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에는 데몬즈소울 영업판매원(?)들이 있습니다.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데몬즈소울을 PS3에 꽂으면 다른 게임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애초에 인벤 기자들이 PS3를 함께 지르면서 나눴던 이야기는 이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들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니 ‘각자 다른 타이틀을 구입해서 서로 돌려가며 해보자’였으니까요. 그러나 가장 먼저 데몬즈소울을 구입했던 T모 팀장은 한 명씩 한 명씩 기자들을 악마의 게임으로 끌어들였습니다.


T팀장 : 데몬즈소울의 온라인 시스템은 굉장히 참신하고 매력적이야, 게임 기자라면 당연히 이런 시스템을 알아야 하고 이런 게임은 꼭 해봐야 한다니까.


결국 기자 한 명이 데몬즈 소울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둘이서 사내 영업을 시작합니다.


N기자 : 그렇게 어려웠는데 4-1에 가서 ‘달의 팔시온’을 구했더니 세상이 달라보여요.
T팀장 : 고작 달의 팔시온에 그렇게 감동하다니.. 고기칼을 안써봤으면 말을 하지마. 쯧쯧. 일단 고기칼을 만들어보면 이건 또 다른 게임이 된다니까.



옆에서 말만 듣던 V기자도 참다 참다 질렀습니다. 이제는 세 명이 영업을 시작합니다. 이제는 제 차례인 것 같습니다.


V기자 : 1-2까지는 깼는데 1-3은 어떻게 가는 거에요? 못 들어가던데..
N기자 : 아 그건 말이죠.. 잠깐, 그런데 엔터님은 아직도 안 샀어요?
T팀장 : 아니 이건 뭐 말이 통해야지..
본인 : “-_-;; ……”



그리고 그렇게 데몬즈소울을 구입했습니다. ‘재미만 없어봐라’를 되새기며 포장을 뜯어 PS3에 게임 타이틀을 넣었습니다.


….


그 후로 한 달이 지났고 여전히 PS3에는 데몬즈소울이 꽂혀 있습니다.
제 손은 PS3 패드를 굳게 잡고 있고, 다른 게임들에는 먼지가 쌓여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나름대로의 삽질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을 수 없었던 게임. 인벤 기자들을 악마의 영혼(Demon's Souls)에 사로잡히게 만든 게임. 아래는 악마의 영혼에 사로잡혀 구천을 방황하다 좌절하고 울부짖은 인벤 기자들의 처절한 에피소드 중 한토막입니다.






그롬셋을 입고 굴러다닐테야. 캐삭의 추억 by 엔터


사실 기자는 게임을 하면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보면서 게임을 즐기는 편인데, 데몬즈소울은 그동안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왔던 다른 기자들의 사탕발림으로 얻은 정보들 때문에 따로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1-1 스테이지를 깨면 4-1에 가서 달의 팔시온을 어떻게든 먹어.
그리고 2-1, 2-2를 깨고 고기칼을 만드는 순간부터 데몬즈소울은 시작되는거야.'


처음 데몬즈소울을 시작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컨트롤이 이렇게 허접했나?'


너덜너덜한 뼈다귀 해골 몬스터가 휘두르는 어설픈 공격에도 아차하면 눕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1을 클리어하고 달의 팔시온을 얻기 위해 찾아간 4-1 지역, 이곳에서 등장하는 멋들어진 해골 녀석들은 무려 ‘롤링어택’을 사용합니다. 수십번을 죽으며 컨트롤을 익히는 관문이 되는 곳이랄까요.







[ 초보들에게 컨트롤 실력을 올려주는 롤링해골, 처음엔 정말 무서워요. ]




결국 적절한 타이밍에 구르기와 방패 방어, 타겟 고정, 타이밍을 생각하고 공격, 대상과의 거리 조절이 자연스럽게 연습이 됩니다. 캐릭터가 레벨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컨트롤이 레벨업이 되는 셈입니다.


그렇게 힘겹게 달의 팔시온을 먹고 확연히 강해진 내 캐릭터를 보고 뿌듯해 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초반 무기일 뿐.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고 그 유명한 고기칼을 만들게 됩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만든 고기칼을 처음으로 착용했을 때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릅니다.





[ 저 무식한 칼이 고기칼입니다. 아, 전 여캐가 아니면 안합니다. -_-; ]




문제는 그롬세트라는 레어급 방어구를 얻으면서부터였습니다.
중세 배경 판타지 게임이라고 하면 멋들어진 중갑옷 만큼 매력적인 방어구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NPC로 등장하는 유르트를 죽이고 데몬즈소울의 베스트드레스라고 할만한 그롬세트을 얻게 됩니다.


잠깐 딴 이야기를 하자면 데몬즈소울에서는 도움이 되는 NPC 역시 칼질에 맞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NPC를 처치하면 해당 NPC가 가진 고유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NPC를 죽이는데 따른 페널티도 있지만, 그롬세트를 주는 유르트의 경우, 놔두면 신전에 있는 다른 NPC들을 살해하고 다니는 NPC이기 때문에 반드시 죽여야 하는 NPC입니다.


NPC들도 서로 가치관이 다르고 정치적인 배경, 독특한 개성이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사실들을 알아가는 것도 데몬즈소울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사실 죽여야 한다고 다른 기자들에게 주입 당한 상태였기에 미련 없이 죽였습니다. -_-;)




[ 갇혀 있는 유르트. 친절하게 꺼내준 후에 죽여야 할 NPC입니다. ]





[ 유르트를 죽이고 얻은 그롬셋! 역시 옷빨이 이정도는 되어야.. ]



그롬세트를 입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것도 잠시.
습관적으로 X버튼(구르기)을 누르는 순간 패드를 통해 느껴지는 짜릿한 진동.
나의 사랑스런 캐릭터는 구르지 못하고 땅바닥에 처박혀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엥? 왜이래??’


데몬즈소울의 모든 장비 아이템에는 무게가 있는데, 그롬세트는 중갑옷으로 분류되는 무거운 갑옷입니다. 더군다나 특대검으로 분류되는 고기칼 또한 무게가 상당히 무거운 편입니다. 데몬즈소울에서는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의 무게가 캐릭터의 최대 장비 중량의 50%를 넘어서면 이처럼 제대로 구르지 못하고 땅바닥에 퍼질러지는 것이지요.


이제서야 캐릭터의 스탯을 확인합니다. 캐릭터의 장비 중량을 결정하는 스탯은 ‘완강’. 생각해보면 고기칼을 착용할 수 있을 정도로 힘(26)과 신앙(16)만 올렸지 다른 스탯은 거의 건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롬셋을 하나하나 벗어봅니다. 방패도 빼 봅니다. 그리고 드디어 구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처참한 몰골. 완강을 올려야 겠다는 것을 다짐하게 됩니다.


완강은 단순히 장비 중량만 올릴 수 있는 스탯은 아닙니다. 완강을 올리게 되면 스테미너와 함께 각종 저항력까지 올라가게 되며, 데몬즈 소울에서 한 번에 가장 많은 효과를 보여주는 스탯이 바로 ‘완강’입니다. 특히 스테미너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스테미너가 많아질수록 더 오래 달리고, 더 많이 구를 수 있고, 더 많이 방패 방어를 할 수 있고, 더 많이 공격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완강의 매력을 알아버린 기자는 소울 노가다를 시작합니다. 그롬세트를 입고도 구를 수 있도록..
그리고 탄생한 캐릭터는 그야말로 완강 캐릭터.






[ 그야말로 완강한(?)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




무지막지한 소울 노가다로 탄생한 '잘 굴러 캐릭터'의 소울 레벨은 무려 99레벨.

뿌듯한 마음으로 주변의 기자들에게 레벨 자랑을 하면서 '완강이 무려 72!'이라고 했을 때 받았던 그 눈빛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3-3 지역 보스를 만나면서 사랑스럽던 내 캐릭터는 당장 지워도 시원치 않을 버림받은 캐릭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데몬즈소울의 3-3 보스는 특이하게도 다른 플레이어를 소환해 자신을 대신하여 싸우게 합니다. 플레이어가 보스가 되어 나타나는 셈이죠. 자신과 비슷한 레벨의 플레이어가 소환되니 물약은 물론 각장 아이템과 마법이 난무하는.. 그야말로 치열한 컨트롤 싸움이 되고 가장 재미있는 전투가 벌어지는 보스라 할 수 있습니다.







[ 플레이어를 소환해 자기 대신 싸우게 하는 특이한 보스 ]




첫 도전에서 나온 플레이어는 법사형 캐릭터였습니다. 불기둥이 치솟아 오르는 마법 한 번에 죽었습니다.

두 번째 도전에서 나온 플레이어는 나와 똑같은 고기칼을 든 전사형 캐릭터였습니다.
구르고 구르고 방패로 막고 화려한 컨트롤로 승리를 눈 앞에 뒀을 때 약초 한번에 만피가 되는 걸 보고 좌절했습니다. 그리고 전 스치듯 맞은 칼 한번에 죽었습니다.

세 번째 도전에서.. 네 번째 도전에서.. 다섯..






[ 분명 유리했었는데.. 이길 수가 없습니다. ㅜㅜ ]




열 두번을 실패하고 나서 내 캐릭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완강을 올리느라 체력이 너무 낮고, 무기만 고기칼을 들었지 공격력이 추가되는 스탯을 찍지 않아 공격력도 약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화려하게 굴러다녔지만 결국 내 캐릭터는 한방에 죽는 약골 캐릭터였던 것입니다. 데몬즈소울에서 방어구는 그저 콜렉션일 뿐이라는 사실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이제와서 체력이나 공격력을 올린다고 해도 나와 비슷한 레벨의 플레이어가 소환되기 때문에 격차를 줄이기엔 너무 많은 소울 노가다가 필요했습니다. 네트워크를 끊고 오프라인 상태로 진행하면 컴퓨터가 나와서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지만 자존심이 허락치 않습니다. 내 캐릭터는 잘못 육성한 캐릭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동안 며칠이나 롤링해골을 두드려 잡으며 소울을 모았던 것이 삽질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나의 첫 데몬즈소울 캐릭터를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이번엔 체력 올인이다!"



날 비뚤어지게 만든, 데몬즈 소울(Demon’s Soul) by 니모


데몬즈 소울에서 첫 번째 보스를 물리치고 가장 처음 노리는 레어 아이템은 ‘일그러진 달의 팔시온’입니다. 평범한 초반 무기에 비해 대미지도 월등히 높고 공격을 할수록 마나를 흡수하는 보너스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려웠던 굴러다니는 스켈레톤도 달의 팔시온이 있다면 한 칼에 슥삭. 조금 꽁수를 부려야 구할 수 있지만 달의 팔시온을 착용한 후 느껴지는 체감 난이도의 변화는 다음 아이템에 대학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그래서 이 다음엔 어떤 아이템을 구해야 하는거죠?’

‘상당히 무거워서 공격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강력한 대미지 때문에 국민검으로 불리는 무기가 있지. 이름은 고기써는 칼. 강공격을 하면 상대방을 다운시키기 때문에 안전하게 적을 물리칠 수 있어. 게다가 스탯 보정도 S급이라 스탯이 높아질수록 대미지도 상승해 후반까지 애용되는 무기라네.’



고기써는 칼. 이름도 참 특이합니다. 줄여서 고기칼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주방장이 이 칼을 들고 고기를 자른다고 생각해보면 아마 그 고기의 크기는… 딱 사람 정도 크기가 될 겁니다. 무시무시한 상상에 걸맞게 커다란 혈흔이 칼날에 덕지덕지 붙어있죠.



[ 이렇게 생겨먹었습니다 ]



뛰어난 성능답게 입수방법도 까다롭습니다. 달의 팔시온을 주웠던 폭풍우 제사장 지역의 악마 ‘심판자’를 물리쳐야 얻을 수 있는 ‘비대한 데몬즈 소울’이 필수 재료입니다. 비대한 데몬즈 소울과 클럽을 하나 들고 탄광 지하에 숨어있는 대장장이를 찾아가 제작을 의뢰해야 합니다.


그 전에 온 몸이 불타오르는 ‘불꽃에 숨은 자’를 물리치고 얻은 ‘적열의 데몬즈 소울’을 뇌물로 바치는 것도 빼먹을 수 없습니다. 적열의 소울을 보여주기 전까지 그 대장장이는 말도 섞지 않으려고 하니까요.



[ 뚱땡이도 잡고 ]



[ 거미도 잡고 ]



[ 불땡이도 잡아야 드디어 만들 수 있습니다 ]



갖은 고초를 겪고 드디서 고기칼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을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까요. 악마가 세상을 멸망시키건 말건, 당장은 고기칼로 해골들을 썰어보고 싶은 충동에 엉덩이를 들썩거려야 했는데…


새삼 강조하건데 참 착하게 살아왔습니다. 악마를 물리쳐달라는 앉은뱅이 꼬마의 말에 악마가 뭘까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예스를 외치고 봤습니다. 자신을 구해달라는 느끼한 왕자의 거만함을 마주해도 전혀 불쾌해 하지 않았습니다. 왕자가 아니라 거지라도 구해드리고 말고요.


이런 삶이… 손이 미끄러지면서 모든 것이 틀어졌습니다. 하필 미끄러진 손이 공격버튼을 눌러버렸거든요. 고기칼을 건네준 대장장이가 ‘이런 배은망덕한!’을 외쳐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 엉덩이가 아닌 손가락이 그만 미끌... ]



[ 헉! 저도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



안타깝게도 데몬즈 소울의 주인공은 말을 할 줄 모릅니다. 여러 번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다보니 공기를 진동시켜 의사를 전달하는 법을 잊어버렸나봅니다. 대신 자신의 피를 찍어 길바닥에다 글씨를 남기는 것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요기 앞에 보물이 있다’라거나 ‘기습을 조심하라’는 등의 혈흔 메시지를 통해 서로서로 돕고 살아가는 족속들입니다.


그러나 NPC 대장장이에게 혈흔 메시지가 통할 리가 없죠. 분노한 대장장이는 얼른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주변을 맴돌며 공격기회를 엿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중요한 레어 아이템들의 업그레이드를 부탁해야하기 때문에 여기서 이렇게 사이가 틀어지면 곤란했습니다.


실수라고 외친다고 화가 풀릴까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좋다. 화가 나서 나를 때리고 싶다면 때려라. 그렇게 해서 네 화가 풀린다면 나는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맞겠다.’


왼 뺨을 때리면 오른 뺨을 내밀라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그렇게 대장장이의 얼음주먹에 몸을 맡긴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금 차가운 영혼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 정녕 원치 않았던 적대적 평판 ]



[ 나의 생명으로 그대의 노여움을 풀겠소 ]



‘이제 화가 좀 풀렸겠지?’


예상하신 바가 맞습니다. 대장장이는 뼈속까지 A형이었습니다. 상상을 불허하는 뒤끝. 혹시나 싶어 두 세 번 더 몸을 맡겼건만 돌아오는 것은 주먹질뿐이었습니다.



[ 아 XX 이건 아니야~~~!!! ]



어떻게 해서든 해결책을 찾아야했습니다. 데몬즈 소울 유저들이 많이 찾는 게시판에는 이미 대장장이와 견원지간이 되어 번뇌에 빠진 백팔중생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습니다.


‘대장장이 앞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오른손으로 전화를 받으면서 왼손으로 패드를 내려놓는다는 게 그만, R2 버튼이 눌러지고 말았습니다… 대장장이는… 갓핸드라는 무기를 주더군요.’


선각자들의 깨우침도 빠짐없이 달려있었습니다.


‘한 대 정도 때린 거라면 게임을 종료하세요. 때리기 이전으로 저장됩니다.’
(이미 수차례 죽으면서 적대관계가 저장된 상태 -_-)

‘새로 키우셔야 합니다.’
(새로 키우기엔 너무 늦었음…)

‘꼭 필요한 NPC는 아닙니다. 이 게임은 컨트롤로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 제 손꾸락 하나도 컨트롤 못하는 사람 한 명이 있습니다)




[ 중생들의 아우성... 그래... 난 단수가 아니야 ]



한 시간 정도의 게시물 검색 끝에 얻은 결론. 이미 모든 것은 끝났다. 게임에서라도 착하게 살아보겠다고 마음 먹었겄만 대장장이 아저씨의 화를 풀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삐뚤어질 테다!’


당장 대장장이를 고기써는 칼로 썰어버렸습니다. 착한 사람을 더이상 기대하지 마라!


예쁜 아가씨가 ‘날 죽이고 영혼을 가져가라’고 할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베어드렸고요. 기분 나쁜 말투를 하는 NPC라면 일단 죽이고 봤습니다. 자꾸 사람들을 죽이니 캐릭터의 성향은 점점 ‘흑’이 되어갔고, 결국 캐릭터의 성향이 ‘흑’이 되면 나타나는 메피스토에게 ‘마을 사람들을 죽여달라’는 의뢰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메피스토도 슥삭.



[ 대장장이는 갓핸드를 주더군요 ]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레어 아이템은 고기칼로 끝. 기다려왔던, 악마들을 하나하나 물리쳐 최종 보스를 앞두고 있는 때가 되자 마을에 있는 NPC들을 몽땅 죽여버렸습니다. 뭐, 별 감흥 없더라고요.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원래 이렇진 않았어요. 혼돈-악으로 마침표를 찍었지만 캐릭터의 태생은 신전기사. D&D 캐릭터 성향으로 치자면 질서-선에 해당하는 성기사였습니다. 질서-선 캐릭터를 혼돈-악으로 바꿔버리는 게임.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데몬즈 소울은 참 무서운 게임입니다.


'그 놈도 죽였어야 하는데...'


깜빡 못죽이고 남겨둔 NPC가 자꾸 생각나거든요...



[ 저 노인네도 죽였어야 했어... 헉! 나 왜 이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