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 중 두 번째로 강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칭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준우승의 자리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그 선수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막상 선수 입장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딱 한 번만 더 이겼다면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으나 그 한 발을 내딛지 못해 2위란 성적표를 받아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리그에서 2회 연속 준우승을 기록한 조중혁(SKT)은 결승전 결과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 것이다. 조중혁은 네이버 스타리그에서 조성주(진에어)에게, 스베누 스타리그에서는 팀 동료 김도우(SKT)에게 패배하면서 조연이 돼야 했다.

김도우의 우승 직후 현장에서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조중혁은 풀 죽은 목소리로 김도우의 우승을 축하해줬다. 조중혁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조중혁의 마음은 이해한다. 눈앞에서 또다시 우승컵을 놓쳤으니 그 아쉬움이 얼마나 크겠는가.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항상 1등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우승을 놓친 선수에게 위로가 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2위란 성적 역시 최고의 실력이 없다면 얻을 수 없는 성적이다.

조중혁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두 번 우승을 놓쳤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조중혁은 앞으로 결승 무대에 오를 때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나는 결승에선 안되는 걸까'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것도 하지 못한다.

물론 아쉽겠지만, '우승을 하지 못 했다'는 생각보다는 '난 2시즌 연속 결승에 갈 정도로 기복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경기에 임하길 바란다. 정명훈, 송병구도 몇 차례의 준우승 끝에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듯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조중혁에게도 기회는 찾아오는 법이니 말이다.

팬들은 2연속 준우승에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조중혁이 아닌, 2연속 결승 진출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절치부심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조중혁을 보고 싶어 한다. 시련에 굴하지 않고 더 힘차게 약진하는 조중혁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