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지난 2012년. 모바일게임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거라 발표했던 위메이드는 미국의 E3, 일본의 TGS2012에도 참여해 자사의 모바일게임을 여러 개 선보였다. 그 당시 모바일게임이야 사실상 뻔했다. 기기의 한계도 있고 네트워크도 썩 좋지 않아 대부분 간단한 형태의 캐주얼게임들이었다.

위메이드가 자랑스레 펼쳐 놓은 게임들 중에도 뭐, 그런 뻔한 게임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는 뭔가 좀 다른 게임도 분명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당시 모바일 환경에서는 절대 실현 불가능한 대규모 MMORPG, '아크스피어'였다.

시작은 화려했으나 과정은 미미했다. TGS2012이후 1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변변한 소식 하나 들려오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대작이라고 기대 만발이었던 유저들도 '뭐야, 그래서 언제 나온다고?' 라는 말만 하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전설 속의 게임인가, 출시되긴 하는가' 라는 의문마저 들었다.

기다림이 끝날 거란 희망이 보인 건 2013년 11월.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실시한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기약 없던 출시가 그래도 머지 않아 이뤄진다는 희망이 보였던 것이다. 2년 여를 기다려 왔던 유저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너도나도 CBT에 참여하길 원했다. 그 후 3개월이 흐른 2014년 2월 말, 드디어 대망의 출시일이 공개되었다. 드디어 2년 간의 기다림이 끝난 것이다.

이런 기쁜 소식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아직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건 알지만 그래도 너무 궁금한 나머지 아크스피어 개발을 총괄 담당하고 있는 위메이드 이현승 실장을 만나 앞으로 만나 볼 아크스피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아크스피어 총괄 개발을 담당한 이현승 PD


TGS2012 현장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정확히 개발은 얼마나 걸렸으며, 또 왜 이렇게 오랫동안 유저들을 기다리게 했는지 한 마디 부탁한다.
햇수로는 3년, 약 2년 3개월 정도 됐다. PC플랫폼부터 MMORPG경력을 쌓아온 위메이드의 노하우를 모바일로 녹여내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꽤 대규모 게임이다보니 여러모로 담고 싶은 게 많아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비록 개발 기간은 길었지만 완성된 모습을 보니 뿌듯함을 느낀다. 개발 중간마다 진행했던 사내 테스트에서 꽤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고, 이번 클로즈베타에서도 호평을 많이 받았다. 수많은 모바일MMORPG중에서도 단연 대작으로 인정받을 자신이 있다.


▲ 컨셉부터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다

▲ 자신감은 트위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단한 자신감이다(웃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지만, 그 중에서도 아크스피어의 어떤 부분이 가장 자신있는가?
요즈음 유저들의 취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간단한 카카오게임으로 입문한 사람들이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지고, 그 다음 단계로 좀 더 몰입할 수 있고 오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원하고 있는 추세다.

아크스피어가 바로 유저들이 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라 생각한다. 보통의 모바일RPG는 스테이지별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방식이지만, 아크스피어는 광활한 필드를 탐험하며 채집, 사냥은 물론 레이드까지 즐길 수 있는 실시간 MMORPG라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여러 명이 거대 보스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고.

규모 자체도 다르다. 1,600개가 넘는 퀘스트와 수백 가지의 몬스터들, 100종 이상의 직업별 고유 스킬과 코스튬 등 PC MMORPG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규모를 자랑한다. 콘텐츠부터 그래픽, 운영, 게임성까지 뭐 하나 A급 아닌 게 없다. 분명 유저들도 좋아해 주시리라 믿는다.





핑거 스킬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스킬 시전 방식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손가락으로 모양을 그려 스킬을 발동하는 방식이라던데,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RPG는 구조만 놓고 본다면 동종 장르와 큰 차이점을 두기 어렵다. 차별점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UI나 조작, 비주얼같은 세심한 부분에 공을 들여야 한다. 차별점을 갖추면서도 모바일 환경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재미가 무엇일까...라는 고민 끝에 도입한 시스템이 바로 '핑거 스킬' 시스템이다.

손가락으로 시전 모션을 그려 스킬을 발동시키는 조작을 갖춘 게임은 이 전에도 꽤 있었지만, 알다시피 썩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꽤나 걱정도 많았다. 이에 예전 사례의 실패 원인을 면밀이 살펴봤는데, 손가락으로 그리는 궤적과 캐릭터의 동작이 같지 않아 생기는 괴리감이 가장 큰 요인인 듯 했다.

따라서 아크스피어의 핑거 스킬은 실제 캐릭터 액션과 손가락의 모션이 일치하게끔 설계해놨다. 터치 조작 기반의 환경에서 가장 간단히 할 수 있으며, 실제 캐릭터의 액션에 플레이어가 직접 개입하는 느낌을 살려 모바일에 최적화된 재미를 주도록 해놨다.

▲ 아크스피어의 핑거스킬 공식 가이드(※ 출처 : 아크스피어 공식 트위터)

▲ 핑거스킬...정말 재밌단다(※ 출처 : 아크스피어 공식 트위터)



잠깐 보니 유저에게 하나하나 가이드하기 보다는 자유롭게 플레이하며 학습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더라. MMORPG를 무리 없이 플레이하는 기존 게이머층을 타겟으로 두고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맞다. 굳이 비교하자면 지금의 모바일 MMORPG 스펙은 1990년대의 PC MMORPG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그 때 PC MMORPG를 즐기던 유저는 이제 대부분 30~40대의 사회인이 되어 있을 거다, 업무나 생활여건 상 PC 게임에 오래 머물러 있기 힘들지 않겠는가. 아크스피어는 이런 유저층에게 모바일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옛날의 향수를 다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PC MMORPG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했지만 이미 24인치의 넓은 모니터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굳이 좁은 화면의 모바일 MMORPG를 할까 의문이 든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크스피어는 PC MMORPG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일단 실시간 MMORPG가 갖춰야 할 그래픽과 게임성, 콘텐츠는 확실히 마련해 두었다. 그러면서도 모바일의 강점인 휴대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직관적인 UI와 손쉬운 조작방식에 많이 공을 들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PC MMORPG를 즐겨한다고 해서 아크스피어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요즈음 유저 생활 패턴을 보면 PC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야 인터넷을 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PC를 켜야 했지만 지금은 모바일로 간단하게 볼 수 있다.

게임으로 보면 책상에서 정자세로 플레이하던 습관이 거실의 쇼파 위에서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기본 생할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오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이라고 PC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을 듯 하다.

▲ 아크스피어 티저 영상. UI나 전투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자동전투 시스템을 도입해 간편하면서도 보는 맛을 제공하는 모바일 RPG가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 반면 아크스피어는 자동전투가 없다고 들었다. 조작이 좀 번거롭지는 않을까?
'보는' 즐거움이 있는 게임과 별개로, '하는' 즐거움이 있는 게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개발자로서는 요즈음 유독 '보는' 게임이 많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졌다지만 결국 게임전용 기기가 아니라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 간단한 구조 안에 최대한의 게임성을 담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자동전투 시스템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시스템이다.

허나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게임은 결국 레드오션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이 시점의 블루오션을 택한 대신, 어려운 길을 애써 간거다. 전략과 보는 즐거움이 있는 게임의 홍수가 몰아닥치고 있는 와중, 다른 길을 택한 아크스피어는 비슷한 형태의 게임이 많지 않다. 직접 하는 재미, 모바일에서는 못봤던 직관적인 플레이로 충분히 몰입할 수 있으리라 본다.




실시간으로 친구들과 동시에 보스 몬스터를 공략할 수 있는 레이드 전투가 특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한다.
스테이지 형식의 전투라면 제한 인원이 있겠지만, 아크스피어는 필드 기반의 실시간 전투다. 따라서 필드에 있는 인원이 모두 그 곳의 보스를 함께 공략할 수 있다. 내부 테스트에서도 20명 이상의 인원이 함께 공략하더라도 별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서버 환경이라던가 트래픽 과부하로 지연 현상이 유발될 수도 있긴 하다. 가장 원활한 플레이를 즐기고 싶다면 최대 4인으로 플레이할 것을 추천한다. 물론 개발 환경이라던가 기기 스펙에 따라 적정 인원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실시간 MMORPG라 소셜 커뮤니티 요소도 상당 수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모바일 환경은 빠른 채팅이 어려운데, 커뮤니티 기능을 어떤 형태로 마련했는가?
제일 만들고 싶었던 게임 형태는 '라그나로크'다. 마을 안에서 오손도손 커뮤니티를 펼칠 수 있는 포근한 감성을 담고 싶었다. 라그나로크의 게임성 자체도 매우 탁월하지만,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커뮤니티라 생각한다. 따라서 아크스피어도 커뮤니티로 롱런하는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

일단 실시간 파티 플레이에 특화된 전투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파티 관련 시스템을 상당히 두텁게 마련해두었다. 업적이나 칭호 등 자신의 게임 플레이 과정을 수치로 표현해 성취감을 제공하는 방안도 마련해 두었다. 이 밖에 개인상점, 친구끼리 컨디션 주고받기, 다양한 모션 표현 등으로 경제 구조나 인간관계 등 여러 곳에 커뮤니티 요소를 적절히 가미해 두었다.

▲ 오손도손, 간편 커뮤니티 기능을 마련해두었다




사실 아직은 네트워크 환경을 두고 '매우 안정적이다' 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친구가 없거나 지연 현상을 꺼리는 유저들은 솔로 플레이 위주로 할 텐데, 이를 위한 콘텐츠도 마련해 두었는가?
아크스피어가 파티플레이에 특화된 게임이지만, 그렇다고 강압하지는 않는다. 파티가 필수가 되는 기점은 극히 후반이 될 거고, 그 정점이 될 때 까지 충분히 혼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게임 내에서도 수월하게 친구를 사귈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마련해 두었다.

일단 스토리 기반으로 흘러가는 1,600개가 넘는 퀘스트를 수행하며 성장해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게임 플레이 방향이 남들과 다르더라도 그에 맞는 칭호나 업적이 주어져 파티 플레이 없이도 나름의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다. 코스튬 같은 꾸미기 요소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도 있을 테고. 혼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상당해 솔로잉을 지향하는 유저도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 거대 보스의 포스가 대단하다



클로즈베타 서비스 때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당시 유저들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전달받았는가?
총 3일간 진행되었던 CBT에 신청한 사람만 18,000명이었다. 그 중 첫 날은 13,000명이 몰렸고 2일 차 70%, 3일 차 60%의 높은 재접률을 기록했다. 동시접속 인원도 3,000명이나 되었다. 플레이한 유저들 대부분이 커뮤니티도 즐겁고 전투도 재밌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줬다. 근 3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고생했던 모든 것을 CBT에서 증명받은 거 같아 너무 뿌듯했다.

많은 인원이 몰리다보니 자연 네트워크 문제를 지적받게 됐는데, 가장 크게 도움됐던 지적은 몬스터의 로딩이 느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미 테이터를 활용, 몬스터의 외형이 제대로 로딩되지 않더라도 몬스터의 존재나 선공 유무는 알 수 있게 해놨다. 이처럼 미처 체크하지 못한 세밀한 부분을 유저들이 알려줘 완성도에 보탬이 되었다.

▲ 당시 CBT 피드백을 받은 아크스피어 개발팀의 마음(※ 출처 : 아크스피어 공식 트위터)



현재 준비된 콘텐츠는 어느 정도이며, iOS와 안드로이드 지원 여부를 알려달라.
현재 60레벨을 웃도는 콘텐츠를 마련해두었지만, 오픈 버전의 콘텐츠는 30레벨까지가 될 거다. 또한 마련된 5종 직업 중 3종 직업을 공개, 추후 순차적으로 직업 가짓수를 늘려나갈 생각이다. 당장은 솔로잉 혹은 소규모 파티플레이 위주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레이드 필드나 던전을 추가해나갈 생각이다.

이런 말씀 드리기 미안하지만, 심의 문제가 있어 iOS서비스와 안드로이드 서비스가 동시에 이뤄질 것 같지 않다. 먼저 안드로이드 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최적화나 안정화 작업에 주력해, 빠른 시일 내에 iOS버전을 구축할 계획이다. iOS버전이 나올 때 즈음이면 대규모 업데이트도 같이 이뤄질 것이다. 안드로이드 유저와 iOS 유저 간 차별이 생기지 않게 형평성도 신중하게 조절하려 한다.



▲ 오픈 버전부터 플레이 가능한 직업 3종

▲ 아직은 때가 아니다. iOS 유저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출처 : 아크스피어 공식 트위터)



3월 12일, 대망의 아크스피어 출격날이 드디어 정해졌다.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린다.
각오에 앞서 일단 관심가져 주시고 CBT까지 적극 참여해 주신 유저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공개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으나, 그래도 이 쯤에서 출시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유저의 공이 크다. PD로서 자신있게 말씀드리건데, 그 기다림을 모조리 보상받을 수 있을 만큼 공들여 만들었다. 부디 재밌게 즐겨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개발 기간과 상관없이, 아크스피어는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작품이었고, 개발자로서 구현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담아낸 타이틀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모바일게임시장이 점차 MMORPG 위주로 흘러갈 것이다. 그 과도기에 아크스피어가 하나의 촉매제가 됐으면 좋겠다.

▲ "긴 기다림, 꼭 보답하겠습니다!" 강인한 눈빛 장전 완료!

▲ 3월 12일까지 모두 안녕!(※ 출처 : 아크스피어 공식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