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열린 LOL 챔피언스 섬머 개막전. 지난 시즌 우승팀인 삼성 블루, 전통의 강호 나진 소드, 새로운 멤버로 새롭게 도전하는 IM 1팀, 그리고 강팀의 면모를 다시 보여줄 KT 불리츠가 개막전을 장식했다. 하지만 새로운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에서 정작 화제가 되었던 건 팀이나 경기결과가 아닌 한 챔피언의 스킬이었다.

KT 불리츠와 나진 소드 간의 개막전 경기에 두 번 등장한 소나, 그리고 소나의 궁극기인 '크레센도'가 바로 그것.

KT 불리츠의 ‘마파’ 원상연은 두 세트 모두 서포터로 소나를 선택했다. 그리고 하필 결정적인 순간에 ‘오뀨’ 오규민의 트위치를 향해 발사된 크레센도는 두 번이나 빗나가고 말았다. 화면상으로 보기에는 크레센도가 적중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KT 불리츠는 크레센도 판정에 문제가 있는지 잠시 경기를 멈춰 확인을 요구했다.

옵저버 화면의 시점을 돌려가며 확인까지 한 결과, 시점에 따라 맞은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맞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긴 했지만, 논란은 계속되었다.

특히, 이와 같은 사례가 약 1년 전 LCS에도 발생했던 것이 확인되면서, 라이엇 게임즈가 이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1년 가까이 수정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왜 라이엇 게임즈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는가? 소나 크레센도 문제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은 무엇인가?



■ LOL 챔피언스 섬머 개막전, 그날 무슨일이 있었는가?


다시 6월 18일, 롤 챔피언스 섬머 개막전으로 돌아가보자. 이날 소나의 크레센도는 두 번의 문제 상황을 만들었다. 첫 번째는 1세트 경기 시작 26분경에 발생했다.

KT 불리츠의 리 신과 르블랑 그리고 소나는 미드 부시에 매복을 시도했다. 뒤지고 있던 전세를 일발 역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잠복조의 시야에 나진 소드의 엘리스와 트위치가 포착됐다.

소나는 망설임 없이 크레센도를 날린다. 화면상으로 보았을 때, 엘리스와 트위치는 분명 크레센도를 맞고 춤을 춰야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엘리스는 크레센도에 맞았지만, 트위치는 맞지 않았다. 트위치는 점멸을 통해 빠져나가며 좋은 포지션을 잡게 되고, 이미 많은 스킬을 써버린 KT 불리츠는 한타에서 대패한다.


▲ KT 불리츠 VS 나진 소드 1세트의 문제 상황(출처 : 온게임넷)



2세트에서도 문제는 발생한다. 1세트와 마찬가지로 KT 불리츠는 뒤지고 있던 상황을 뒤집기 위해 매복을 시도한다. 그때 마침 트위치가 지나가고 KT 불리츠의 소나는 크레센도를 날린다. 크레센도는 트위치를 정확히 적중한 듯 보였다. 하지만 트위치는 크레센도에 맞지 않고 유유히 빠져 나간다. 이번에도 역시 KT 불리츠는 곧이어 펼쳐진 한타에서 패배한다.

크레센도가 맞았다면, 경기의 승패가 달라졌을 거라고 말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를 수 있는 프로급 경기에서 쉽사리 넘기기는 힘든 문제였다. KT 불리츠는 크레센도 판정과 관련된 상황 확인을 요구하며 경기를 중단했다. 관전자 화면에서 시점을 돌리며 확인하며 확인한 결과,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맞지 않았는데 맞은 것처럼 보였던 점이 확인되었다.


▲ KT 불리츠 VS 나진 소드 2세트의 문제 상황(출처 : 온게임넷)


1세트의 장면을 다시 살펴보면 ‘오뀨’ 오규민의 트위치는 분명 소나의 크레센도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중 판정은 나지 않았고, 트위치는 유유히 빠져나간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 소나의 크레센도 이펙트 범위 안에 있었던 트위치




■ 소나의 크레센도, 무엇이 문제였는가?


문제의 원인은 크레센도의 스킬 이펙트의 위치와 실제 적중 판정 범위가 다르다는 데 있었다. 소나의 궁극기 크레센도는 실제로는 바닥면을 기준으로 적중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펙트는 그와 다르게 보다 높은 곳에 표현되는 것. 쿼터뷰 시점에서 비스듬하게 전장을 내려다보며 플레이되는 LOL의 경우는 그 높이 차이에 따라 화면상에 보이는 이펙트의 위치와 실제 스킬의 적중 범위가 달라진다.

여기에 크레센도가 언덕 아래에서 언덕 위로 발사되다보니 이펙트와 실제 적중 범위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



▲ 인벤의 많은 유저들이 문제가 되었던 장면을 재현하며 사실 확인에 나섰다.
사진은 크레센도의 실제 스킬 적중 범위와 이펙트 차이를 비교한 내용 (By 은달냥이)



2세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크레센도의 측면에 적중한 것처럼 보였던 트위치는 이번에도 맞지 않았다. 확인 결과 이는 시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문제였다. 즉 '마파' 원상연의 시점에서는 적중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오뀨' 오규민의 시점에서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


▲ 보는 각도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출처 : 온게임넷)


이는 3D 게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2D 게임과는 다르게 3D 게임에서는 ‘입체적인 공간’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따라서 모니터라는 평면에 3D를 구현할 경우, 보는 각도에 따른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시야각에 따른 오차가 우려되는 경우 3D 게임에서는 스킬을 바닥을 기준으로 깔리도록 하곤 한다.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는 소나의 크레센도를 머리 위에서 스킬이 나가도록 설정해놓았다.

이는 게임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리그오브레전드가 안고 있는 하나의 문제점임이 분명하다. 소나를 많이 플레이해본 유저들은 입을 모아 소나의 크레센도가 처음부터 적중 범위와 이펙트 범위의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을 증언했다. 시야각에 따른 약간의 엇갈림을 떠나, 애초에 적중범위보다 훨씬 더 큰 면적을 가지고 있는 이펙트의 문제도 지적되었다. 이펙트가 비교적 작고 실제 적중범위를 잘 반영하고 있는 '아케이드 소나'를 쓰는 것이 유저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소나의 크레센도와 관련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 라이엇 게임즈는 소나 크레센도의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다!


작년 8월 25일에 펼쳐진 LCS EU의 EG와 ATN 간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EG ‘크레포’의 소나가 크레센도를 사용했는데, ATN의 바루스가 화면상으로는 크레센도에 적중되었지만 피격 판정이 나지 않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 당시 바루스는 밴시의 장막을 착용하고 있었기에, 스턴에는 걸리지 않더라도 밴시의 장막이 벗겨져야 하는 상황. 하지만 바루스는 그 어떤 피해도 입지 않았고 이는 해외 e스포츠 팬들 사이에 버그 논란으로 이어졌다.


▲ 2013년 8월에 있었던 LCS EU 경기에서 발생한 크레센도 논란


논란이 계속되자, 라이엇 게임즈는 직접 레딧에 해명글을 올렸다. 라이엇 게임즈의 직원인 Jatt은 ‘기본 스킨 소나의 크레센도의 범위는 사실 가짜’이며, ‘아케이드 소나가 제대로 된 크레센도 피격범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LCS 경기에서 나타난 현상은 '소나의 크레센도가 눈 높이에서 사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의 위치에서 적용되고, 이는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화면상에 다르게 표시될 수 있다'며 '버그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LCS EU 경기에서 발생한 크레센도 논란에 대한 라이엇 게임즈의 코멘트




■ 버그는 아니다? PLAY만큼 중요한 관전과 중계


버그는 사전적으로 프로그램상의 결함에 의해 컴퓨터 오류나 오작동이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프로그래밍 상에 계획된 것과 다른 결과물이 출력되는 상황이 바로 버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라이엇 게임즈의 말대로 소나의 크레센도는 버그가 아닐 수 있다.

드러나는 이펙트 상에 다소 문제가 있다. 평면 화면에 3D 게임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시야각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엄밀히 말해서 버그가 아니라도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소나의 크레센도는 버그가 없다’라는 라이엇 게임즈의 말은 전적으로 옳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라이엇 게임즈의 주장이 옳을 수는 있어도, 이것이 해당 문제에 대한 면죄부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버그로 인해 많은 수정을 겪은 렝가! 하지만 시스템상 오류만을 해결하는 것이 다는 아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성공한 게임이다. 이 성공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핵심에 ‘e스포츠로의 확실한 정착’이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라이엇 게임즈는 적극적으로 롤드컵, 올스타전 그리고 많은 리그를 개최했고, 그 과정 속에서 리그오브레전드는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오늘날, e스포츠는 리그오브레전드를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유저들은 e스포츠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라이엇 게임즈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e스포츠의 핵심은 ‘중계와 관전’에 있다. 즉, 직접 플레이하는 하는 환경만큼 관전하는 환경 또한 중요한 것이다.


▲ e스포츠의 핵심은 풍부하고 쾌적한 '관전 환경'에 있다!



그런 점에서 라이엇 게임즈의 태도는 유저들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적으로 버그는 없었지만, 관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시청자의 착각과 혼동'이라는 버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에 익숙한 선수들조차 이의를 제기하며 경기를 중단시킬 수 있는 문제를 1년 가까이 방치한 점은 유저들의 불만을 사기 충분하다.

보다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축구 중계에 수많은 카메라를 설치했던 것처럼, 라이엇 게임즈는 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취해야 했었다. 무엇보다 리그오브레전드의 흥행에 e스포츠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더욱 그렇다.


▲ 축구 중계의 경우는 다양한 카메라를 통해 시야 각도 문제를 해결한다




■ 방치된 크레센도. 직관성이라는 가치의 진정성은?


1년 가까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소나의 크레센도. 이제 LOL 대회를 보는 모든 e스포츠 팬들은 소나가 크레센도를 사용할 때마다, 이펙트에 적중한 챔피언이 실제로 적중했는지 아닌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선수들 또한 0.1 초로 승패가 갈리는 긴박한 순간에, 정확하게 크레센도를 사용하기 위한 고심을 플레이에 더해야 하게 생겼다.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 또 소나의 크레센도와 관련된 논란이 발생될 것이다. 또 그럴 때마다 시청자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핵심은 이런 문제를 '3D 게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 '버그는 아니니 문제는 없다'는 식으로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스타크래프트2의 시스템은 참고할 여지가 있다. 스타크래프트2의 역시 쿼터뷰 시점으로 플레이하며, 다양한 공중유닛이 등장하기 때문에, 리그오브레전드보다 관전이라는 부분에 더욱 많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크래프트2는 ‘적중 이펙트의 명확화’와 ‘비행체 지상 위치 표시’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3D 쿼터뷰 게임의 한계를 보완하고, 선수들은 물론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의 혼란을 줄이려는 의도다. 물론 스타크래프트2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기에는 리그오브레전드의 게임 환경은 많은 것이 다르다. 하지만 관전 환경에 대한 고민의 과정과 노력은 참고할 지점임이 틀림없다.


▲ 스타크래프트2 역시 3D 쿼터뷰 방식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 화면상으로는 스킬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어 보이는 경우지만,
실제 스킬에 적중했다는 점을 별도의 이펙트를 통해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 다소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비행체 지상 위치 표시’라는 시스템을 통해 혼란을 줄인다.



최근 새로운 소환사 협곡을 공개하면서 라이엇 게임즈가 밝힌 최우선의 과제는 ‘직관성’이었다. 유저들이 보는 것을 실제 게임에서의 행위와 최대한 일치시키겠다는 것이다.

소나의 크레센도를 개선해야 된다는 유저들의 목소리에 라이엇 게임즈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e스포츠 경기의 관전 환경에도 '직관성'은 핵심적인 가치이며, 1년 가까이 방치한 소나의 크레센도의 개선여부는 라이엇 게임즈의 '직관성'이라는 가치의 진정성을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최근 공개된 라이엇의 개발자 노트 中.
게임이 플레이어를, 그리고 관중을 속여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