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좋아하는 국내 유저라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오랜시간동안 게임을 즐겨온 사람을 직접 플레이 해 봤을 것이고, 비교적 최근에 게임을 좋아하게 된 사람도 한다리 건너 건너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이하 어스토)는 대한민국 RPG에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기억하는 사람들과 팬들이 많다. 로이드, 레자일, 지상 최강의 마법사(?) 러덕, 그리고 히로인 일레느 등등 아직도 그리운 이름들이다.

후속작은 물론, 리메이크와 온라인 버전까지도 등장했던 어스토니시아가 모바일로 등장했다. 턴온게임즈가 발표한 '어스토니시아 VS'가 그 주인공이다. 정말 급작스러운 등장에 다들 놀랐지만, 더 놀라운건 변화된 모습이다.


일단 RPG가 아니다. 어스토니시아의 세계관을 계승한 '대전', 거기에 룰은 가위바위보 형식의 배틀 게임이다. 몇몇 캐릭터들은 어스토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굉장히 익숙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뉴페이스들이 많이 등장했다. 직접 플레이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심리전'이 정말 일품이라고 할 만큼 쫄깃하다.

다만 '어스토'를 기억하는 유저들에게 RPG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많은 아쉬움을 살 수도 있다. 정말 두터운 팬층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결국 '어스토'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어째서 턴온게임즈는 새로운 장르를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직접 들어봤다.

▲ 턴온게임즈의 박찬규 개발팀장





상당히 급작스럽게 게임이 등장했다. 개발 과정과 기간이 궁금하다.

개발기간은 9개월쯤 된 것 같다. 원래는 작년에 나왔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진 감이 있다. 유니티 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했는데, '어스토VS'는 스킬이 대략 300여종 정도 되고, 각각 필살기가 있다보니 정말 리소스가 많다. 그나마 저사양모드를 키고 게임을 하면 좀 덜 하다.

또, 캐릭터마다 다양한 표정변화와 입술의 움직임 등등 세부적인 움직임이 많다보니 리소스가 크게 증가한 것 같다. 갤럭시 노트 2정도나 그 이상의 사양을 가진 스마트폰이라면 원활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갤럭시 노트 2가 처음 등장했을때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좋은 폰들이 많이 나와서 다행이다.(웃음)

턴온게임즈는 그동안 온라인게임을 만들던 경험이 많지만, 모바일에서의 경험이 풍부하다고는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어스토VS'의 작업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최적화였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정도 최적화 밸런스가 잡혀있기에 태블릿에서 플레이한다면 훨씬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할 것이다.




대전 게임이라서 놀랬다. 아무래도 장르가 원작과 달라지다보니 게임의 재미포인트를 잡는데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원래는 RPG로 개발하고 있었다. '어스토VS'가 대전게임으로 바뀐 이유는 좀 복잡하다. 원래는 어스토니시아의 세계관을 계승한 카드 게임을 만들 예정이었다. 예전에 발표도 한 번 했었고, 당시 시장에 워낙에 카드 게임의 붐이 일기도 했다.

아무튼 방향을 바꿔서 개발하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문제가 생겼다. 카드 게임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멋진 일러스트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훌륭한 일러스트레이터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대안을 생각했고, 그게 우리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3D 모델링등의 기술이었다.

사실 기존의 카드 게임은 연출이 좀 부족한 느낌이 있다고 느낀것도 있다. 카드는 예쁜데 공격할 때 날아가는건 종잇장이고.(웃음) 그래서 새로 생각한 소재가 대전게임이었다. 예전에 북미쪽 시장에는 가위바위보 시스템을 활용한 게임들이 몇 개 있었다.

이 소재를 이용해서 카드와 접목시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심리전이 일품이었다.(웃음) 다만 아무래도 대전 게임은 굉장히 접근하기가 어렵고 적응도 힘든 편이라 유저들이 좀 더 라이트하게 해보기 위해 신경을 썼다. 그 외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룰'을 정하는 부분이었다.


가위바위보 대전게임의 경우 룰에 따라서 밸런스 붕괴가 쉽게 일어난다. 구체적인 룰은 어떻게 되는가?

그래서 우리도 룰을 정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고,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일단 '어스토VS'에서는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소모되는 구슬이 있다. 충전, 공격, 방어로 나뉘는데 공격에서는 구슬을 소모하고 방어는 소모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예전에는 방어가 실패해도 구슬이 소모가 됐고, 가드 불능의 공격도 없었다.

예전에 보았던 게임중에, 스킬 구슬을 5개 소모하면 강력한 가드 불능의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방어가 안되니까 쪼이는 기분과 함께 조마조마한 심정이 들면서 심리적인 재미가 훨씬 강력해졌다. 그게 더 변수가 많아지고 재미있다고 느꼈다. 단순히 가위바위보만 잘 한다고 이기면 부족하기에, 구슬 충전 운용하는 전략의 재미도 살리는 룰을 채택했다.


[ '어스토니시아 VS' 공식 프로모션 영상 ]


실시간 대전이다보니 아무래도 심리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겠지만, '족보'가 생성될 수 있을 것 같다.

맞다. 어느 정도는 족보가 있지만, 이 부분에서는 좀 미묘하다. 고수끼리는 서로 족보의 허를 찌르는 족보들이 있고, 초보자들은 고수를 상대하기 위한 전략도 있다. 이 외에도 초 고수들을 위한 전략도 있는데, 이게 아무래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게 아닌 이상 절대로 완벽할 수 없다.

스트리트파이터같은 대전 게임에는 필살기나 콤보, 견제등의 전략이 요구되고 상대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게 일반적이다. 심리를 잘 보는 사람이 잘하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운영에서 무너지면 힘들지 않나. 영원한 승자는 없다.

'어스토VS'는 심리전이 정말 크다. 카드의 스킬에 따라서 어느 정도 승패가 좌우되는 점이 있긴하지만, 심리전만 잘 막으면 무과금 유저도 과금 유저를 상대할 수 있다. 초반에 레벨이 낮아서 지는 경우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어스토VS'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심리전'의 묘미다.

심리로 하는 지니어스, 대전게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하수들도 고수들한테 몇번 져 보고 나면 고수한테 배우는 점도 많을 것이다. 마나가 4개일때의 운용법이나 경기 시작 직후의 운용법이라던가. 하지만 완전 하수의 경우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으니까 고수들도 상대할 때 꽤나 애를 먹을 것 같다.(웃음)


매칭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만큼, 상대가 잘 맞지 않아 늦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고스트모드(비동기식)도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일단 비동기식 대전 시스템은 존재하지만, 처음에는 무조건 실제 플레이어와 대전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이기면 상대를 놀리고 지면 화나고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했다. 기본적으로는 유저와 실시간으로 매칭이 되지만 많이 지다보면 AI랑 대전이 되도록 해놓았다. 그런데 이게 AI도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간다. 우리도 구분하기 어렵다.(웃음)

심리전이라는게 되게 미묘하다. 아무생각없이 대충 플레이하다가 이기는 경우도 있고,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지는 경우도 있다. 서로의 HP가 적은 상황이라면 정말 상대가 AI건 사람이건 조마조마한 건 마찬가지니 크게 신경쓸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쯤되면 상대가 CPU던, 유저던 상황이 너무 쫄깃해진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무과금 유저가 과금유저를 상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계점이 있지 않을까?

전략이 중요한 부분이다. 내부 테스트를 거친 결과 과금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할 만 하다. 과금을 하면 생기는 이점은 카드를 좀 더 빨리 얻거나 레벨링이 무과금 유저에 비해 좀 더 빠르다는 정도다. 다만 높은 등급의 카드는 스킬이 붙고 공격력도 강하니 전혀 이점이 없는 건 아니다.

스킬도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발동 확률이 정해져 있고, 적이 충전시 데미지를 더 준다던가 마나를 빼앗아 오는등의 다양한 스킬도 준비되어있다. 또한 스킬의 발동 '속도'가 있기 때문에 이것도 굉장히 신경을 써야 한다. 속도가 같은 스킬의 경우 동시에 공격해서 크로스 하는 경우도 있고, 이 때문에 간혹 비기는(드로우) 경우도 있다.

과금 유저의 이점도 충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과금 유저들이 '절대로 못 이긴다' 정도는 아니다.


▲ 크로스 어택, 번쩍하면서 사이좋게 서로 맞는다...(...)


확실히 대전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래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원작 팬들에게는 스토리가 없다는 건 굉장히 크기에 걱정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어스토VS'는 하나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다함께 차차차'가 턴온게임즈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어스토를 부활시키자는 이야기가 많았다. 예전에는 온라인 버전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모바일 시대로 바뀌면서 이에 맞춘거라고 보면 된다. '어스토VS'를 토대로 새로운 스토리가 있는 게임도 제작할 예정이다.

사실 '어스토VS'에도 스토리를 추가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캐주얼 게임이 많은 카카오톡 플랫폼이다 보니 너무 하드해지는 경향이 있을 것 같아서 제외시켰다. 아마 카카오를 타지 않았으면 스토리 뿐 아니라 다른 요소도 많이 넣었을 것 같기도 한데, 형식이 대전이라 스토리를 넣기에 좀 애매한 부분도 있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건 스트리트파이트처럼 각 캐릭터별로 엔딩을 넣고 스테이지가 있는 형식을 기획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리소스를 최적화하고 대전의 재미를 살리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어스토니시아가 일으켰던 파장이 적지 않고, 오랫 시간이 지나서 추억으로 기억하는 유저들이 느끼는 부족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리메이크도 만들어 보았지만, 그건 결국 리메이크작 밖에 되지 않았다. 리부트(Reboot)가 아닌 이상 유저들이 느끼는 추억을 살리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지금의 6인 외에도 신규 캐릭터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까지 준비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준비는 하고 있지만, 아시다시피 캐릭터 하나마다 스킬이 수십종이 들어가야 하기에 시간이 좀 필요하다. 신규 캐릭터 뿐 아니라 기존 캐릭터들의 스킬도 추가될 예정이고, 어스토니시아 세계관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몬스터나 캐릭터들도 업데이트가 예정되어있다. 여담으로 이번 이벤트로 얻을 수 있는 '패스맨'도 어스토 세계관의 일부라고 보고 있기에 추가했다.(웃음)


▲ 마법돚거도적 트러만. 대사도 스킬도 참 변태(?)같다.


원작이 RPG고 팬들도 워낙 많기에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캐릭터들도 어느정도 개성이 있어야 하는데, 성장방향은 대부분 비슷해서 직업특성이 거의 없다는 평도 있다.

능력치에서 캐릭터성을 살리기보다는 애니메이션 연출이나 스킬의 성향으로 캐릭터성을 살리고자 했다. 예를들어 '트러만'같은 캐릭터는 마법 도적인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거의 죽다 살아난 이후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낭만스럽게 변한 컨셉이다. 여담이지만, 트러만이 내부에서 제일 인기가 좋다.(웃음)

낭만을 사랑하고 좀 변태(?)적인 스킬을 사용한다. 입에서 독을 뿜는 등 딱봐도 좀 치사해보이고 비열해보이기도 하는 스킬이다. 반면에 정통기사인 '루이'는 출혈을 일으키는 등 좀 더 '기사'적인 이미지의 스킬을 사용한다. 아무래도 대전게임이다보니 능력치 부분은 어느 정도 공평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능력치는 균등하지만 레벨이 상승하면서 착용하는 장비에 따라서 특징을 살릴 수 있도록 해놓았다. 파워형, 혹은 HP를 늘린다던가 속도에 치중하는 세팅을 유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고수로 갈 수록 사용하는 스킬과 장비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형태다.


대전게임이기에 화려한 연출과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맛은 좋다. 하지만 좀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연출 부분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처음에 선택하는 5초의 시간 역시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짧으면 선택의 문제가 생기고 너무 길면 지루해지는 느낌이 있다. 게임을 해보면 알겠지만, 방어나 충전은 선택시간이 빠르다. 선택이 오래걸리면 그건 공격이다.(웃음)

현재 속도나 게임의 템포에 관해서는 테스트를 많이 거친 부분이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덤으로 테스트를 하면서 느낀게 아무래도 여성 유저들이 감이 좋다는 부분이다. 심리를 잘 파고든다고 해야하나. 여성유저들이 남성유저들을 쉽게 제압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 장비의 코스튬도 상점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장비를 통해 간단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다. 모델링이 잘 나와서 커스터마이징에 욕심을 내는 유저도 있을 것 같다.

현재 '어스토VS'의 시스템은 레벨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커스터마이징이 바뀌는 형태다.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 예전 의상이 마음에 드는 유저도 있기에 아바타 개념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리그가 인원이 분할되어있어서 좀 놀랬다. 전작인 '차차차'의 경우는 전국민 랭킹을 따졌는데, '어스토VS'는 그렇지 않았다. 이유가 궁금하다.

맞다. ELO와 유저들의 레벨을 고려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120명씩 세분화되어 점점 리그를 올라가는 방식이다. 열심히만 하면 좋은 보상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계획한 시스템이다. 120명 안에서 경쟁하는거라 세분화된 느낌이 있다.

전국민랭킹도 고려해봤는데, 이게 처음 드는 생각이 수많은 유저들끼리 같이 랭킹을 공유하면 뭐랄까. 좀 까마득한느낌이 있다. 내가 이 리그에서 올라가야겠다하는 의욕이 좀 식는 느낌이다. 대전게임인만큼 신경써줘야 하는 부분이다.


최근 시장에는 RPG들이 많이 등장했고, '대세'라고 할 만하다. 어스토VS는 대전게임이라 걱정되는 부분일 것 같다.

새로운 장르의 대한 개척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RPG들이 정말 홍수라고 할 만큼 많이 나왔다. 그런면에서 지겹다고 하는 유저도 있을 것 같고, 대전게임은 그냥 짬짬히 할 수 있으니까 나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다른점이라고 한다면 스트리트파이터나 킹오브파이터보다는 훨씬 캐주얼한 느낌이기에 반응속도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룰만 알면 느려고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게 장점이다. 한가지 팁을 말하자면 지려고 내비두면 이기는 경우가 있다.(웃음)

룰이 상당히 쉽고 빠른 반응보다는 심리전이 주를 이루다보니 여성유저도 많은 편이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어스토니시아 VS'를 즐기는 유저들을 위해 한마디나 각오를 부탁한다.

원작의 팬 분들은 RPG가 아니라 아마 많이 실망하셨을 것 같다. 어스토세계관을 가진 새로운 대전게임이 나왔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기존에 어스토를 몰랐던 유저들도 우리 게임을 통해서 어스토니시아를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커맨드가 복잡하지 않고, 심리전에 많은 공을 기울인 작품이니 부담없이 심리 대전을 즐겨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그녀는 오늘도 경전으로 철퇴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