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인벤 객원필진 '듀크데필'님의 펀치몬스터 체험기입니다.





무림제국을 한참 열심히 하던 때 채팅창에 눈길을 끄는 이야기가 올라왔다. 새로 나온 게임이 하나 있는데, 리니지 군주와 아이온의 레기온 단장들이 그 게임을 하느라 접속하지 않는 혈원과 레기온원을 찾느라 난리라는 거였다. 길드원들이 원래 하던 리니지와 아이온에 접속하지 않고 그 게임을 하다 보니 결국 혈원을 찾으러 군주까지 그 게임에 접속한다는 것이다.


그 게임이 바로 엔씨소프트의 신작 RPG '펀치몬스터'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게임을 런칭할 때 그 게임에서 특정 목표를 달성하면 리니지나 아이온에서 특별한 아이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를 열곤 했다. 무림제국을 오픈했을 때도 이 이벤트 때문에 많은 리니지, 아이온 유저들이 무림제국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결국 리니지와 아이온을 접은 사람들을 내가 몸 담았던 연맹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펀치몬스터도 무림제국처럼 15레벨, 30레벨을 달성할 때 리니지와 아이온의 계정으로 아이템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하지만 이벤트를 연다고 유저들이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벤트 때문이라면 응모할 정도만 게임을 하고 다시 리니지와 아이온 같은 기존 게임으로 돌아오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군주와 레기온 단장이 돌아오지 않는 혈원들을 찾으러 펀치몬스터를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게임도 그만큼 재밌다는 반증이 아닐까.




[ 리니지, 아이온 유저를 유혹하고 있는 이벤트.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




직업 선택은 논리적으로?


게임에 접속하니 캐릭터 선택 창이 반겼다. 캐릭터를 생성해야 하지만 아무런 지식이나 정보도 없이 접속했기 때문에 약간 고민이 됐다. '펀치몬스터 인벤' 같은 게임 정보 커뮤니티가 있었더라면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 미리 정보를 살펴보았겠지만...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논리가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아이온을 긴 시간 동안 즐겨왔던 경험을 돌이켜볼 때 가장 무난하면서도 강력한 것은 '기사' 계열이다. 펀치몬스터는 엔씨소프트의 게임. A=B, B=C, 그러므로 A=C라는 귀납적 삼단논법의 논리적 과정을 거치면, 펀치몬스터의 가장 무난하고 강력한 직업 또한 '워리어'라는 결론에 당연하게 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직업은 워리어.



[ 나중에 알아보니 아처-레인저로 이어지는 전직이 최강이라는 소식을 듣고 밀려오는 후회에 눈물 좀 흘렸다 ]



캐릭터가 아기자기하고 괜찮아서 좀 멋있게 꾸미고 캐릭터 생성 버튼을 누른 후 아이디 입력란에 듀크를 입력했더니 이런!


같은 이름의 캐릭터가 존재한다고 떴다. 인벤 닉네임인 듀크데필을 입력했더니 역시나 같은 이름의 캐릭터가 존재한다고 떴다. 혹시 하고 다른 서버로 가봤으나 마찬가지. 아이샤, 루디나, 레아 3개의 서버 모두 다른 사람에 의해 아이디를 선점당한 상태였다.


체험기 내내 회자될 이름이자 본인 캐릭터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것이 이름인 것을... 무슨 아이디를 쓸까 골몰히 고민하던 끝에 클래스와 어울리지 않지만, 무술실력을 이어받길 원하면서 달마대사로 아이디를 정했다.




[ 아아!!! 같은 이름의 캐릭터가 존재한다고 떠서 좌절하고 있는 상황 ]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나는야 용사


펀치 몬스터에 접속하니 게임스토리와 튜토리얼을 만나게 되었다.


배경스토리는 이랬다. 대마법사 그랄이 있다. 나쁜 놈이다. 여신 레아가 있다. 우리 편이다. 대마법사 그랄이 여신 레아를 수정에 봉인해버렸다. 나는 용사인데, 레아가 마지막 힘을 짜네 마을로 워프시켜준다. 이 때 주인공인 용사는 패배의 트라우마로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모험을 하면서 결국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대마법사 그랄도 물리치고 레아님도 구하게 될 거다.



[ 레아님을 구출하고야 말겠다! ]



튜토리얼은 펀치몬스터를 쉽게 배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마우스를 조금이라도 쓸 줄 알았건만 횡 스크롤 게임의 전통인지 키보드로도 모든 걸 다할 수 있게 되어서 편했다.


튜토리얼의 마지막에서는 여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데 사용하면 40초 동안 변신할 수 있다. 강력한 힘으로 쎈 몬스터도 쉽게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보스급 몬스터를 상대할 때 유용해 보였다. 이렇게 좋은 기능이 있나? 하고 또 언제 쓸 수 있는지 검색해보았는데 사냥하면서 마블스톤을 모아서 쓸 수 있다고.




[ 초사이어인 저리가라! 여신의 능력을 사용하면 이렇게 변신이 된다 ]




바질 선장! 날강도 같으니...


튜토리얼이 끝나면 루브리 섬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펀치몬스터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해서 알 수 있게 여러 가지 퀘스트가 배치되어 있었다. 튜토리얼의 연장판인 셈인데 각종 퀘스트들을 다 깨고 나니 어느새 10레벨이 넘어 있다.


레벨이 차니 마을의 그레이 장로 및 주민들이 소용돌이 해안에서 할 수 있는 퀘스트를 줬다. 작별의 눈물을 흘리며 바질선장의 바다독수리호를 타고 싸이클론 하버로 떠났다.


싸이클론 하버에 도착 후에도 퀘스트는 계속되었다. 열심히 마을 주민들의 심부름을 해주고 있는데... 어라? 퀘스트 한 개가 완료되지 않은 게 아닌가. 확인해보니 루브리 마을 항구에 있는 바질선장에게 복구된 나침반을 전달하라는 것. 떠나기 전에 했어야 하는 퀘스트인데 깜빡한 것이다. 퀘스트를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이 성격. 할 수 없이 다시 루브리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바질 선장에게 말을 걸었더니 두둥!


"님 차비요"
"얼만가요?"
"1000몬. 싫음 말구."


이제 갓 10레벨을 넘긴 나에겐 1000몬이라는 금액은 전 재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인데 그걸 내놓으라고 하다니! 순 날강도 같은 선장 같으니라고.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차비를 내고 퀘스트를 완료. 다행히 돌아오는 길은 요금을 받지 않았지만, 만약 아까처럼 1000몬을 또 달라고 했다면 바다독수리호에 구멍을 내어 침몰이라도 시켜야 속이 시원했을 거다.




[ 1000몬을 요구하는 날강도 선장 바질 ]



불의의 일격으로 초반 재산 관리에 큰 구멍이 생겨버린 달마대사. 메우는 방법은 노동뿐이던가.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퀘스트들을 눈에 불을 켜고 찾기 시작했더니 달걀을 모아오라는 의뢰를 발견!


내용은 간단했다. 닭장으로 들어가 스카프 치킨을 뒤에서 잡고 달걀을 낳으라고 으쌰으쌰 해주면 되었다. 하지만 이놈의 닭이 얼마나 날쌘지 채집 도중에 도망가기를 수십 차례. 100번은 족히 닭을 잡은 것 같다. 달걀 50개는 다 깨진 것. 고작 모은 건 달걀 10개. 역시 난 농장 체질이 아닌가보다. 달걀 채집 보다는 사냥이 더 효율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바로 들어버렸으니까.




[ 채집이 마무리 될 때쯤 잘 도망가서 날 힘들게 했다 ㅠ.ㅠ ]




동네북이거나 혹은 저주캐거나


마을 동쪽에 있는 관문을 지나면 몬스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포털 입구를 보면 사냥하기 적당한 레벨이 표시 되어 있어서 편의성을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걸 따질 내가 아니다. 퀘스트를 얼른 얼른 완료해야 보상도 두둑이 받고 텅 비어버린 지갑도 빵빵해지지 않겠나. 그래서 퀘스트를 한 번에 많이 깰 수 있는 부둣가부터 폐쇄된 수로를 집중 공략했다.


권장레벨의 위대함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권장레벨이 13~15레벨인 폐쇄된 수로의 소금채취장에 11레벨로 겁도 없이 들이댔다가 온갖 몬스터의 집중 공격을 받아야 했다. 이건 컨트롤로도 극복되지 않는 수준. 얻어터지고 얻어터지고 도망다니고 도망다녔다. 완전 동네북 신세였다.




[ 무작정 들이대면 이렇게 쫓기니 레벨에 맞는 사냥터로 다니자 ]



발길을 돌려 도착한 곳은 12레벨 권장인 가는 모래길. 어라? 그런데 '비리오드'라는 몬스터를 처치하면 세트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고?


이렇게 되면 퀘스트도 뭐고 뒷전이다. 원래 아이템이 좋아야 사냥도 더 잘되고 그런 법이지 않나. 비리오드를 만나러 가는 길은 험하고 험했다. 곱등이 몸에서 연가시가 튀어나오듯 몬스터들은 1+1, 1+2로 무리를 지어 날 반겼다. 겨우겨우 극한의 컨트롤로 적을 뚫고 비리오드를 대면하는 데 성공.


이제까지 모아왔던 여신의 능력을 폭발시키며 비리오드를 처치하고 나니... 아! 저주가 시작되는 것인가. 나오라는 세트 아이템은 안 나오고 이상한 팔찌 하나가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동네북에 이어 이젠 저주캐인가..."



모든 위대한 모험은 실패로부터 시작하므로...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뛰어든 펀치몬스터의 세계에서 달마대사는 이런 저런 좌충우돌을 겪으며 평탄치 않은 시작을 겪어야만 했다. 몬스터는 강했고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위대한 모험의 시작이라는 펀치몬스터에서 나는 위대한(?) 실패로 게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불운을 뛰어넘는 것은 인간의 끈기와 노력이다. 마음을 비우고 차근차근 몬스터를 잡다보니 첫 번째 전직을 할 수 있는 15레벨에 도달하게 되었다. 다음 편에는 15레벨 전직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내볼까 싶다. 기대와 응원을 부탁드리면서...




[ 위대한 모험은 이제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