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인벤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최근 한 게임개발자의 죽음으로 불거진 논란에 있는 회사의 대표였다. 그는 회사의 직원이었던 고인에 대한 예의를 생각해서 모든 것을 원만하게 풀려고 했으나 이제는 결국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무거운 마음으로 장비를 챙겨 급히 서초동 모처에 있는 게임개발사의 문을 두드렸다. 회사의 대표와 전 직원 5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부터 팀장, 다른 직원들까지 같은 목소리였다. “진실을 부디 알아줬으면 좋겠다. 독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주셨으면 한다."

아래는 최근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한 게임개발자의 죽음과 관련하여 '회사 측 입장'을 정리한 내용이다.

☞ 8월 5일 1:00시 추가 기사: [취재] "고인의 형부입니다." 개발자 유가족 측의 입장




일단 간단한 회사 소개부터 듣고 싶다.

=최윤석 대표: 작년 1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현재 직원은 6명 정도. 프로젝트 마지막 단계에 있으며 모 플랫폼에서 베타테스트를 하고 있고 카카오톡 심사도 통과해서 8월 말에 출시할 계획이었다.

[▲7명 규모의 회사 내부 전경]


베타테스트 하던 게임이 내려갔다고 들었다.

=최윤석 대표: 베타테스트를 하고 있었는데 주말에 유저들이 항의 메일을 많이 보내서 테스트가 종료되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응하고자 마음먹은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최윤석 대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본 것은 일요일(8월 3일) 오후였다.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도 있었지만 굳이 대응하려는 생각은 안했다. 이거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유가족하고 같이 논란이 되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월요일에 보니 여기저기 커뮤니티에 이슈가 되고 여러 매체에서 기사가 나오고... 그동안 개발했던 게임의 베타테스트를 종료해버리니 우리도 대응을 안 할수가 없게 됐다.


A씨의 근무 현황에 대해서 듣고 싶다.

=최윤석 대표: 정확한 입사일은 5월 26일이다. 사건이 발생한 게 7월 27일이니 근무한지는 약 두 달 정도 됐다. 처음 면접을 봤을 때 가져왔던 포트폴리오가 대단히 훌륭했다. 경력도 인턴까지 합치면 약 4년 정도. 입사지원서에 희망연봉을 2,400만원을 적었는데 꼭 잡고 싶어서 2,600만원을 주겠다고 하고 채용했다.

그렇게 입사를 했는데 일을 너무 잘하더라. 기획자면 업무도 물론 중요하지만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도 매우 잘 이야기했고 성격도 꼼꼼해 모르는 게 있으면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보면서 일을 잘 했다.

다만, 너무 꼼꼼하다보니 완벽주의랄까, 우리가 보기엔 잘하고 있었는데 본인 스스로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전임 기획자보다 훨씬 잘하고 있으니 크게 신경쓰지 말라”고 이야기했었다.

유가족들에게도 전해들은 바로는 A씨가 한달 까지는 회사가 너무 좋다고 이야기했다 들었다. 그런데 입사한 지 둘째 달부터 회사에 불만이 있었다는 것이다. 유가족이 나중에 A씨가 언니분이랑 나눈 카톡 내용을 보여줬는데 '대표가 시킨 일을 팀장이 커트 안하고 전부 지시 내린다', 'DB 개발자가 자기한테 테이블을 짜라고 지시했다' 그런 내용들이었다.


평소 회사생활에서 특별한 점은 없었나

=최윤석 대표: 성격도 활달했고 커뮤니케이션도 잘했다. A씨가 회사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직원들에게 우울한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한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귀를 기울일까 생각도 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개인적인 부분까지 어떻게 관여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직원들 중 몇명은 담배피며 쉴때 A씨가 베란다에서 나와서 '확 뛰어 내려 버릴까'라고 농담삼아 말하는걸 들었다고 하더라. 근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농담이었고 나도 일이 벌어진 후에 직원들에게 들었다.


고인의 유서 내용도 확인했다고 들었다.

=최윤석 대표: 유가족 측에서 보여줘서 카톡으로 봤다. 회사에 대해 원망이 있었더라면 구체적으로 썼을텐데 그건 아니었다. 일하기 싫다거나 야근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우리 회사에 야근이 있었다는 건 인정한다. 출시 막바지인데 회사에서 야근을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논란되는 쟁점 중에 평균 12시간 근무를 비롯해 근무환경이 열악했다는 내용이 있다.

=최윤석 대표: A씨가 처음 회사 들어와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벽까지 일을 했다. 3일 정도 그렇게 했는데 그렇게 일을 하면 금방 지치니깐 야근하더라도 9시, 10시면 집에 가라고 했다. 그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지만 대중교통이 끊길 경우 택시비는 회사 법인카드로 하거나 영수증 청구하라고 했다.

복지라고 하기 부끄럽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출근 오전 10시에 퇴근 저녁 7시인데, 밤 9시까지 근무하면 석식과 함께 야근 수당으로 하루에 1만원씩 월급에 더해준다. 일정표에 기록하면 월급날 정산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는 콘텐츠 기획자인 A씨에게 밸런스 기획을 시키고, DB툴까지 짜라고 지시하는 등 원래 업무가 아닌 영역을 강요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최윤석 대표: 이미 거의 다 만들어진 게임이기에 애초 A씨가 입사할 때부터 우리는 콘텐츠 기획 보다는 밸런스 기획 위주가 될 거라고 설명했었다. 근데 이런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DB툴을 짜라고 하지도 않았고 실제로 짠 것도 없다. DB개발자와 기획자가 펫 스탯에 대한 기획을 하면 상의를 해야하는데 그 정도 수준의 대화였다.

[▲개발사에서 보여준 몬스터 DB툴]


대표를 통해 막 들어오는 일을 팀장이 커트를 안 했다는 부분도 있다.

=최윤석 대표: 내가 대표지만 애초부터 게임에 많이 관여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팀장 통해 지시한 적은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팀장이 전달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그렇게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떨어진 업무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앞서 얘기했듯이 언제까지 다 하라고 회사 직원을 압박하거나 그런 적은 없다.


무엇보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질문에 대한 논란이 크다.

=최윤석 대표: 그 이야기도 알고 있다. 목요일 오전에 A씨가 팀장한테 오전 8씨쯤 연락을 했다. “생리통 때문에 배가 아파서 나오기 힘들다”고 했고, 그래서 팀장이 알겠다고 중요한 날이니 혹시 오후에 몸 상태 보고 출근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변이 왔다. 그리고 그날 쉬었다. 생리 주기에 대해 물어봤다는데 전혀 사실 무근이다.

나중에 직원들에게 이야기 들어보니 다음날 출근해서 직원들에게 본인이 어디가 아픈지, 예전에 수술해서 XX을 떼어냈는데 다른 쪽으로 전이됐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 팀장이 A씨가 출근한 걸 보고 '몸은 괜찮냐'라고 한 질문에 본인이 그렇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한번은 A씨가 힘들다고 해서 후임 기획자를 뽑아줬다. 그분도 여성 기획자인데 회사 내부에서 성희롱이 있었다면 잘 알 것이다. 직접 물어보면 알겠지만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


A씨가 일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 강제로 말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윤석 대표: 나중에서야 함께 일했던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그런 말이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팀장 선에서나 나한테 공식적으로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사건이 있던 날 이후, 장례식 이후의 대처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최윤석 대표: 장례식 발인이 7월 29일이었다. 사건은 27일 벌어졌다고 들었다. 그게 일요일 밤 9시였고 직원들이 밤 10시에 연락을 받았다. 나는 그때 지방에 잠시 내려가 있었다. 밤에 직원들 전화를 받아보니 유족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너희가 죽였다. 살려내라. 어떻게 할거냐”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

조화를 늦게 보냈다고 하는데 그건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 맞다. 고작 6명이 있는 회사다보니 인사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황이 없었다. 나중에 정신차리고 다음날 보냈는데 월요일 저녁 8시에 도착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 부분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지방에서 급히 올라와 다음날인 28일(월요일) 오후 5시에 직원들을 만났고, 저녁 9시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형부라는 분께서 “언니와 어머니가 많이 격양된 상태다. 우리가 이거 가지고 녹취하고 그런 게 아니고 바라는 것도 없는데 저분들이 원통해 하시니깐 한이나 풀게 받아주시고 가라”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고개 숙이고 무릎 꿇고 이야기 듣고 그러면서 잘못 했다고 빌었다. 화요일(29일) 오전 7시에 발인한다며 운구를 도와달라고 해서 직원들과 함께 다음날 운구까지 도와드렸다. 그리고 오전 10시쯤 유족들과 다시 이야기를 놔눴다.

거기서 내가 지분 이야기를 꺼냈다. 회사 방침 중에 하나가 나중에 회사가 잘 되면 전체 지분 중 30%를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이건 예전부터 직원들에게 얘기했던 부분이다. 그래서 유가족들께 'A씨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이 지분은 유족분들께 드리겠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그런 거 다 필요없고 앞으로 너네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 유족들과 다시 만난 적이 있나?

=최윤석 대표: 8월 1일(금요일) 유가족분들, 그러니까 어머니와 형부, 언니이신 분이 회사로 찾아왔다. 지분은 필요 없으니 위로금 형식으로 현금을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도 1년 넘게 게임 개발하고 있는데 매출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여유가 없다. 죄송하지만 힘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우리 딸이 나를 지금까지 먹여 살렸는데 어떻게 할거냐. 생계를 책임지라”라고 하셨다. 이건 그때 카페에서 큰 소리로 말씀하셨으니 지금 카페가서 주인이나 종업원에게 확인해봐도 된다.

그러면서 자리가 끝날 때, 형부가 “앞으로 어떻게 되던 간에 각오해라. 너네 책임이다. 이 업계 좁은데 게임 못나오게 막을거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위로금 100만원 이야기도 있다.

=최윤석 대표: 그건 위로금이 아니라 장례식장에 갔을 때 조의금으로 낸 돈이다.


현재 어떤 심정인지.

=최윤석 대표: 답답하고 복잡하다. A씨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아서 좋게 보내드리고 싶은데 상황이 이렇게 지저분하게 된 것 같아서 가장 가슴이 아프다. 사실 회사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고 본다. 그런 게 있었더라면 아마 법적으로 대응을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일만 커지고 유가족들은 유가족들 대로 상처받고 우리 직원들도 심리적으로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형부 되시는 분이 어떻게든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 금요일 이후 따로 연락을 안했는데 일이 커지면 커질수록 서로가 힘들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고인 분에게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독자분들이 잘 판단해 주시리라 믿는다.

☞ 관련 링크: "먼저 고인께 깊은 조의를 보냅니다." GAMEICON 공식 해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