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보다 강력한 특성 제한을 걸더라도 하나의 특성을 선택하면 좀 더 퓨어 클래스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는 하이브리드가 가지고 있는 부가적인 보너스(축복과 같은 버프나 정신자극, 토템과 힐링 등등)를 제한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히려 궁극적으로 게임 전체와 하이브리드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하게 된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와우라는 게임에는 실제로 하이브리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헛소리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라고 불리는 클래스를 제대로 키워보지 않은 대다수 사람들은 더욱 이해를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가 주캐이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키워본 사람들은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하이브리드는 여러가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부분 한가지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한다. 다재다능이라는 껍데기로 보장된 반쪽짜리 클래스라는 의미다. 물론 몇몇 선구자적인 사람들은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주지만 그것에는 조건이 붙는다. 바로 시간의 투자.

영역을 조금 확장해서 어느 클래스던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지 특성만이 아니다. 제 아무리 방특 특성을 타고 인던 경험이 풍부한 센스 넘치는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양손검을 들고 치타셋으로 무장한 채 영웅인던의 탱킹을 할 순 없다. 특성에는 특성에 맞는 장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전사와 사제는 그런 이유로 두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드루이드와 기사는 세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논리적인 측면이 아닌 현실적인 측면에서 하이브리드를 키우는 클래스는 어느 한가지 측면에서만 시간을 투자하기 마련이다.

또한 설령 두배, 세배의 노력을 기울여 아이템을 맞춰놓는다 하더라도 특성의 제약으로 주특성이 아닌 아이템으로 커버되는 능력은 본래의 끽해야 50%를 넘지 못한다. 이것은 결정적으로 긴박한 상황에서 능력 발휘가 불가능한 것은 전투중에 무기를 제외한 아이템 교체가 되지 않는 데 있다. (드루이드를 보아라. 위급한 순간에 표범에서 곰으로 돌아와 탱킹을 한다? 치타셋으로 무장한 드루이드가 영던이나 카라잔. 혹은 25인 인던에서 몇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기사가 정방으로 순간 어그로를 끌고 무적을 켠다고 해서 과연 힐러들을 보호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다. 하이브리드가 정말로 하이브리드처럼 행동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미리 준비된' 상황이 아닌 정말로 필요한 상황에서의 다재다능함을 발휘할 수 있는 클래스는 와우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리 준비된 상황이라면 굳이 하이브리드가 필요 없다. 구간구간 힐이 필요하고 딜이 필요하다고 반박할 것인가? 신성 사제와 암흑 사제 둘을 데려가면 되지 않는가? 사제 둘이라는 조합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기사나 드루이드, 주술사를 합류시키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하이브리드를 플레이 하고 있는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두개 이상의 클래스를 따로따로 하고 있을 뿐이다.

두번째, 하이브리드의 상향은 전체 클래스의 상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이브리드를 정말로 하이브리드답게 상향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타클래스와의 형평성 문제는 접어두고 와우의 PVE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기사를 예로 들자. 딜과 힐이 '동시에' 된다고 가정해보자. (징벌기사의 뎀딜? 뎀딜을 위해 마나를 소모하면 힐이 안되고 딜 자체도 일반 딜러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흔히 말하는 5인 파티는 더 이상 5인 파티가 아니다. 6인 파티도 아니다. 6+1의 파티가 되버린다. 순수한 딜러로 1, 순수한 힐러로 1, 그리고 하이브리드의 버프로 인한 시너지 효과로 1.

이번 패치도 그렇지만 언제나 패치 내용을 보면 하이브리드의 너프는 궁극적으로 그 캐릭터 자체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타클래스와의 시너지를 줄이는 방향이었다.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혼자서는 1이 아닌 0.7(~0.9)인 하이브리드가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둘이 되면 2.1+ 셋이 되면 3.3+ 이 된다. (이를 부정할 수 있는가? 심지어 하이브리드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블리자드는 컨덴츠 소모 속도에 겁을 집어 먹고 이러한 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하이브리드의 너프를 계속적으로 단행하고 있다. 문제는 하나를 빼앗으면 하나를 줘야 하는데 하이브리드의 현재 디자인 구조는 어느 것 하나라도 줄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너프만 계속되는 것이다.

이런 두가지 이유로 나는 하이브리드의 퓨어화를 주장한다.

일반적인 딜러들은 퓨어화라고 해서 무언가 거창한 것처럼 혹은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처럼 호들갑떨지만 이건 그런 의미의 전문화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특성에 더 큰 제약을 둠으로써 이른 바 '폐인'들의 다재다능을 제약하면서도 최소한의 요건(버프와 가장 그 클래스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을 발휘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특성을 투자하지 않으면 힐 자체가 안되게끔 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전에도 말했지만 드루라면 변신 쿨을 분단위로 조절하면 퓨어클래스들이 걱정하는 '사기'클래스는 나오지 않는다)

하이브리드가 많을수록 컨덴츠 소모가 빨라진다는 것은 오해다. 일정 조건만 갖춰지면 시너지의 대상이 되는 퓨어클래스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일정 조건에 달하는 하이브리드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들이 귀족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 숫자가 늘어나 반쪽 하이브리드에서 탈출해 준퓨어클래스화 되더라도 퓨어들의 필요한 자리는 늘 그대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