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GDC 2014에서 소니의 가상현실(VR)기기 ‘프로젝트 모피어스’가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 게이밍 VR 쪽에서 가장 큰 인지도를 얻고 있는 오큘러스 리프트가 벌써 2년째 성능을 갈고 닦으면서 최근 페이스북에 2조 5천억 원에 인수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프로젝트 모피어스’도 절대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최초 공개인데도 놀랄만한 완성도를 뽐내며 전 세계 개발자들의 지지를 얻어냈고 순식간에 오큘러스 리프트에 최고 경쟁상대로 부상했다.

GDC에서의 체험 기회를 놓쳐 평소 안타까워했던 기자, 3개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E3 2014 소니 부스에 더욱 진일보한 모습으로 출전한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체험할수 있었다.


▲ '오큘러스 리프트'와 '프로젝트 모피어스'의 스펙 비교

프로젝트 모피어스와 오큘러스 리프트의 자세한 스펙과 사전 정보는 아래 기사를 참고 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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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reet Lug'로 체험해 본 '프로젝트 모피어스'

오직 기자들에게만 허용된 시연 장소에서도 어떤 대작 게임보다 대기시간이 길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기자가 시연할 때는 봅슬레이와 비슷한 납작한 탈것을 타고, 눈길이 아닌 실제 도로를 질주하는 ‘스트리트 럭(Street Lug)’이라는 이름의 게임이 절찬 플레이 되고 있었다.

▲ 시험용 게임 'Street Lug'


시연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머리에 착용하니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 크기에 비례하듯 오큘러스 리프트보다는 살짝 무거운 느낌. 편안한 의자에 마치 봅슬레이를 탑승하듯 반쯤 드러 누으니 안내요원이 화면 초점이 제대로 맞는지 확인한 후 게임 시작을 알려준다.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도로에 누운 채로 질주가 시작되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가속도가 붙기 시작해, 나중에는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제낄 속도까지 이른다. 게임의 목표는 매우 단순하다.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착용한 채로 머리를 양쪽으로 움직이면 가상현실 속의 내 몸 전체가 좌우로 코너링을 하는데 도로 위 다른 자동차들을 피해가며 가장 빠른 속도로 목표지점에 이르면 끝. 무수히 많은 대기자와 게임 특성 때문에 각 체험자마다 3분에서 5분 사이의 짧은 시간만 제공돼 다소 아쉬울 따름이었다.

일반 자동차말고 큰 트럭은 그냥 피하는 것보다 트럭 아래로 질주, 양쪽 바퀴 사이를 통과하는게 이득이다. 액션의 난이도가 높을 수록 가속도 보너스도 증가하게 된다. 처음에는 머리를 흔들어 좌우 균형을 잡는게 쉽지 않았지만, 금방 익숙해졌고 핸들이나 패드 없이도 일반적인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조작이 능숙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도로 위를 누워서 질주할 때의 속도감과 쾌감.

단순히 화면 신호를 보면서 손에 쥔 게임패드나 핸들로 반응해 나가는 과정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하는 것이 평소 게임 경험이라면, ‘프로젝트 모피어스’는 실제 도로 위에 바짝 누워 목숨을 걸고 살떨리는 질주를 하는 그 생생한 느낌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으로 고스란히 전달해 준다.

시연에 앞서 소니 관계자에게 기자가 체험하는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시연이 끝난 후 그 사진들을 훑어 봤는데 바짝 긴장해 몸 전체가 얼음처럼 굳어버린 모습에서 ‘프로젝트 모피어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오큘러스 리프트'와의 비교는 논하기 어려운 단계

"’프로젝트 모피어스’와 ‘오큘러스 리프트’, 어떤 게 더 나아요?”

체험을 끝낸 후 기자가 주위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두 기기 모두 아직 개발 중이고 외부 스펙도 거의 비슷하기에 지금 상황에서 어떤 것이 더 낫다는 성급한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하루 사이에 두 기기의 최신 버전을 모두 체험해 본 기자의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오큘러스 리프트’는 아직까지는 가상현실 그 자체의 질적 구현에 초점을 맞춘 듯 했고, ‘프로젝트 모피어스’는 가상현실 보다는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의 감각을 더욱 중시하는 듯 했다.

이는 가상현실 하드웨어와 게임 소프트를 동시에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소니의 규모와 역량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소니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프로젝트 모피어스’의 이름이 말하듯 아직은 최종 상용 버전이 아니기 때문에 기기의 외형, 반응속도, 가상현실의 깊이 등 모든 면에서 최상의 게임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테스트 버전을 생산할 계획이다.

향후 ‘오큘러스 리프트’와 ‘프로젝트 모피어스’이 서로 경쟁하며 펼쳐나갈 ‘가상현실’ 진검승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시연이 모두 끝나면 안내요원이 이름을 묻는다. 알려주면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체험한 전 세계 기자들의 랭킹을 보여주는데, 기자는 전체 112등에 태극기를 꽂았다. 우리 모두 가상현실에 앞서 체력 관리에 더욱 힘써야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