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강세, 유럽과 러시아의 몰락. 극단적인 푸쉬 메타. 그리고 평균 경기 시간 20분 남짓했던 최종 결승전.

이전 디 인터내셔널이 치열한 승부의 맛이 있었다면, 이번 대회는 경기 시작전 캡틴간의 전략 싸움에 많은 부분이 치중된 침묵 속의 다툼과도 같았다. 120경기가 진행된 플레이오프에서는 대부분의 팀들이 비슷한 메타를 선택하면서 픽밴과정에서 특정 영웅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했고, 더 이상 '인민 도타'를 구사하지 않게 된 중국 팀들은 다른 방식으로 지켜보는 팬들을 벙찌게 만들었다.

한국 최초로 TI4에 진출한 MVP 피닉스는 이번 대회를 어떻게 지켜봤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MVP의 윤덕수 코치에게 물어 보았다.

Q. 이번 TI4는 어떻게 지켜봤나?

1년전 TI3때는 온라인으로 경기하는 것을 봤었는데 실제로 시애틀 현장에서 TI4를보니 간접적으로 선수들의 경험을 체감하는 기분이랄까? 피부로 와닿아서 여러가지로 얻은 것이 많았다. 다른 프로 팀들의 분위기나 선수들이 대화하는 것에서 느낀 점이 많았다. 또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 나름 바람직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Q. 솔직히 결승은 흥행에 실패했다. 왜 그런 경기가 펼쳐졌다고 생각하는나?

선수들의 기량차이가 조금 나긴 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고 판단한다. 경기가 재미 없었던 이유를 꼽으라면 비시 게이밍의 rotk 선수가 너무 고집을 부렸고, 뉴비팀이 그 점을 이용해서 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1년전 TI3때 얼라이언스와 나비의 경기와 너무 비교가 될 정도로 재미가 떨어졌던건 사실이다.


Q. 올해 본선은 중국 팀 일색이었다. 중국 팀의 강세를 예상했나? 왜 그들이 강했다고 생각하나?

올해 중국팀이 이 정도나 강해질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TI4가 끝난 지금 중국팀이 강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오더의 힘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부분은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현장에 와서 안 사실도 있었다.

중국팀은 1명의 오더가 자신의 전략을 강하게 다른 선수들에게 주입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운영을 한다. 만약 오더가 팀원들의 움직임에 만족 못 한다면 강한 독설과 연습을 요구한다고 했다. 1년 전 TI3에서 중국팀이 약세를 보였지만, 강한 오더 체계로의 전환과 엄청난 연습, 그리고 새로운 메타 적응이 중국팀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또 중국 지역의 실력 좋은팀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가며 연습했기에 이번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중국 현지에 갔을 때 QQ라는 메신저에 중국 상위권 팀들이 모여있는 체널이 있었다. 그 곳에서 하루 전에 서로의 스케줄을 알아 두고, 미리 연습 시간을 잡는 시스템으로 연습한다. 이 채널에 있는 중국팀들이 DK를 제외하고 연습을 했다고 들었는데, 이로 인해 TI4에서 DK가 조금 부진했지 않았나 생각한다.

반면 유럽과 북미팀들은 오더위주보다는 서로의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잡음이 많았다. 실제로 TI4 현장에서 나비와 얼라이언스가 서로의 의견각을 좁히지 못하는 경우도 목격했고, 다른팀들 역시 같은 문화권이기에 비슷한 상황이었을 거라고 예상한다. 팀별로 게임 운영 및 오더체계의 장단점은 있겠지만 올해는 중국식 팀운영이 더 잘 먹힌것 같다.


Q. 이번에 동남아 지역 대표로 출전한 애로우게이밍이 부진했다. 대회 메타가 대부분 빠른 5인 푸쉬였는데 이런 점에서 본다면 MVP 피닉스가 본선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나?

꽤나 좋은 결과를 이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푸쉬 전략은 다른 팀들이 구사하는 5인 푸쉬와는 달리 빈틈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실제 결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웃음)


Q. 현장에서 외국팀들과 스크림은 할 수 있었나?

사실 외국팀들과 스크림을 많이 못했다. 일정이 너무 빡빡했고, 본선을 통과한 팀들은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호텔 로비에 마련된 연습실에서 단체로 게임을 하질 않았다. 어느정도 보완을 해결해 줄수 있는 시설이 있었다면 연습이 가능했을 것이다. 본선이 진행될 때 다른 팀들과 연습을 못해서 아쉽다.


Q. 8월부터 KDL 시즌3가 시작된다. 앞으로 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해외 팀들과 연습은 많이 못했지만, 코치진과 선수들끼리 팀 내적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회의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 주로 연습했던대로 피닉스와 핫식스끼리 연습을 할 텐데 이전과는 좀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행해 볼 예정이다. 자세한 부분은 알려줄 수 없다.(웃음)


Q. 마지막으로 TI4에 참가하면서 느낌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TI4 기간 동안 넘지 못할 산 같은 팀들을 직접 만나보고 대화하니 꼭 넘지 못할 것은 아니란 걸 모든 팀원들이 느꼈다.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내년 TI5까지 노력하다보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거라고 확신한다. TI기간동안 응원해주신 모든 한국 도타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 꼭 하고 싶었고, 항상 팀을 위해 노력하시는 최윤상 감독님, 임현석 감독님, 그리고 팀을 후원해주는 롯데칠성 핫식스, 미즈노, 치킨마루, 조텍, 세컨어스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