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게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명멸해가고 있는 요즘. 게이머의 선택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름 있는 게임이 아니면 테스터를 모집하는 것도 쉽지 않고, 오픈베타를 해도 정식서비스로 넘어가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게임들이 속출합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입니다. 서비스를 하다가 문을 닫는 게임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시장이라는 포성 없는 전쟁에서 '살아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올 해로 정식서비스 5년째가 되는 NHN의 MMORPG 아크로드 또한 이 전쟁의 생존자입니다. 수많은 새로운 게임들이 나타나고 또 사라져가는 동안 큰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꿋꿋이 버텨온 게임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겨우 목숨만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활발한 생존신호를 꾸준히 보내고 있는 게임입니다. 지난 3월에는 문엘프 종족의 스킬밸런스를 대폭 수정하는 패치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아크로드의 지난 행보를 보면 외부로 노출되는 것과는 달리 상당한 내부적 변화가 있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 7월 최고레벨을 99에서 120으로 상향하고 신규 사냥터 3곳을 추가하는 '헤븐즈헬'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타이틀 시스템(9월), 드래곤시온 종족 밸런스 조정(10월), 공성전 보상 강화(10월), 중저레벨 인던 업데이트(12월), 최상위 스킬 추가(1월), 문엘프 스킬 조정(2월) 등 끊이지 않는 업데이트를 해왔습니다.


이미 서비스한지 5년이나 된 게임에 이처럼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직 하나의 게임만을 바라보며 개발을 계속한 사람들은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요.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것과 이미 개발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문엘프 업데이트를 핑계 삼아, 아크로드 개발팀을 만나보았습니다.




▲ 아크로드 배용준 PD, 김대환 기획팀장



- 올 해로 5주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감회가 어떠세요.

5년이라는 시간이 아주 빨리 간 것 같아요. 유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긴 시간이 짧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오랜 기간 개발하면서 피로감도 누적되고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많았는데 아크로드 개발에 계속 임해주고 있는 개발팀 식구들에게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꾸준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크로드를 플레이하시는 유저 분들이 계시니까 완성도 높고 재밌는 게임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한 업데이트는 그런 의미에서 정책적인 방향입니다.


- 업데이트로 무엇을 해야겠다하는 결정은 어떻게 내리게 되나요.

운영 쪽에서 개선사항이나 요청사항들이 들어옵니다. 이런 것들을 전달받고, 두 번째는 사업팀에서 그간의 통계를 기반으로 지표를 분석해 업데이트 방향을 함께 의논합니다. 기획팀이 검토를 해보고 향후 업데이트 계획을 잡고 컨펌이 나면 세부 기획과 디자인, 프로그램 등에 들어가게 됩니다.


- 그만큼 NHN에서도 아크로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나요.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첫 MMO 였으니까요. 상징적인 의미도 크고요. 회사 내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요.


- 업데이트 내용의 방향성은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PD님 말씀이 MMORPG는 대규모 컨텐츠를 중심으로 양과 질을 함께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 업데이트가 대규모다 소규모다 하는 것보다는 항상 유저들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면서 전체적인 시나리오와 컨텐츠에 맞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 아크로드 초창기 때와는 유저들의 요구사항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지금은 월드 내 길드 커뮤니티가 굉장히 돈독하게 맺어져 있어요. 어느 MMO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냥터 독점이나 PVP에 대해서 룰을 정해놓거나 한 게임이 아니거든요. 게임의 방향도 그렇고 정책도 PVP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운영하고 있어서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헤븐즈헬 업데이트가 되고 히로익 스킬이 들어가면서 필요한 카리스마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가장 많은 의견은 자신이 플레이 하는 캐릭터 상향에 대한 것이죠. (웃음)


- 그런 요구들을 대부분 수용하는 편인가요.

가급적 확인을 해서 최대한 수용하려고 합니다. 꼭 그런 요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에 대한 굉장히 자세한 개선방향을 주시는 분도 있고요. 검토해서 많이 반영하고 있습니다.


- 아크로드의 해외 서비스 현황은 어떻게 되나요.

샨다에서 중국 서비스를 2006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작년 말에 드래곤시온 업데이트가 들어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요. 글로벌 쪽은 웹젠 포털에서 작년 10월부터 포루투갈어, 독어, 불어 등 5개 국어로 번역되어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 각각 다른 버전일텐데, 버전관리하기 힘드시겠어요.

각각 담당자가 따로 있어서 큰 문제는 없는데, 중요한 업데이트 일정이 겹쳐있거나 할 때가 종종 있어요.


- 국내와 해외 유저들의 업데이트 요구나 반응이 차이가 있나요.

업데이트는 국내 서비스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서 해외 유저 분들은 주로 국내에 업데이트 된 내용에 대한 평가나 기대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서비스에는 언제 적용되는지, 개선방향이 무엇인지와 같은 피드백을 주로 받습니다. 국가별 특색에 따라 일본은 아바타나 가챠(뽑기) 시스템, 중국은 전투나 종족전과 같은 컨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 관련해서 지난 업데이트들을 잠시 되짚어 보고 싶습니다. 작년 7월 헤븐즈헬 업데이트는 최고레벨을 120으로 상승시키고 신규 사냥터, 신규 레이드 등 최상위 컨텐츠를 추가한 것이고요. 작년 12월에는 중저레벨 인던을 업데이트 했습니다. 고레벨과 중저레벨 컨텐츠의 업데이트 비중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구분은 따로 하지 않고 있어요. 헤븐즈헬 사냥터 업데이트 후 12월에는 고레벨 스킬이 업데이트되었는데 지표를 뽑아보니까 고레벨 유저 분들이 많이 늘어났더라고요. 그 분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해서 만레벨을 상향하고 사냥터도 추가하고 했습니다.

또 아크로드는 PVP가 중요한 시스템인데 고레벨 위주로 치중되어 있어서 중저레벨 분들도 PVP를 즐길 수 있게 배틀스퀘어라는 전장을 새롭게 추가했고요.


- 새로운 시스템들도 많이 추가되었습니다. 작년에는 타이틀 시스템이 들어갔네요.

아크로드가 가진 컨텐츠가 상당히 많거든요. 그런데 그런 컨텐츠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유저 분들이 즐긴 컨텐츠를 기록할 수 있도록 표현해주고 싶었어요. 또 그런 플레이 각각에 대한 보상도 주고 싶었고요. 사냥이나 생산, 퀘스트 달성, 수집들이 타이틀로 표현됩니다. 또 아크로드가 전직이 없는 게임이라서 고레벨이 되었을 때 상급전사나 상급메이지 같은 전직형 타이틀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어떤 업데이트를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작년에 여러 가지 업데이트를 했는데, 레벨에 관계없이 범용적으로 의미를 갖는 업데이트라서 타이틀 시스템이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업데이트 한 내용 중에 제일 반응이 좋았던 건 드래곤시온 상향 업데이트 같네요.


- 이번 문엘프 리뉴얼 업데이트도 그런 방향에서 이뤄진 것인가요.

유저 분들이 클래스에 대해 갖는 애착이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운영 쪽으로 들어오는 피드백들을 받고 밸런스를 조정해 사냥이나 PVP에서 좀 더 다이내믹한 전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시스템 개선을 추가적으로 해나갈 생각입니다. 문엘프뿐만 아니라 오크나 휴먼도 올 해 안으로 계획하고 있고요.


- 유저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문엘프 리뉴얼하고 나서는 신규 유저가 2~3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오래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이니까 매출이나 이런 걸 떠나서, 계속 서비스 하고 있고 컨텐츠를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 서비스를 오래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일까요.

업데이트의 가장 큰 목표는 유저 분들이 재밌게 즐기고, 그로 인해 신규 유저와 회귀 유저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장기간 서비스를 한 게임에는 이미 많은 시스템들이 들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기존 시스템의 영역 내에 무엇을 추가해야 가장 효과가 있을까 늘 고민하게 되죠. 그렇게 고민 끝에 준비한 컨텐츠가 반응이 좋지 않을 때 상실감 같은 게 있어요. 그래서 어떤 걸 업데이트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또 잠깐 언급했지만 해외 서비스도 동시에 하다 보니 정신들이 없어요. 이번 주 국내 업데이트 하고 다음 주에 다른 국가 업데이트를 하는 식으로 일정이 이어질 때 심신이 피곤하죠.


- 오랫동안 라이브 서비스만 하셨는데, 신규 게임 개발에 대한 욕구는 없으세요?

게임 개발자들은 신규든 라이브든 프로젝트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아크로드 팀은 특히 충성도 높은 분들이 모여 있고, 회사에서 지지도 해주고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신규 게임들 중에 조금 더 가지고 가면 분명히 지표가 더 올라갈 수 있는데, 안 된다 싶으면 바로 접어버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어느 날 들어가 보니 서비스가 종료되어 있고. 회사의 입장이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유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어요.


- 신규 게임 개발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으시진 않을 것 같거든요.

기술적인 면이나 비주얼적인 면에서 요즘 게임들이 보여주고 있는 퀄리티를 아크로드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하고 싶은데 그런 부분이 아쉬워요. 지금까지 아크로드만 해왔고 또 해외 서비스도 하느라 다른 게임 생각은 별로 해보지 못했어요.

물론 저희 팀원들끼리 스마트폰으로 MMO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런 게 대세가 아닐까 하고 이야기를 나누긴 해요.


- 이제 5년차 인터뷰를 했는데, 다음에는 10년차 인터뷰를 하면 될까요.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리밸런싱도 결국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작업이고, 디자인도 더 다듬고요. 보시면 아크로드 초반의 앵커빌 마을과 헤븐즈헬은 퀄리티의 차이가 느껴질 거예요. 또 사냥이 아닌 다양한 컨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전반적인 리뉴얼 작업도 예정에 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냥터나 PVP 특성화 던전도 준비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아크로드 유저 분들이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는 게 우선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