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인피니티 워드 ⊙장르: FPS
⊙플랫폼:
PS3, PS4, XBOX360,XBOX ONE, PC, Wii U ⊙출시: 2014년


사실 큰 기대는 안했다. 인피니티 워드 핵심 개발진이 빠져나간 뒤 개발되는 '콜 오브 듀티'는 딱 트라이아크 버전 수준이거나 그 이하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비단 이런 생각을 한 게 기자 뿐만은 아니었던 듯, 게임스컴 2013 현장의 콜 오브 듀티 부스는 생각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물론,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야 장시간 기다려야 하긴 했다. '콜 오브 듀티'라는 브랜드 가치에 비교하면 그렇다는 거다.

하지만 '이 게임은 어차피 그냥 그럴테니 쿨하게 패스!'라고 언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콜 오브 듀티니까.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조금씩 식어가는 이 라인업을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동 장르에서는 배틀필드 외 특별한 경쟁자를 찾기 어려운 빅 타이틀 아닌가. 별 기대는 없었지만 츤데레처럼 쭈볏쭈볏 줄을 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플레이해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체험기에 앞서 간단히 '콜 오브 듀티:고스트'는 어떤 게임인지 정확히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이 작품은 초반부터 '군견' 콘텐츠를 꾸준히 밀고 나갔다. 멀티 플레이에서의 사용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싱글 캠페인을 진행할 때 군견의 활용도는 정말이지 무궁무진한 모습. 개 특유의 기민한 신경을 백분 활용해 적을 교란한 뒤 아군에게 유리한 위치를 만들어주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군 시절, 짬통에 머리를 박고 뼈다귀를 찾던 그런 개랑은 품종부터 다르다.

이외에도 주목할 부분은 꽤 있다. 영화 '트래픽', 윌 스미스 부자가 주연으로 등장한 '애프터 어스'의 각본을 쓴 '스티븐 개건'을 시나리오 감독으로 영입해 완성도를 높였다. 안 그래도 영화같은 스토리와 연출을 보여주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였기에 제법 기대가 되기는 한다. 그러나 한 편으론 개발진이 '콜 오브 듀티는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일단 스토리라도 먹어줘야 해!' 라는 강박관념에 묶인 것은 아닌지 걱정도 든다.

또, 자잘한 모션들이 좀 더 현실적으로 진화했고 성별 제한을 풀어 멀티플레이에서 여캐를 선택할 수 있는 부분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이제는 덕후라도 당당하게 콜 오브 듀티를 즐기며 '나는 밀덕이 된 게 아니야. 게임이 내 취향을 이해해 줬을 뿐...' 이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게 됐다.

더 변한 부분은 없냐고 묻는다면... 글쎄, 눈에 띄는 변경점은 없다는 것만 말하겠다.

▲ 프리뷰 영상들을 보면, 실제 군견에 모션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수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서 체험기 이야기를 해 보겠다. '콜 오브 듀티:고스트' 부스는 한 가운데 멀티플레이 체험존을 마련해 놓은 뒤 대기줄을 빙 둘러 서도록 만들었다. 대기줄은 복도와 룸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룸마다 각기 다른 게임의 싱글 캠페인 플레이 영상이 상영되었다.

직접 플레이해보지 못해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콜 오브 듀티:고스트'의 싱글 캠페인의 완성도는 여전히 뛰어나 보였다. 실제 전투 못지 않은 긴장감과 뛰어난 연출력은 여전했고, 특히 이전 시리즈와는 다르게 잠입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아진 것을 확인 가능했다. 이번 작품의 부제가 '고스트'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암시한다고 봐도 될 정도. 특히 반대편 건물에서 와이어를 타고 이동해 유리벽에 붙어 내부에 있는 적들을 요격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군견이 나오는 미션도 있었는데 녀석의 성능은 위에서 언급한 내용과 같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수중 미션'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잠수용 전투복을 착용하고 펼쳐지는 수중전은 이전 미션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포인트로, 작품의 완급 조절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될 듯 하다. 특히, 물 속 특유의 물리효과가 어떻게 구현될지도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뭐, 인피니티 워드 수준의 실력이라면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지만.

시리즈 4편인 '모던워페어'를 기점으로 연출력이 일취월장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였기에 더 발전할 부분이 있을까라고 매번 생각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실제 시연은 '콜 오브 듀티:고스트'의 멀티플레이만 가능했다. 일부 체험석은 PC 유저를 위한 키보드&마우스가 배치되어 있었느나, 기자가 지정된 자리는 XBOX One 패드가 놓여져 있었다. 카메라는 일체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으므로, 우선 사전에 공개된 공식 영상부터 보자.

▲ '콜 오브 듀티:고스트' 공식 멀티플레이 트레일러


보는 바와 같이, 전 시리즈와 구분되는 가장 큰 요소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세분화',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다. 특히,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약 2만 여 가지의 조합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지만, 세계관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커스터마이징이기에 해당 분야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유저가 아니라면 다 비슷해보일 수 있다. 일반 유저에게는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 더 주목도가 높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또, 일부 건물이 파괴 가능하다는 사실도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최신 피직스 기술이 적용되어 가능한 효과인지, 스크립트로 짜여진 결과인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최소한 이러한 요소를 활용해 좀 더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 하다.

그리고 XBOX360도 FPS와 궁합이 잘 맞는 패드였지만, XBOX ONE 패드는 더욱 좋은 감각을 보여준다. '헤일로3'를 나름 오랫동안 즐기기는 했으나, 그래도 처음 하는 자리에서 7킬 7데스라는 성적을 거둔 것은, 처음 잡아보는 유저라도 기본적인 감각이 있으면 어느 정도 성적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고 싶다.

'콜 오브 듀티:고스트' 역시 이전과 거의 동일한 조작 체계를 채택했기에(사실 이 작품이 나온 목적을 생각하면, 바꿀 이유가 전혀 없다) 꾸준히 패드로 즐겨왔던 유저라면 별 무리없이 적응할 수 있다.


▲ 군견 외 새로운 추가 요소인 '여성 캐릭터'와 '건물 파괴 효과'





게임스컴 2013 현장에서 본 '콜 오브 듀티:고스트'는 준수한 확장팩 정도의 총평을 내릴 수 있다. 아직 빙산의 일각일 수 있으나, 오랫동안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즐겨왔던 팬으로서, 새로운 캠페인 외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은 분명한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워낙 거대한 IP이기에 이 정도의 변화로도 높은 판매량을 보일 것이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너무 안전 위주의 변화다.

'바이오쇼크:인피니트'가 1편 못지 않은 호평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을 추구하는 동시에 익숙한 맛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1, 2편으로 이어져오며 심해와 랩처를 시리즈의 상징처럼 고착시킨 듯 했으나, 3편에 와서는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공중도시 콜럼비아를 무대로 삼았다. 무사안일만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칫 기존 팬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도 있으나 이를 상쇄할 정도로 멋진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확신을 개발자가 가졌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콜 오브 듀티:고스트'의 개발자들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IP에만 기댔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 모든 부분을 확인한 것은 아니기에 함부로 평가를 내리기엔 어렵다. 보이는 부분에서만 보면 그렇다는 거다. 개 한마리로 끌기에는 '콜 오브 듀티:고스트'라는 썰매는 너무 큰 듯 하다. 작품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우리가 이정도 만들었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해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외칠 만한 변화를 간절하게 바래 본다.

▲ 익숙함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품는다





체험기 가장 처음에 사용된 이미지는 게임스컴 2013 현장에서 '콜 오브 듀티:고스트'를 체험한 유저에게 특별 제공된 선물이다. 플레이한 기자의 얼굴을 공식 포스터에 절묘하게 합성한 뒤, 이미지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원작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저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을 가져다 주는, 멋진 이벤트라 생각한다.

부디 이러한 아이디어가 게임에서도 번뜩이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한다. 개도 좋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