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2'가 나온지 1년 정도 지난 때였던 것 같다. 여느 때처럼 동네 PC방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당시 디아블로2의 인기는 전국을 휘감고 있었고, PC방은 디아블로2만 깔아 놔도 어느 정도 장사가 됐다. 옆자리를 슥 봤다. 나보다 쎈지 안쎈지, 아이템은 뭘 차고 있는지 보려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대학생 쯤 되는 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가 하고 있는 게임은 디아블로2가 아니었다. 뭔가 비슷하긴 했는데 그래픽이 달랐다. 부드러운 그래픽, 눈이 휘둥그래지는 마법 효과가 눈에 띄었다. 중학생이었던 기자가 처음으로 '뮤'를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이 바로 그랬다. 놀라웠다.

99레벨이 머지 않았던 바바리안을 일거에 삭제하고 '뮤'로 갈아탈까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2만 원이 넘는 월정액은 당시 기자의 한 달 용돈을 웃도는 수치였다. '뮤'는 꿈 많은 15살 청소년에게 거대한 자본의 벽을 실감케 했다.

13년이 지난 지금의 '뮤'는 더이상 그런 놀라움을 보여주진 않았다. 기억나는 것은 10여 년을 걸쳐 숙성되어 온 이상한 별명. 사람들은 이 게임에 그리 많은 컨트롤이 필요없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동전을 꼽거나 프로그램을 돌렸다. '뮤'는 '사람이 아니고 컴퓨터가 하는 게임'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 때 웹젠은 라디오에서 '형님'들을 위한 게임이라고 광고까지 했다. '뮤'의 게임플레이 방식이 어떤지 그들도 알고 있다는 증거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뮤'. 국내 3D MMORPG의 시작을 알린 이 작품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어느새 시즌9 업데이트를 맞이한 '뮤'의 현주소, 그리고 지금까지 겪어왔던 사연을 듣기 위해 웹젠을 방문했다.

▲ 웹젠 임준혁 PD





'뮤'라는 이름으로 인터뷰를 한 것은 참 오랜만이다. 그간 어떻게 지내왔는지부터 물어야 할 것 같다.

장수 게임들은 공통적인 딜레마를 갖는다. "새로운 거 넣어 보자.", "이번에는 이렇게 해보자." 이런 이야기는 많이 한다. 시도도 많이 해봤고. 하지만 결과는 보는 바와 같다. 기획자가 만들고 싶은 것과 유저들이 즐기는 것엔 차이가 있다. 최근 들어 이벤트성 콘텐츠나 보안 관련한 업데이트가 주를 이룬 것도 그때문이다. 새로운 것보다는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에 어울리는 업데이트 위주가 됐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의 업데이트는 불성실하게 비춰질 우려가 있을텐데.

새로운 게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관점의 차이랄까. 연세많으신 분께 안드로이드 기종과 iOS 기종을 드렸더니 iOS가 편하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안드로이드는 컨트롤할게 많은 만큼, 초반에 겪는 어려움만 넘어서면 오히려 높은 접근성을 가진다고 본다.

'뮤'의 업데이트를 보는 관점 역시 이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게임에서도 보였던 퀘스트 업데이트 막 한다고 '뮤' 유저들이 좋아하는 게 아니다. '뮤'는 솔로플레이가 강점이다. 대다수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우선이 되고, 그 다음이 소수 유저들을 케어하는 것이다.

아예 방관한 것도 아닌게, 얼마 전에는 GUI 업데이트도 적용했다. 접근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었고. '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고, GUI 버튼이 화면을 빼곡하게 메웠다. 이를 좀 심플하게 바꾸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 때문에 기존에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이유가 뭔가.

너무 많이 바뀌었다고. 귓속말 사용법도 예전과 달라 헷갈린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때 알았다. 우리가 보기에 좋아 뵈는게 아니라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걸. 요즘 게임의 트랜드를 무조건 따라갈 수는 없다는 걸 말이다.



그렇다면 '뮤'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특징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에는 동전꼽기 같은 걸 쓰는 분이 많았다. '뮤'가 외부툴, 그러니까 USB 형식 오토와 함께 성장해왔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오토도 꾸준히 발전했다. 당연히 차단도 열심히 했다.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오토는 정말 열심히 잡았다. 하지만 이게 오래 지속되다보니 게임플레이 자체가 솔로잉 위주로 발전됐다. MMORPG인데도 말이지. 물론 커뮤니티가 살아있기는 하지만.

이 덕분에 큰 결심을 하게 됐다. 2011년 즈음 업데이트에 도우미 시스템을 넣었다. 활성화시키면 특정 조건에 의해 자동으로 사냥한다. 처음에는 우리도 반대 엄청 했다. 이 때문에 '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쌓인 건데 이걸 게임 내에서 지원하는 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도우미가 적용된 후 유저들의 반응은 어땠나?

괜찮았다. 들어감과 동시에 동시접속자 수가 늘었다. 이거 없을 땐 돈 주고 오토 썼지만, 게임에서 최소한의 오토를 지원해주었으니.



5개월 만의 대규모 업데이트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딱히 무엇을 핵심이라 꼽기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뮤'는 서비스 기간이 오래된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업데이트가 요구된다.

크게 나눈다면 캐릭터 밸런스 리뉴얼, 통합 전장 서버인 '배틀코어' 내 '카오스캐슬' 추가 적용 사안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배틀코어는 서버 통합 최강자를 뽑자는 게 표면적인 목적이지만, 사실 여러 장소에 나뉘어진 유저들을 한 곳에 모일 수 있도록 유도한 콘텐츠다.

의도했던만큼 성과를 거뒀고, 유저들의 반응도 좋았다. 이번 업데이트에 들어간 부분도 이러한 목적에 뜻을 두고 있다.


밸런스 리뉴얼을 감행한 사연이 있었을 것 같다. 게임을 서비스하며 항상 겪게 되는 문제 아닌가.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캐릭터인 '레이지 파이터'가 타 클래스와 비교해 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실 초기에 밸런스를 잡아 줬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 유저들도 알 것이다. 5개월 쯤 지나면 많은 유저들이 해당 직업을 키우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함부로 밸런스를 하향시키기 애매해진다. "아니,지금까지 잘 하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하향이 왠 말이야!"라고 말하면, 솔직히 개발자 입장에서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다른 클래스를 상향시키기로 했다. '레이지 파이터'도 미세한 하향을 거쳤지만, 대신 3차 전직이 열리면서 마스터스킬도 오픈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레이지 파이터' 역시 강해진 셈이다. 즐길 요소는 충분하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원래 밸런스 잡는다는 것은 강한 캐릭터를 깎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사실 하향이 더 쉽다. 하지만 그게 옳은지 판단하는 사람은 유저들이다. 오랫동안 플레이한 캐릭터가 갑자기 약해지는데 좋아하는 유저가 많을리 없다고 생각했다.

▲ 레이지마스터도 마스터스킬이 오픈됐다.



신규 캐릭터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짧게나마 설명해줄 수 있나.

유저간담회에서 대략적으로 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다. 랜스를 사용하는 근거리 캐릭터로, 성별은 여성이다. 직선형 공격이 중심이 되도록 디자인하고 있다. 사실 '뮤'가 워낙 오래된 게임이다보니, 클래스 별 개성이 그리 강하지가 않다. 솔로잉 위주로 발달했고 이에 따라 대부분 만능형 캐릭터다. 그래서 이번 신규 캐릭터를 만드는데도 고민을 많이 했다. 올해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 ▲ 되팔기 기능도 이번 업데이트로 적용됐다. ]
유저 편의성을 업데이트할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나.

앞서 말했듯 GUI 개편하면서 느낀 게 많다. 뮤를 해보지 않은 유저들이 느끼는 편리함, 뮤를 오랫동안 즐겨온 유저들의 편리함은 분명 다르다. 어느 한쪽만 따라가는 업데이트는 좋지 않다고 본다. 기존에 있던 것을 수정할 땐 언제나 조심스럽다. 유저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을테고.


플레이가이드가 추가된다고 들었다.

13년 된 게임이다보니 들어간 콘텐츠가 너무 많다. 개발자도 뭐가 들어갔는지 전부 기억 못 할 정도다. 당연히 처음 온 유저들이나 복귀 유저들이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플레이가이드는 이런 유저들을 위한 시스템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게임 안에 웹페이지와 연결되는 장치를 마련했다. 눌러보면 유저들이 작성한 가이드로 연결된다.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 초보자들이 캐릭터를 키울 때 어떤 것을 주의해야되나 이런 이야기들. 지금은 인게임이지만 방식은 계속 찾고 있다. 더 편한 방식이 있다면 수정할 생각이고. 고레벨 유저들은 잊고 있었던 정보를 찾을 때, 초보 유저들은 빠르게 게임을 익힐 때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초보자에게 더 어울리는 시스템인 것은 맞다. 동선을 초보자에게 어울리도록 만든 이유도 그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콘텐츠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만약 그게 어렵다면 운영진에서 최대한 편리한 방법을 찾아봐야지. 단순 개발만 갖고는 무리다. 유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오래 된 게임엔진이다보니 외부 공격도 많았을 듯 하다.

뚝방에 난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듯, 정말 하나하나 다 막았다. 솔직히 마음같아선 엔진도 최신으로 싹 갈아 엎고 싶다.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존 제품 위에 계속 발라서 때우는 형식인 것도 이 때문이고. 아까 말한 외부 공격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작업으로 대부분 개선했다. 지금은 튼튼한 상태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뮤'가 솔로잉에 특화된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변화 요소는 분명히 필요하다. 협동해서 강력한 몬스터를 잡는다던가, 배틀코어도 파티플레이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요소다. 그 외 특정 시간을 정해 룬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개발진에서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을 오래 해본 유저들은 알겠지만, 고착화를 피하기 어렵다. 점점 외로워진다. 길드원이 24시간 나만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고. 파티플레이 강화하는 데 힘 쏟는 것을 멈춰서는 안된다. 유저들의 피드백이 더 능동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많이 이야기 해주었으면 한다.

▲ '배틀코어' 내 최강자전은 풍성한 보상 아이템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