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마약 취급하는 것에 반대하고, 문화의 한 부분임을 외치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혹자는 게임을 중독 물질이라고 하며, 또 누군가는 차세대 문화 산업의 원동력이라고 한다. 근본적으로 게임은 '놀이'에 속한다고 정의할 수도 있다. 주류 매체를 통한 개념 전달에서 문화로서의 게임은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 자리는 세상에 알려지기 힘들었던 게임의 민낯을 서로 이야기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11일 역삼동 D.CAMP에서 진행된 '게임은 문화다! 미디어콘텐츠 대토론회' 컨퍼런스는 게임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는 강연과 게임 마약법 반대 패널의 토론회로 구성되었다.

선착순으로 지원한 100명의 청중이 함께 자리했으며, 문화평론가 및 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 교수와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에 재직 중인 이인화 교수 등 유명 패널의 발표회 일정이 이어졌다. 행사장 벽에는 지난 11월 여가위 국정감사에서 백재현 의원이 지목했던 팬아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자리를 빛냈다.






14:00 - 행사 1부는 각계각층 인물이 게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순서로 시작되었다. 진행을 맡은 와일드카드 김윤상 대표는 "여러 자원봉사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왔고, 어떤 정치적 지원 없이 힘을 모아 마련된 행사"라면서 "미숙한 점이 있더라도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와일드카드 김윤상 대표


김윤상 대표는 첫 발표를 담당하기도 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시대에 놀라운 것은 전세계 네트워크 사용량 중 43%가 게임이라는 것"이라고 밝힌 김윤상 대표는 "게임은 IT분야의 자동차산업에 해당하며, 자동차가 여러 분야의 기술과 대자본과 노동력과 인간의 디자인이 모여서 국가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듯 게임 역시 IT의 종합적 산물, 엔진, 프로그래밍, 사운드, 서버 등 모든 기술의 총체"라고 정의했다.

게임산업의 영업이익은 자동차의 두 배이다. 예전에는 전쟁을 통해 기술이 발전했지만, 현재는 게임에 사용된 기술이 군사 분야에 사용될 정도로 첨단 기술을 이끌고 있다는 것 역시 강조했다. 게임이 수많은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게임은 인터렉티브 매체이며, 시나리오, 스토리텔링, 네이밍, 디자인 등이 포함되는 종합 예술이기도 하다. 문화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특정 매체를 국가가 사전심의하는 일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라고 말한 김윤상 대표는 작가 출신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한국 문단의 발전을 위해 게임산업과 강원랜드 등 사행산업 쪽에 기금 일부를 부담시키거나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한 것에 처참한 심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이 마약이고 정말 해로운 것이라면 왜 중국이나 영국, 뉴질랜드 정부가 게임사를 데려가고 싶어 할까"라고 반문하면서, "북한조차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위해 인터넷을 열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은 게임을 지원하지 않는다. 콘텐츠 수출액 중 게임이 80%를 차지하며, 진정한 한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별바람'으로 유명한 별바람스튜디오 김광삼 대표가 다음 발언을 맡았다. 김광삼 대표가 말한 골자는 간단히 압축되었다. "한국인은 '노력'이라는 또 하나의 종교를 믿고 있다"는 한 마디였다.



'너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느냐'는 질문을 하지만, 최선이란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시간이 남아도 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노는 것을 죄악시하는 것이다. 노력하는 자가 이겨야 하며, 노력하지 않는 자는 악하다고 믿는다. "게임을 하는 동안 계속 노력했다면 뭔가 더 할 수 있을 거라 믿지만, 그만큼 더 피로해 쓰러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라'는 명령을 따르는 것이, 바로 한국인이 불행한 이유라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방향은 다각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싸우는 동시에, 어떻게 화해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게임업계는 그전까지 유년기였다"고 단언한 김광삼 대표는 "성장기에는 무언가 성취했다는 것만으로 칭찬을 받는다. 게임업계의 유년기가 끝나간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변의 문제제기가 뭘 의미하는가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라고 열변했다.

우리 사회는 압축 성장을 통해 노력지상주의 현상이 생겼다. '우리는 노력했는데 게임이 우리 애를 망쳤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으니 게임이 문제라는 발상이다. 우리가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짚고 넘어갈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른다는 말도 이어졌다.

"이 상황을 잘 끌어내면, '한국 사회는 게임 사태로 편집증적 유년기를 벗어나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과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를 냉정하게 길을 찾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켰으면 한다"며 김광삼 대표가 발표를 마무리했다.



15:00 - 발표는 계속 이어졌다. 마이에트 엔터테인먼트 오지현 선임연구원은 "청소년 사망 원인 중 자살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동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함은 OECD 국가 중 최하"라고 자료를 제시하면서 청소년의 심리적 안녕감을 행위 이론과 동기 이론으로 분석했다.

심리적 안녕감에서 제공하는 요인은 게임이 제공하는 부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몰입이란 어떤 일에 집중을 하는 상태로, 행복을 의미한다. 주어지는 도전과 자신이 가진 능력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때 몰입이 가능하다. 아이들이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현실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며, 그것은 인간에게 근본적으로 내재된 욕망이라는 것.

"행복감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봤을 때 게임은 마약이 아니라 고차원적인 욕망에 속한다"고 주장한 오지현 연구원은 "우리가 즐긴 것이 건전한 취미생활임을 모두가 같이 공감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팟캐스트 방송 '우물 파는 게이머들의 리뷰'를 진행하는 강병수 씨는 발표 시작과 함께 게임 '스탠리 패러블'의 한 장면을 제시했다. 단순하게 버튼을 누르던 일을 하던 스탠리는 갑자기 사무실에 모든 사람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문을 나서게 된다. 강병수 씨는 이것이 게이머가 갇혀 있는 사태와 닮아 있다고 비유했다.

강병수 씨는 자신이 어릴 적 소닉을 너무나 사고 싶었지만, 어머니에게 소닉과 마리오의 차이점을 설명하지 못해 결국 구입하지 못했던 일화를 예로 들었다. "짧은 말과 글이라도 게임에 대한 경험을 조금씩 나눈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나누는 일이다"라고 말하면서 "쉽게 즐길 수 있는 파티플레이 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 체험 게임으로도 그런 것은 쉽게 공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우리 삶에서 게임이 커진 만큼 그 속에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된다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게임은 모두가 행복한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아직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왜 게임이 재미있는지 진심으로 알려준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분명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15:30 - 게임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강임성 씨는 '게임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나'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특정 영화가 아닌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말하기 어렵듯,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해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게임개발자, 학생, 학부모, 정부 부처 등이 생각하는 게임이라는 존재는 모두 다르다.

그는 자신을 '학생이었고, 가르치는 사람이었으며, 게이머이자, 개발자이자, 곧 학부모가 될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각 시기별로 다섯 입장에서 바라본 게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릎을 다쳐 재활할 때 게임을 통해 힘을 얻은 기억, 내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아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개발자의 길로 들어선 경험 등을 풀어놓았다.

예비 학부모의 입장에서 강임성 씨는 게임을 '실패를 통한 학습 메커니즘을 가장 잘 알려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해외에서는 게임이 학습에 유의미한 메커니즘임을 알고 교육에 이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겠다는 것. "학교 같은 게임이 아니라 게임 같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사회 및 학부모와 개발자가 공존할 방법을 찾을 때"라고 견해를 밝혔다.




프로그래머 오영욱 씨는 "한국은 게임을 만들 자유가 없는 나라"라고 표현했다. 게임물, 게임제작업, 게임배급업 등의 정의가 법적으로 존재하고 그 법령에 의하면 반드시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폭력적인 게임을 개발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인디게임 시장의 중심은 단연 PC플랫폼이다.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며, 가장 낮은 개발 문턱을 자랑하고 가장 많은 게이머가 존재하기 때문. 그런데 국내에서 게임을 만들려면 사업자 등록하고, 게임제작업을 등록해야 한다. 등록되기 위해서는 사무실이 또 있어야 한다. 거기에 돈을 내고 게임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 모든 과정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불법게임물로 벌금을 낸다.

결국 대자본과 큰 회사만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오영욱 씨는 "누구나 게임을 만들고 즐길 수 있어야 문화"라고 주장했다. 누구나 쉬운 툴을 통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누구나 게임을 만들어 그것을 이야기하고, 서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동시에 "게임을 문화라기 말하기 위해 문턱 제거에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16:00 - 다음은 특별한 시간이 이어졌다. 청소년 발표였다. 정부의 게임 탄압에 호기심을 가지게 됐다는 고등학생은 "게임이 성적 하락에 끼치는 영향이 별로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청소년의 행복도가 떨어진 현실에서 "게임으로 현실 도피를 하는 것이며, 잠시 현실을 떠나 도피를 함으로 인해 현실의 삶에 더 충실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게임은 왜 나쁜 것일까. 중독성은 곧 몰입감도 같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끊지 못하고 정주행하는 현상과 비슷하다. 80년대에 만화책을 불태운 모습처럼, 새로운 문화가 탄압당하는 현상 속에 게임이 그와 같은 길을 걸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중독법안 자료의 논리적 문제점에 대해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짚어낸 발표자는 "신의진 의원이 정말 구체적인 연구를 하고 싶다면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왜 해외 CEO들이 한국의 해당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지, 게임을 보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능성 게임이라는 용어를 창시한 윤형섭 교수는 '게임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해외에서는 귀찮은 일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어려운 기술을 재미있게 배우기 위해 게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타 연주법을 배울 수 있는 '락스미스' 시리즈 같은 게임이 그 예다. 사회 공헌에도 게임은 도움이 될 수 있고, 세계적인 기업에서 게임을 광고 수단으로 쓰기도 하고, 건강 및 재활을 위해 게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윤형섭 교수는 "이런 고려 없이 '게임을 하면 기분이 좋지 않으며, 우리 아이가 망가진다'는 발상은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많은 게임을 해보라고 갖다주는데, 오히려 적당한 시간 게임을 즐긴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을 늘렸다고 한다. 같이 퍼즐을 맞추고, 여행을 가는 일이 그것이다.

병의 치료를 위해 게임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는 게임도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게임을 공부하자고 하고, 한편에서는 마약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사회에서는 게임과 사행성게임을 구분하지 않으며, 중독과 과몰입 역시 구분하지 않아서 많은 퍼센티지를 중독으로 잡아버린다.

윤형섭 교수는 "게임연구재단 설립을 통해 게임중독 척도개발, 진단 방법, 상담사와 학부모 대상 예방교육에 힘써달라. 그리고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담보로 마녀사냥을 하지 말고 게임의 긍정적 측면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정기적인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게임을 통한 사회 공헌을 어떻게 더 늘려서 선행할 수 있을지 논의하자"와 같은 내용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