를 놓고 논란이 될 가능성 충분한데.

니들이 SNS에서 메갈의 소지가 있는 년놈의 계정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적 정보를 탈탈 털어서 어디에서 일하는 것 같다고 퍼트리는 일 또한 사생활 침해로 간주될 가능성 충분하고.



메갈이 메갈 짓하며 떠드는 것에 대해서 그 년들은 그리 떠드나 보다 하고 지나가면 그만인 것을 그걸 굳이 뒤져가지고

현실의 아무개가 어디서 일하고 있는데 걔가 메갈인 것 같다고 까버리는 것을 무슨 공적인 폭로인 양 생각하는 모양인데.

한남 한남충 이란 단어 늘어놓는 개년들 나도 좋아하지 않지만 그 말 자체는 딱 고 정도의 욕설일 뿐.

김여사 김치녀란 단어의 일탈 밖엔 의미하는 게 없을 뿐.

누군가 니가 쓰는 계정에 몇 몇 노출사진 따와가지고 니가 누군지 알아낸 다음, 사회 미풍양속 저해하고 있으니 너 짤라라 그러면 자숙하겠다 수긍할 건지?

몇 마디 도발당했다고 눈깔이 뒤집혀서 메갈 뒤져서 잡을 생각만 골몰해서 큰 그림엔 아예 관심도 없는 멍청이들 보니 진짜 한심하다.



김기춘을 사외이사로 임명한 농심라면 잘 사 먹을거고,

공군 활주로 3도 틀고 롯데 타워가 지어져도 롯데 백화점 잘 다닐거고,

급발진 의혹 사고 발생해도 차값이 싸니깐 현기차 살거고,

사원 캐비넷에서 전태일 평전 나왔다고 비정규직 전원 해고한 이마트 홈플러스 가까우니까 괜찮고,

삼성 반도체 백혈병으로 사람 죽어나가도 메모리는 삼성이 안정적으로 좋고,

갑질 횡포 대한항공 항공권은 스튜어디스 이쁘니깐 걍 사고,

자주포 폭발로 입원하나 병원 치료비도 없는데 전역하라는 국방부는 내 아픈 거 아니니 신경쓸 거 없고.




그런데 말 몇 마디, 와우 캐릭터 가지고 뭐 어쩌고 입 털었던 사원 한 명 있다고 인벤을 떠나겠다?

아니 왜 한국은 안 떠나고 있냐?

일부 남자들 꼴통 짓 때문에 한남 임신 안하겠다 되지도 않을 선언하는 애들이 너그들하고 감정회로가 얼마나 다를 것 같냐?





가만 있으면 호구?

이거 하나 가지고 벌떼마냥 달려드는 인간들이 깡통인거지. 머리 빈 거 인증하냐.

시 한 줄이나 읽고 머리들 식혀라. 까불거리지들 말고.

아니면 메갈이 원하는 대로 스스로 디씨 인사이드 마이너 게시판 안으로 기어들어가 밖으로 안 나오고 웅크려 있던가.

이게 무슨 남자새끼들인지, 계집애들인지 가끔 헷갈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