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이 다가오면 편안한 의자와 넉넉한 컴퓨터 RAM 용량, 그리고 풍성한 군것질거리를 준비해 놓는 게이머들이 있습니다. 밥먹는 것도 잊고, 친구와의 약속 따위는 멀리하며 여자친구에게는 '야근이야'라는 말을 무한 반복 재생하게 만든다는 바로 그 게임, 풋볼 매니저(FM)의 계절이니 말입니다. 게다가 FM시리즈보다 조금 일찍 발매되는 피파 매니저의 팬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바야흐로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의 계절인 것입니다.


야구 팬들에게도 물론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습니다. 메이저 리그 기반의 OOTP(Out of the Park)시리즈와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를 기반으로 한 프로야구 팀을 만들자 시리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이 게임들은 애석하게도 한글화되지 않았고 선수 로스터 정보 또한 가상의 선수들,혹은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어 유저들이 손수 제작한 각종 패치를 덧씌우지 않는다면 감정 이입이 되지 않는 문제를 발생시키곤 합니다.



[ OOTP(Out of the Park) 게임 스크린샷 ]



어쨌거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축구에 비해 일본, 한국, 대만, 미국, 남미 등지에서 지엽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야구는 스포츠로써의 저변이 축구만큼 넓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게임에 있어서 만큼은 두 스포츠의 인기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온라인 야구 게임에는 마구마구, 슬러거, 현재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 돌입한 와인드 업, 마지막으로 한국 최초의 온라인 야구게임이었지만 2007년 서비스를 종료한 신야구 등이 있습니다. 단일 종목의 스포츠 치고는 상당히 많은 종류의 게임이 출시되었죠. 특히 감동의 물결의 연속이었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과 베이징 올림픽, 그리고 박찬호, 이승엽, 추신수 등 해외파 선수들의 인기에 힘입어 야구 게임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금까지 출시되었던 온라인 야구 게임의 대부분이 아케이드성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각각의 선수 능력치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배팅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어떠한 선수들도 안타를 때려낼 수 있다는 것이죠. 스포츠 게임 장르의 양대 산맥인 '아케이드'와 '시뮬레이션' 장르 중 아케이드 분야만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나 할까요.


이러한 장르의 획일화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게임이 있으니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실명과 사진을 기반으로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출시한 프로야구 매니저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한 편의 드라마'라고 자주 언급되는 스포츠, 그 중에서도 명실 공히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프로 야구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 지난 12월 2일부터 15일 까지 진행되었던 프로야구 매니저의 1차 CBT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겠습니다.







■ 프로야구 매니저는 프로야구 팀을 만들자 온라인 2의 형제!?


프로야구 매니저는 세가에서 만든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인 프로야구 팀을 만들자 온라인 2의 한국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정식 서비스 중인 프로야구 팀을 만들자 온라인 2의 선수 데이터를 국내 실정에 맞게 바꾼 것이죠. 따라서 이미 상용화 된 게임이라는 점으로 인해 클로즈 베타 테스트 내내 비교적 안정적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향후 프로야구 매니저에 추가될 콘텐츠가 이미 일본판 프로야구 팀을 만들자 온라인 2에 적용되어 있어 일본어에 능한 발빠른 유저들은 CBT이후의 프로야구 매니저의 모습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 프로야구 팀을 만들자 온라인 2의 공식 홈페이지 스크린샷 ]





■ 감독이라기 보다는 구단주에 가까운 게임 플레이

간단히 말하면 프로야구 매니저는 선수영입 - 로스터 설정 - 각종 스킬 및 전술 설정 - 게임 플레이 의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일일히 게임 내에서 감독이 되어 선수 교체 및 작전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시작 전에 모든 준비를 끝마친 후 '컴퓨터 감독'의 세부 지시에 의한 게임 내용을 지켜보는, 일종의 '구단주'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즉, 선수 교체 및 작전 지시에 의한 게임 결과로부터 재미을 얻기 보다는 선수 육성과 로스터 관리, 그리고 적절한 작전 카드를 사용하여 시즌 전체의 결과를 지켜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 프로야구 매니저의 리그 시스템은?

프로야구 매니저에는 비기너 - 루키 - 마이너 - 메이저 - 월드 등의 리그 레벨이 존재합니다. 각 하위 리그의 페넌트레이스에서 4위까지의 팀은 다음 상위 리그에 진출하게 되며 만일 6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하위 리그로 강등당하게 됩니다. 각각의 리그는 10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1위부터 4위 까지는 다음 리그로 승격, 5위와 6위는 현재 리그를 유지, 마지막으로 7위부터 10위까지의 팀은 하위 리그로 강등하게 됩니다.





프로야구 매니저의 한 시즌은 총 1주일에 걸쳐 진행되며 페넌트레이스 6일, 포스트 시즌 1일로 구성됩니다. 페넌트레이스는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마다 1경기씩, 팀당 하루에 18게임이 진행되므로 6일동안 진행되는 페넌트레이스 게임은 총 108게임입니다. 만일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마지막 7일째에는 다른 유저들의 경기 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으며 다음 시즌을 위한 휴식에 들어가게 됩니다.




■ 게임을 시작하자 - 참치로 대동단결! 춘천 튜나스

백문이 불여 1플레이! 참치회를 좋아하는 구단주의 안드로메다 작명 센스로 인해 강원도 춘천을 근거지로 한 프로야구 구단 '춘천 튜나스'가 결성되었습니다. 춘천 튜나스의 시즌 플레이를 토대로 프로야구 매니저의 구단 결성부터 게임플레이까지의 진행 순서를 한 눈에 알아보겠습니다.


1. 창단 신청서 작성





유저 자신만의 팀을 설정하는 창단 신청서 작성을 통해 선호 구단과 자신의 구단명, 그리고 안구를 정화(?)시켜 주며 튜토리얼 퀘스트의 진행에 도움을 주는 비서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두 미녀 비서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던 중 '치마 길이와 순위는 비례한다'라는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며 다미양을 선택했습니다.



2. 스타터 팩 및 주력 선수 선택





야수 중심 혹은 투수 중심의 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스타터 팩 선택입니다. 설명 대로 야수 중심의 팀을 선택한다면 화끈한 타격을, 투수 중심의 팀을 선택하면 마운드가 탄탄한 로스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체 구단 선수를 대상으로, 혹은 창단 신청서에서 선택한 선호구단의 선수를 대상으로 선수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팀의 간판 선수인 '주력 선수'설정에서는 일정의 프랜차이즈 선수 한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발빠른 야구를 선호하는 저는 테이블세터진을 쉽게 구성하기 위해 주력이 좋은 윤승균 선수를 선택했습니다.



3.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자! 선수 카드 구매





스타터 팩의 선수들은 단순히 게임을 진행하기 위한 기본적인 로스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유저들이 선호하는 유명 선수들의 경우 스타터 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죠.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얻기 위해서는 프로야구 매니저의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선수 카드를 이용해야 합니다. 물론 카드를 구입하여 개봉하면 선수가 랜덤하게 등장하므로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얻을 때 까지 카드를 열고 또 열어야 합니다. 사실 프로야구 매니저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은 경기 승패를 확인하는 순간과 카드를 개봉할때였습니다.


4.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작전 카드와 서포트 카드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선수카드 뿐만이 아닙니다. 선수 능력치와 컨디션, 그리고 팀 분석 수치등을 올려주는 서포트 카드와 경기 승패에 영향을 끼치는 작전 카드 또한 상점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특히 작전 카드의 경우 한 경기에만 효과를 발휘하게 되므로 강팀과의 경기 시 작전카드를 잘 활용한다면 승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경기 진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임 포인트를 잘 활용하여 선수 및 작전카드, 그리고 서포트 카드를 적절히 구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로스터와 라인업 설정





내야수와 외야수, 그리고 선발, 중계 및 마무리 투수까지 자신만의 팀을 구성할 수 있는 로스터와 라인업 설정은 프로야구 매니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선수 카드를 적절한 수비 위치와 타선에 위치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그에 따라 달리 설정되는 코스트의 한계 내에서 선수를 등록해야 하므로 무조건 '별이 많은' 선수를 기용할 수 없다는 선택의 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별 6개 이상의 유명 선수로 구성된 팀보다는 실제로 별의 갯수는 적지만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는 선수 기용이 중요합니다. 특히 포수의 경우 투수와의 상성이 있어 최적의 배터리 라인을 구축해야만 선수의 능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습니다.



6. 리그 돌입! 첫 시즌 좋은 결과를 기대했지만..





프로야구 매니저가 취하고 있는 시뮬레이팅 시스템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1시간마다 1경기씩 매일 18경기가 진행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계속해서 게임에 접속하기 보다는 잠시 게임에 접속하여 현재까지 진행된 게임의 승패와 경기 내용을 분석한 후 선수 로스터를 변경하거나 작전 카드를 설정하는 등 시간 날 때 자신의 팀을 재구성 할 수 있습니다.

춘천 튜나스의 경우 전형적인 타고투저 현상, 즉 튜나스의 방망이도 불을 뿜고 상대 팀의 방망이도 불을 뿜는 게임 플레이를 보여 투수진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프로야구 매니저만의 매력은 이런 것이다!

MLB의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 삭스와 같이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결성하게 된다면 신규 유저와의 실력 차이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프로야구 매니저에서는 '코스트'의 제한을 통해 동일 리그의 유저들은 동일한 코스트에 맞춰 선수를 구성해야 한다는 룰이 있습니다. 코스트의 존재는 리그 팀간의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는 근간이 되어 유저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발빠른 선수들로 구성된 뛰는 야구, 혹은 장타력을 주 무기로 하는 한방 야구, 또는 좋은 투수들로 구성된 틀어막는 야구 등 다양한 팀 컬러를 선택할 수 있어 천편일률적인 게임 플레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망주를 해외 리그로 유학보내거나 스킬 블록을 통해 선수 능력치를 향상 시키는 육성 모드는 경기 승패 이외의 잔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야구가 기록의 경기라고 불리는 만큼 선수의 각종 기록을 분석하여 모자란 부분을 스킬 블록을 통해 강화하기도, 혹은 뛰어난 능력치를 더욱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프로야구 매니저의 매력중 하나입니다.





1번 타선부터 9번 타선까지, 각자의 역할에 맞는 선수들로 로스터를 구성하더라도 선수가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타선 분석과 카드 상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김동주와 이승엽, 그리고 이대호로 이루어지는 막강 화력 타선만이 최선이 아니라 각각의 선수들의 상성과 타선 배치를 바꿔가며 최적의 로스터를 구성하도록 노력해야만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선수 컨디션의 경우 경기에서의 활약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실제 야구에서와 같이 컨디션이 나쁘다면 아무리 우수한 선수라도 벤치에 머물게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프로야구 매니저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의 온라인 화, 충분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 그 방대한 데이터와 사실성, 그리고 실제 선수들을 영입하고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은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의 온라인화를 추진하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유저와 유저가 서로 대결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 상 1시간 마다 1경기 씩 자체적인 게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기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웹게임의 특징인 '딱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라는 장점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죠.

비록 OOTP나 베이스볼 모굴 등 싱글 플레이 게임의 치밀한 시뮬레이팅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적은 시간 투자로 큰 재미를 느끼게 해 준 프로야구 매니저는 온라인 스포츠 시뮬레이션이라는 생소한 장르의 게임을 당당히 인기 게임 장르로 정착시킬 수 있는 커다란 힘을 지닌 게임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클로즈 베타가 진행되는 동안 무수히 많은 게임에 대한 피드백과 유저들의 감상이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올려졌고 그에 대한 GM의 답변 또한 성실하게 작성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끝난지 5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게시판에 속속 올라오는 유저들의 글을 보면 게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신작 게임의 테스트가 그 어느때 보다도 활발한 지금, 천편 일률적인 동일 장르의 게임 홍수에서 벗어나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선보인 프로야구 매니저. 그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 소감은 이정도로 마칠까 합니다. 그나저나, 레어 카드로 뽑은 배열사, 아니 배영수 선수는 컨디션 난조로 몇번 등판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