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하게 이번 정권 들어서 자주 들리는 이야기지. 종북좌파.

뭐 수구꼴통에 대응하는 단어인 것 같기도 하고(나의 4글자 라임을 받아라!)

정사충을 비롯한 '저편'의 인물들이 하루에 3번 이상 반드시 복창해주는 말이기도 해.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용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남발하는 녀석들이 눈에 많이 밟힌단 말이지.

그런 관계로 한번쯤은 용어 정리를 해봤으면 좋겠어.


분명히 말하지만 근래 온오프라인을 통틀어서 좌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건 사실이야.

뭐 이 추세는 90년대 후반부터 이미 있었으니까 2011년 기준으로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

일단 박/전/노의 군부정치가 끝나면서 사람들이 잡혀갈 걱정 없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와중에 정권도 한번 교체되면서 일반인들이 기존의 '상식'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접할 기회가 많이 늘었어.

해서 경제발전과 성장을 중시하는 기존의 '우파'와는 다른,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많아졌지.

뭐, 경제 규모의 급격한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의 분배가 미흡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고.


하지만 이것과 '종북'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

종북이란 북한을 따른다, 라는 의미지.

즉 종북주의자라 함은 북한이라는 나라의 방식이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그 사상과 체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좀 극단적으로 나가면 북한의 체제를 메인으로 한 한반도의 통일(그 유명한 적화통일)까지도 긍정하는 자일 터인데.

자, 이런 녀석을 본 적이 있나? 이 게시판은 물론이고, 인벤 전체에서? 나아가 다른 사이트에서라도?

물론 찾아보면 북한에 원조를 제공하는 '햇볕정책'을 긍정하는 녀석 정도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고,

좀 노력하다보면 북한의 체제가 붕괴해서는 곤란하다, 라고 얘기하는 녀석도 찾을 수 있을 터이다마는.

한번 생각해보자구. 이러한 녀석들이 과연 '종북주의자'라는 정의와 조건에 부합하나?

아니지. 이들은 북한의 붕괴가 이 나라에, 그리고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두려워할 뿐이야.

이들 중 북한의 체제가 올바르며, 북한의 정치 및 행정에 본받을만한 점이 많다고 말하는 녀석이 있나? 없지.


애당초 북한은 지구의 최빈국 중 하나. 그것도 남한보다 좋은 조건에서 시작해서 거기까지 말아먹은 케이스다.

정치체제는 완벽하다시피한 일당독재이며, 심지어 그 수장 자리는 왕정과도 비슷한 형태로 한 집안이 해먹고 있지.

여기서 북한의 체제를 '사회주의' 내지는 '공산주의'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사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딱 '민주주의'적인만큼 '사회주의'적인 나라지.

(쉽게 말하자면 x도 민주적이지도, 사회주의적이지도 않다는 얘기다마는)

국제적으로는 산업이 자국의 국민들을 도저히 지탱하질 못해서 우방도 뭣도 아닌 나라들에게까지 식량을 구걸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니 이젠 있을지 어떨지도 모르는 핵을 흔들면서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민폐국. 이게 북한이다.


정말 심하게 미치지 않고서야 이 나라에 종북주의자는 없어. 일반인은 물론이고, 심지어 정치인 중에도 없어.

예전에 민노당 이정희가 김정은 관련 문제로 까인 적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이정희는 김정은을 긍정했을까?

아니 전혀. 그냥 노코멘트했어. 노코멘트했다는 이유 하나로 알바들한테 종북으로 몰려서 한참동안 까였지.

북한을 욕하지 않으면 종북이라는게 알바들의 논지인 듯 한데 실로 우스운 얘기지.

그렇게 따지면 난 논게에서 직접적으로 가카를 깐 적이 없으니 MB 지지자가 되겠군? 맞나?


어째서 알바들은 이런 비합리, 비상식적인 주장을 펼치며, 어째서 그러한 비합리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건 이미지 때문이지. 북한과 남한의 관계는 좋지 않은 의미로 각별해.

50년 전에는 전면 전쟁으로 맞붙었고, 그 이후에도 근 반세기동안 냉전체제의 최전선으로 적대관계를 유지해왔지.

그런 관계로(+ 높으신 분들의 정권유지 목적으로) 국민의 대다수는 북한에 대한 다분히 감정적인 교육을 받아왔어.

'북한'이라고 하면 일단 '악'이 떠오르고, 그 외에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연쇄적으로 연상될 정도로.

이러한 이미지를 우익 중에서도 일부 질 나쁜 녀석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거지.

정적을 종북주의자로 몰아 북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정적의 정치적 이미지에 뒤집어씌운다.

단지 그것뿐인 심플하고도 저열한 전략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두 나라의 특성 덕에 꽤나 잘 먹혀.


....뭐 그렇지만 여기는 그래도 명색이 논게지.

저런 레벨의 수작에 넘어가서야 어디 가서 나 논쟁 해봤어요, 말이라도 꺼낼 수 있겠냐.

그러니 종북좌파가 어쩌고 하는 개소리는 듣지도 말고, 하지도 말자.

애당초 논게에 종북좌파는 없어. 단 한명도. 좌익이라고 볼 수 있는 녀석들도 종북주의자가 아니야.

정 누군가를 종북주의자로 매도하고 싶으면 하다못해 그녀석이 북한을 찬양한 스샷이라도 하나 가져오든가.

쉽지 않을거야 마마. 내 지금껏 인터넷에서 북한이랑 여성부 좋아하는 녀석은 본 적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