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이 정도로 이어지는 것도 쉽지 않은데, 게임 하나가 이렇게 내려오다 보면 그 과정에 많은 의미가 쌓여가기 마련이다. 'R2' 오픈과 함께 플레이를 시작한 어떤 대학생은 가장이 되고, 또 어떤 새신랑은 아이 교육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게임 속에서 인연을 만들고, 그렇게 수많은 스토리가 얽혀간다.

새로운 업데이트 'Re:Birth Part3' 소식을 접하고 받은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R2 인벤이 만들어진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기자는 그 세월을 다 지켜보진 못했다. 하지만 유저들은 R2라는 게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동시에 강한 소견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무게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은 개발사의 의무이기도 하다.

'신이 내린 축복'은 R2에게 어떤 축복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웹젠 판교 사옥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레인보우개발실 R2 스튜디오의 손대현 대리, R2의 사업을 담당하는 양진규 사업PM이 이번 대화 상대였다.

▲ R2 스튜디오 기획 담당 손대현(왼쪽), 양진규 사업PM(오른쪽)




■ 무엇이 바뀌었나요? 이번 업데이트의 중심은 "유저를 편하게 하기"



업데이트 부제가 '신이 내린 축복'이다. 어떤 의미인가?

양진규 - 이번 업데이트 콘텐츠 중 '신의 축복'이라는 콘텐츠가 있다. 지금까지 퀘스트 등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던 스킬북을 보물 상자와 랜덤 보상 시스템에서도 드랍 형태로 얻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정했다.


당초 예정에 비해 업데이트 주기가 늦진 않았는지?

양진규 - 작년 간담회에서 대형 업데이트가 6개월에 한 번씩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파트2 업데이트가 작년 12월이었으니 일정은 잘 맞는 편이다.


당시 유저들이 원했던 업데이트 방향과도 잘 맞고 있다고 자평하나?

양진규 - 이번 업데이트는 유저들이 원했던 부분을 케어하는 내용이 많다. 백 퍼센트는 아니지만. 홈페이지에 나온 편의 개선 부분을 확인해보시면 될 것 같다. 인벤 등 여러 커뮤니티에서 이야기가 나온 점들을 개선했다. 팀랭크 판정을 개선한 점이 대표적이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수렴할 계획이다.

▲ 말끔하게 새 단장한 홈페이지 메인 화면


마침 말이 나왔는데, 이번에 홈페이지가 깔끔하게 개편했더라. 느낌이 어떤가.

양진규 - 바뀐 뒤 내부에서도 굉장히 좋아했다(웃음). 유저가 느끼는 감정처럼 속이 시원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뭔가 새로운 걸 해도 티가 날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전에는 글을 쓸 곳이 서버게시판 정도뿐이었다. 이제 모든 유저가 즐길 수 있는 서버게시판과,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는 팁 게시판을 신설했다. '한팀장이 피씨방으로 간다' 이벤트처럼 유저와 만나는 부분도 강화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GM노트도 넣었고, 2주에 한 번 업데이트하는 게 목표다. 인터뷰나 서버내 이슈, 업데이트 진행 상황에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전달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인터뷰하기 전에 게시판을 둘러봤다. 한창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던데.

양진규 - 홈피 리뉴얼하면서 게시판 초기화됐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겠다는 생각이다.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그중 팁 게시판의 상품이 커서 특히 많은 유저들이 참여하고 있다.

▲ 던전 2층에 등장하는 10종의 몬스터


이번 업데이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지?

손대현 - 크게 보면 두 가지 콘텐츠가 있다. 엘테르 던전 2층 확장과 달력 추가가 그것이다. 지난 업데이트에서 추가한 유피테르/바알베크 던전 1층을 확장하는 개념이다. 양 진영 보스 몬스터를 만나고, 스킬북까지 얻을수 있게끔 바꿨다.

달력 시스템은 스케쥴이나 이벤트를 유저들이 쉽게 공유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일정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보스 사냥이나 공성전 시각 등, 자기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설정하면 알람이 와서 편하게 모일 수 있게 되었다.


새롭게 추가되는 던전은 어떤 곳들인지, 그리고 특징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손대현 - 1층에서 이어지는 콘셉트의 몬스터와 시스템이다. 물론 난이도와 보상은 더 커졌다. 투명망토처럼 희소가치 있는 보상도 존재한다. 새로 추가된 액세서리 및 재료와 아이템도이쪽 던전에서만 혜택을 얻을수 있는 드랍이 있다. 얻게 되면 사냥하기 수월할 것이다.

2층에서의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변신 스킬북 추가다. 양쪽 진영의 보스 몬스터로 변신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100레벨에서 적용되는 주화 시스템도 관심이 크다. 특히 SSS등급 주화라는 게 등장하는데, 기존보다 얼마나 강력한지.

손대현 - 100레벨이 되고 나면 더 이상의 레벨업이 불가능하고, 유저는 성장이 멈추게 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전리품에 능력치를 준 것이었다. SSS등급 주화로 강화된 전리품은 강력한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한 능력치를 더 상향시킬 수 있다. 능력치가 엄청나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노력을 통해 서서히 늘려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 유저의 편의에 맞춰 추가된 달력 시스템


업데이트 면면을 살펴보면 신규 유저 유입 방향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손대현 - 신규 유저가 어떻게 게임에 쉽게 적응할지에 대해서는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제작이나 아이템 등을 개선한 것도 그것의 연장선이다. R2는 안내 부분에서 어려운 게임이었다. 아이템을 어디에 쓰는지, 재료는 뭔지 알기가 힘들었다. 커뮤니티나 길드를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신규 유저에게 뭔가 베푸는 것을 항상 만들기는 어렵다. 또 신규 유저가 많지 않고 라이브 게임이다 보니 기존 유저에게 만족감을 주는 방향에 좀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신규유저가 1레벨부터 중반 구간에 들어가기까지 어느 정도 걸리는지 궁금하다.

손대현 - 도와주는 사람 있으면 한 달도 안 걸릴 것 같다. 맨몸으로 시작할 경우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던전이 많이 구성되어 있다. 60레벨 구간까지는 굉장히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유저 편의기능 개선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들었다. 어떤 개선점이 있나?

손대현 - 가장 큰 내용은 팀랭크 판정 개선이다. 강해지기 위한 경쟁이 우리 게임의 중심이다 보니 강한 사람이 이득이 있어야 한다. 랭크 판정에 공평하지 않은 부분을 확인해 개선되었다. 채팅창 잠금 기능도 추가했다. 마우스로 이동하다 보면 채팅창이 함께 이동되곤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였다. 욕설을 하는 등의 유저를 막기 위해 차단 기능도 넣었다.

이제 제작 가능한 아이템 리스트를 한 번만 누르면 모든 제작이 가능한 아이템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일일히 확인을 해야 했다. 아이템 툴팁에서 상세 창도 추가했다. 인첸트나 제작 재료를 위해 사이트와 지인에게 물어봐야 했던 불편함을 완전히 없앴다.

유저 요구에 의해 퀘스트 수 상한을 30개에서 50개로 늘렸다. 메테리얼이 장착되어 있을 경우 템을 교환하지 못하도록 해 거래 실수를 방지하기도 했다.




■ 앞으로의 마음가짐은? “벽이 있었던 것, 인정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겠다"



▲ 87레벨 신규 변신, '넵튠' 원화


청정서버를 모토로 엔젤리스 서버를 운영 중인데, 유저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지금도 핵과 오토에 대한 제보가 많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불법 프로그램을 단속하고 있는 건가?

양진규 - 엔젤리스 서버는 기존과 다르게 운영했다. 여기는 한 서버만 고정적으로 보는 담당자가 존재한다. 하루에 많게는 한 서버에서만 2천 개 오토를 잡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티가 안 날 정도로 빠르게 유입이 된다. 지금도 한 주에 5천 개 이상 막아내고 있으니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저들 입장에선 오토가 계속 보이니 "단속 안 하나?" 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현재 엔젤리스 서버의 단속 방식을 전 서버로 확대하면서 핵과 오토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방식을 더 자세히 설명하면 오토 사용자들이 그 내용을 가늠할 수 있어서 곤란하다. 하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것이 있다. 차기에 시스템 보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차후 패치를 통해 적용될 예정이다.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를 어느 정도 잡았고 아이디는 무엇인지, 주기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하면 어떨까?

양진규 - 우리도 단속계정 공개로 유저들을 만족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곧 결정할 계획이다.


작업장을 줄이는 방법으로 정기적 개인정보 인증 같은 여러 의견을 유저들이 내놓던데, 실효성은 없을지?

양진규 - 고려할 부분이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그쪽은 작업장보다는 보안을 중점으로 하는 문제다. 오토가 크게 해결되거나 하는 건 힘들다고 분석하고 있다.


어느새 '파트 3'다. 이후 업데이트 역시 Re:Birth라는 테마로 나올 예정인지?

양진규 - 언제까지인지 확정은 아니지만, '리버스'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한 업데이트는 당분간 진행할 것이다. 작년 간담회에서 밝힌 대로 다음 업데이트는 이번 겨울에 진행된다.


그렇지 않아도 다음 유저 간담회를 벼르는(?) 사람들이 많다. 계획에 있나?

양진규 - 일단, 유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한팀장이 PC방 간다'는 이벤트를 열어 매달 지역 하나씩을 방문하고 있다. 이것과 별개로 큰 규모의 간담회도 진행하려고 한다. 올해 하반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구체적인 일정은 나중에 공지할 예정이다.

▲ 오페르시나(왼쪽), 오페르시나 아처(오른쪽) 변신 모습


장수 MMORPG들의 최근 유행이 모바일 연동이다. 혹시 R2는 이런 생각이 없는지 궁금한데.

양진규 - 고민하고 있는데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다. 수익을 위해 연동했을 경우는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만일 하게 된다면 사업적이 아닌 서비스적 접근을 해야 할 거다. 온라인 기반으로 만든 게임이다 보니 어떤 면에서 모바일 활용이 가능할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순수하게 개발자 입장에서는 모바일 연동을 어떻게 생각하나?

손대현 - 순수 개발자로서는 재미를 주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알투와 유사한 재미를 어떻게 줄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 고민이다. R2라는 게임을 알고 들어오는 유저들인데, 재미가 아니라 수익이 목적이면 안 된다.


반 년 단위의 대형 업데이트가 너무 몰아서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저가 보기에는 자잘한 개선 사항이 이루어지는 데 한참 걸리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작은 부분은 그때그때 업데이트하는 건 어떨까.

양진규 - 순간 피드백만 가지고 뭔가를 적용하면 또 그 부분으로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기간을 두고 유저의 불만점과 근본적으로 해결 방법을 검토한다. 검증 기간을 거치다 보니 느리게 보이는 면도 있는 것 같다.


R2를 즐기는 유저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한다.

손대현 - 인벤 유저분들이 서로 가족사진을 소개하고 함께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오랜 게임 인연이 현실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게임은 게임일뿐 너무 심하게 몰입하진 마시고, 이번 콘텐츠 역시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양진규 - 사업적으로 커뮤니티 면에서 고객님들에게 최대한 빨리 다가가려 한다. 지금까지는 서로 벽이 있는 방식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그 벽을 허물고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겠다. 피드백을 받아서 반영한 업데이트를 진행할 테니 지켜봐주시고, 많은 의견 역시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