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에서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R2'의 올해는 다사다난했다. 지난 여름 실시된 '리버스(Re:birth)' 업데이트는 서비스 이래 최대 규모라 할 만했고, 유저와 개발자간의 열성적인 대화로 가득 찬 유저간담회도 진행되었다.

서비스 7주년이 지나가는 게임에 생명을 계속 불어넣는 작업은 몇 마디로 설명하기 힘들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심장 박동이 시작되었다. '리버스' Part2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번 업데이트는 시스템을 유저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듬겠다는 메시지를 건네고 있었다.

반 년 만에 'R2'의 최봉원 프로듀서를 다시 만났다. "하도 욕을 먹어서 수명이 늘은 것 같다"고 말하며 웃음지은 최봉원 PD는 이번 '리버스' Part2에서의 테마와 포부를 풀어나갔다. 웹젠 'R2'팀의 서비스 철학에서부터 조금은 민감한 이야기들까지, 'R2'의 2013년을 돌아보는 동시에 미래 그림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번 Re:Birth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지 다섯 달이 지났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나?

중심 내용을 놓고 보면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었다. 여러 문제가 생겨서 많은 유저분들의 지적이 있었고, 이번에 그 점들을 개선하게 됐다. 앞으로 계속 공급할 수 있는 콘텐츠 시스템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업데이트는 그걸 활용한 부분이 많고, 그런 측면에서 괜찮았던 것 같다.

공성지역을 새로 넣은 것이 컸다. 서비스를 7년 했지만 점령 지역 추가는 6년만이라 내부적으로 여러 부분에서 검토했다. 개선할 부분이 많지만, 공성이나 유저 참여 부분은 목적만큼의 성과를 거둔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유저분들이 여러 문제로 인해 고생하신 것이 아쉽다.


유저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였을 것 같다.

하도 욕을 먹어서 수명이 늘은 것 같다(웃음). 우선 지난 번 리버스 업데이트에서 반응이 굉장히 안 좋았다. 레벨 업 구간이 상위 레벨로 갈수록 넓어질 수밖에 없는데, 레벨 업 만족도를 어떤 시스템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전리품이라는 시스템이 들어가면서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이 발생하며 욕을 많이 먹었다. 의도했던 부분이 아니라서 부랴부랴 조정했다.

전리품 시스템이 부족했던 점을 이번 업데이트에서 보완했고, 반응은 괜찮았다. 사실 그런 업데이트가 아무 말이 안 나온다면 정말 잘 한 거다. 전리품은 유료 아이템과도 연결되니까.

▲ '화염의 탑' 봉인지


접속자 수에 변동이 컸는지?

아무래도 'R2'는 하드코어한 게임이다. 전체 게이머 풀을 100으로 놓고 보면 우리 타겟 범위는 10 정도. 그렇다보니 큰 변화가 있다기보다는 조금씩 만족도가 올라가면 하드코어 유저들이 이탈하다가 돌아오기도 하는 식이다. 접속량은 업데이트를 통해 키우긴 힘들더라. 꾸준히 유지되는 정도다.


그 말대로 하드코어하다 보니, 신규유저보다는 복귀유저 유치에 초점을 맞출 것 같다.

신규유저보다는 복귀유저, 그리고 복귀유저보다는 현재 유저에 포인트를 잡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한번 놓치면 돌아오기 쉽지 않다는 점은 인정한다. 아이템 가치도 게임 안에서 굉장히 높고. 그런 문제 때문에 현 유저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 신규 사냥터 '바알베크' 던전


리버스 Part 2 업데이트의 주된 내용은 무엇인가?

'밭을 갈았으니 씨를 뿌린다' 정도? 지난 업데이트로 천공섬 엘테르 지역에 의도한 만큼 공간을 확보했다. 이제 콘텐츠 뿌리를 내릴 때다. 그중 하나로 신규 사냥터 던전이 들어갔다. 이벤트적 옵션도 부여했다. 유저들이 얻는 만족도를 색깔이 서로 다른 두 개 던전에서 각각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추가로 즐길 수 있는 상층 던전(봉인지)을 마련해왔다. 상층 던전은 이번 '화염의 탑 봉인지'가 마지막이다. 총 5개로 마무리되고, 연결 지점에 대한 기획도 하고 있다. 5개가 끝이지만 콘텐츠의 끝은 이게 아니다. 기대하실 만한 부분이 아직 더 남아 있다.

한창 스피드 서버에서 유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사냥하고 있는데, 필드 이벤트도 추가됐다. 점령 게임은 문제가 좀 있었다. 단순히 사냥터를 막 추가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필드 재활용을 계속해야 했다. 그곳에서 공성도 하고 유저들이 행동하니까. 다른 게임은 초보 사냥터가 버려져도 유저가 욕하진 않는데, 우리는 모든 사냥터를 관리해야 했다.

유저의 행동에 따라 특정한 이벤트가 발생하고, 이벤트로 많은 보상을 취득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난이도가 있다. 상층 던전에서 난이도 높은 몬스터가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필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기존 필드몬스터에 비해 굉장히 강하다. 신규-복귀유저를 고려하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도 했는데, 오래 서비스된 게임이라 장비 누적량을 고려하면 복귀유저에게도 크게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전리품 시스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미 강화한 아이템이 다른 좋은 아이템으로 인해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기존 강화한 전리품이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게 나오면, 과거에 투자한 경험치를 이전할 수 있도록 했다.

큐브 시스템이 개선되기도 했다. 게임 내 밸런스 부분을 건드릴 수도 있어서, 공급량은 최소화한 상태다. 유저 요구가 많아지면 더 고려할 수 있다. 그외 여러가지 편의성을 강화했다.

▲ 신규 사냥터 '유피테르' 던전. 바알베크와 묘한 대칭을 이룬다


사냥 포인트를 일정 확률로 교환할 수 있는 랜덤보상 시스템이 추가됐는데, 운에 많은 것이 좌우될 것 같기도 하다. 문제가 되진 않을까?

사실 온라인게임은 모든 게 랜덤이라고 할 수 있다.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이 떨어지는 확률도 마찬가지다. 모든 게 확률 싸움이다. 유저 한 명이 사냥해서 가지는 보상이 100이라면, 그중 약간을 떼서 나중에 한 유저에게 터진다는 개념이다. 결국 기본적으로는 100을 공급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형평성도 있다.


스피드 서버에 업데이트 내용이 적용되어 있는데, 높은 드랍률 때문에 시세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리품이 과하게 공급된 것은 스피드 서버이기 때문이다. 전리품 체험을 짧은 기간 동안 느껴야 해서 스피드 서버 체험 유저에게 더 양질을 공급하게 된다. 드랍률도 높이고 경험치도 상향한다. 서버 본연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상위 콘텐츠가 공급될수록 기존 흐름대로는 스피드 서버 유저들이 모두 체험할 수가 없다. 7년 서비스를 통해 업데이트를 통한 시세 하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아실 것이다.


상당히 머리 아픈 문제일 것 같다. 신규 아이템이 너무 안 나오면 불만이 있을 테고, 너무 잘 나와도 시세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데.

높아지는 공급량이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필드 이벤트는 모든 유저가 참여하고 광범위하게 공급되고 있어서 기존 유저들은 대부분 참여할 수 있다. 일반 서버 드랍률은 조정되어 적용되지만, 만일 확률이 높더라도 아이템이 편중되지 않고 넓게 저변이 깔릴 것이다.

▲ 신규 변신 '엔젤리스' 인게임 화면


민감한 문제를 짚어봐야겠다. 오토와 핵 문제가 여전히 떠들썩하다.

장기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개발뿐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도 있다. 현금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작업장의 판로가 끊이지 않는다. 하드코어 게임일수록 게임 내 아이템의 가치가 높아지게 되어 있는데, 현금 거래가 갖고 있는 순기능도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작업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역기능도 발생한다. 내외적 문제 때문에 오토 박멸이 힘들다.

가장 큰 요인은 내부에서의 어려움이다. 오토 만 명을 잡아내면 어디에서 신상정보를 가져오는 것인지 2만 명이 새로 온다. 서버가 안정적으로 흐르면 아이템 가치가 유지되는데, 그러면 그쪽으로 달려든다. 감당할 수 있는 난이도가 아니다.

사실, 우리는 특히 오토를 잡기에 조건이 까다롭다. 혹시나 잘못 오인해서 일반 유저를 오토나 핵으로 잡아 몇 년 동안 모은 아이템을 몰수해버리면 얼마나 상처를 입겠나. 그런 일을 방지하려면 철저하게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러는 시간 동안 또 오토가 들어온다. 비단 우리뿐 아니라 오토로 고생하는 모든 게임이 갖고 있는 고충이다. 현금성이 보장되면 답이 없을 정도로 들어오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오토 문제를 근본적인 시스템으로 보완할 방법은 없을까?

이번에 추가되는 필드 이벤트가 그런 성격도 갖고 있다. 유저들에게 사냥 시스템을 공급하는 동시에 붙박이 필드 오토들의 사냥을 방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답하자면 확실한 해결책은 없다. 오토 기술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막는 사람은 힘들고, 뚫는 사람은 쉬운 게 해킹 시스템이다. 우리는 오토와 핵을 인정하지 않는 게임이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고 있다.

가끔 어이가 없는 글을 발견하기도 한다. 운영자가 작업장을 운영하고 아이템 판매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법인 회사고, 그런 구멍가게 발상은 단속된 작업장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일반 유저를 단속한다는 유언비어도 절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일이 있을 경우 우리나 인벤 사이트를 통해 말씀해주시면 무조건 다 풀어드린다.

▲ 신규 변신 '캣츠메이드' 인게임 화면


신규 서버 오픈이나 서버 통합 일정은 따로 있나?

'R2'는 똑같이 경쟁을 시작하더라도 어느 정도 진행되면 격차가 생긴다. 최상위층이 정리하지 않는 이상 같은 조건에서 새로 시작했으면 하는 요구가 언제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반복해서 신규 서버를 오픈했고, 추가 서버도 내부에서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서버통합은 쉽지만은 않다. 서버마다 시세와 아이템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 유저가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을 조심하고 있다. 유저간담회도 다시 열 예정이니 많은 의견을 들어서 서버통합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또 한 가지 유저와 약속한 부분이 캐릭터 서버 이전이었다. 반 년 전이었던 것 같다. 현재 준비 중이고 빠르면 내년 초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서버를 선택할 수 있게끔 하겠다.


다음 유저 간담회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잡혀 있는지?

지난 간담회에서 약속드린 것처럼 현재 준비하고 있고, 곧 좋은 소식을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예전보다 많이 준비하겠다. 유저에게 직접 쓴소리를 들으면 더 사무치기도 해서 동기부여가 된다. 직접 얼굴을 마주치니 참 좋았다.

▲ 신규 변신 '캣츠메이드' 일러스트


2013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 동안 만족한 점과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항상 아쉬운 게 많다. 1년 동안 준비해도 대형 업데이트가 두 번이다. 산적한 문제가 많은 것도 안다. 인벤 R2 커뮤니티에 'R2에게 바란다' 게시판을 만든 게, 잘 했다 싶으면서 '내 발등을 찍었다'고 느낄 때도 간혹 있다(웃음). 유저들의 요구 사항을 계속 정리하시는 분도 있는데,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다만 우리도 인력의 한계 때문에 모든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쉽진 않다. 한 가지 요소를 넣었을 때 그로 인해 모든 시스템과 콘텐츠에 영향이 생긴다. 제안해주신 부분을 수용했을 때, 그리고 유저분들의 피드백이 좋을 때 만족스럽다. 최근 조합 시스템을 개선해봤는데, 한결 편해졌다는 말을 유저에게 들어 기뻤다.

아쉬운 경우는 최대한 많이 해보려고 했지만 안 됐을 때. 유저 제안을 놓고 준비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데이터를 전부 풀어보고, 이걸 했을 때 어느 정도 영향력이 파생될지, 새 아이템은 기존 유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검토해보고 또 몇 가지 회의를 거친다. 좋은 의견을 열몇 개씩 주시지만 반영하는 건 두세 개뿐이라 그게 제일 아쉽다.

계속 우선순위를 정해서 유저들이 아쉬워 하는 부분을 최대한 해결하려고 한다. 조금씩 기다려주신다면 감사하겠다.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 여러분께 한 마디 부탁한다.

다양한 게임이 나오는 지금까지도 'R2'를 꾸준히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분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최대한 살펴보려고 한다. 개발자로서의 욕심도 있다. 유저가 원하지 않는 콘텐츠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유저 편의성을 개선해나가는 쪽으로 포인트를 잡고 있다. 앞을 보고 가려고 한다. 그게 우리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