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에 입성한 CIS 게임(사진=도타2 공식 인스타그램)


최근 중국 도타 2 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TI3 에서 중국 팀들은 유럽 발, 동남아 발 폭격기에 치명타를 입었고, 통푸가 겨우 4위를 기록하며 간신히 체면 치레를 했다. 사실 그런 통푸마저도 예상치 못한 나투스 빈체레의 첸-퍼지 콤보에 패하면서 자존심을 구겼었다.

하지만 올해 중국 팀들의 사정은 달랐다. TI4가 가까워질수록 중국 팀들의 기량은 수직 상승했고, 결승 무대가 중국 팀들간의 경기로 펼쳐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가 됐다. DK, IG, 뉴비 등 중국 1티어 팀들이 최근 보인 성적은 우승 팀 예측에서 최상위 권을 장악하게끔 만들었다.

이런 중국의 성장세는 2티어 팀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TI4 중국지역 선발전에서 LGD 게이밍에게 패하며 2위를 차지한 CIS 게임은 단연 와일드카드전을 통과할 확률이 가장 높은 팀이다.



사실 CIS 게임이 지금껏 이룬 성적은 대단치 않다. 애초에 올해 초 만들어진 신생 팀이다. 경험이 적은 inflame, June, Ayo, demons 4명의 중국 소년들로 이루어진 팀에 독일에서 건너 온 노련한 푸른 눈의 전사 Black이 가세한 일종의 원맨 팀이기도 하다.

마우스스포츠에서 TI 무대를 경험했던 Black은 지난해 9월 LGD 인터내셔널로 소속을 옮기며 중국에서 제 2의 도타 2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활약을 하기도 전에 팀이 해체되고 말았고, 이후 Black은 중국에 머무르며 자신의 새로운 거처를 찾기 시작했다. 결국 WPC ACE 대회를 앞두고 CIS 게임에 입단하면서 지금의 팀 로스터가 완성됐다.

이질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었던 Black은 나머지 4명의 중국 선수들과 잘 동화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동화를 해 버려 또 한 명의 중국인이 된 듯 했다. 유럽의 'Burning'으로 알려진 Black은 그 별명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파밍형 캐리였다. 이런 Black과 중국 선수들의 시너지는 CIS 게임을 초장기전의 대표적인 팀으로 만들었다.

TI4 중국 지역 선발전 첫 경기를 펼쳤던 CIS 게임은 뉴 엘리먼트를 상대로 117분 간의 경기를 펼치며 불안한 조짐을 남겼다. 결국, TI4 중국 지역 선발전 동안 순위 결정전을 포함해 총 19번의 경기를 펼친 CIS 게임은 평균 경기 시간 46분을 기록했다.

이러한 CIS 게임이 와일드카드전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 최상위권 팀들과의 잦은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현재 TI4 우승 확률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중국 1티어 팀들과의 실전은 비록 승률은 낮게 나왔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또한 CIS 게임은 정해진 스타일이 없어 픽밴 단계에서 카운터를 치기가 쉽지 않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완벽한 승리를 위해 핵심 영웅이 클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끌며 파밍을 한다는 전제는 존재하지만, 다소 자유롭고 넓은 영웅 풀을 보여준다. Ayo의 미라나 등 특별히 잘하는 영웅이 있긴 하지만 굳이 그것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 CIS 게임의 핵심 'Black' 도미니크 라이트마이어


팀의 핵심인 Black은 최근 10번의 경기 동안 도끼 전사를 4번 선택한 것 외에는 전부 다른 영웅을 선택했다. TI4 선발전 기간동안에도 모플링, 환영 창기사와 같은 하드 캐리 영웅을 뽑는가 하면 땜장이, 폭풍령, 퍽과 같은 지능 영웅을 선택하기도 했고, 허스카와 같이 쉽게 보기 힘든 영웅도 거리낌 없이 꺼내들었다. 이러한 Black의 과감한 픽밴은 팀원들에게도 이어져 DK를 상대로 저격수를 꺼내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원치 않은 시기의 한타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상대가 중국 1티어 팀이긴 했지만, 최근 IG의 경우에는 매번 CIS 게임을 상대로 푸쉬 메타를 꺼내들어 승리를 차지한 바 있다. 여러 종류의 세미 푸쉬가 가능한 MVP 피닉스로서는 다소 희망을 가져도 되는 부분이다.

또 하나 CIS 게임의 불안 요소는 Black을 제외한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4명의 선수는 TI4를 통해 처음으로 중국 외 오프라인 무대에 참가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적지 않을 상황에서 최근 비자 발급과 관련해 3차례나 거부를 당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CIS 게임으로서는 이번 TI4 와일드카드전에서 비교적 경험이 많은 팀들을 상대로 얼마나 부담감을 떨치고 경기에 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