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인의 형부입니다."

오늘 회사 측 대표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유가족을 대표해 고인의 형부가 인벤을 통해 입장을 밝혀왔다. 대면 인터뷰가 시간 관계상 힘들어 전화 통화와 이메일을 통해 입장을 정리했으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관계에서 회사측 주장과 몇가지 상이한 부분이 발견된다.

경력 4년의 기획자가 입사한 지 2개월만에 회사 문제로 비극적 선택을 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회사측 대표의 입장과 2개월 동안 얼마나 강도 높고 열악한 근무 환경, 그리고 성희롱에 시달렸으면 생을 포기했겠냐는 유족측의 입장이 크게 상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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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어떤 형태로 진실이 빛을 비추게 될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이번 사건의 이면에 게임계 안팎으로 불안하고 열악한 현실과 이의 개선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염원이 투영된만큼, 최소한의 경종을 울리는 역할은 해내리라 믿는다.

유족측 입장을 최대한 담기 위해 원문 그대로를 옮겼으나, 글의 가독성을 높히고자 유족 측의 동의를 얻어 단락 구분 등 편집은 일부 가했음을 미리 밝혀 둔다.


"안녕하세요. 고인의 형부라고 합니다."

"물론 출시를 앞둔 회사에서 이렇게 나오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물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저렇게 당당하게 나오는 것이 화가 나네요. 사실이 아니라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니."


"회사 측 입장에 대해 전체적으로 보자면, 유가족 측이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고,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우리가 연봉도 많이 주고, 몸 걱정도 해줬다. 성희롱에 관련된 것은 사실무근이다. 그리고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저희가 사건을 접하고 신촌병원에 뛰어갔을 때, 이미 처제는 세상을 떠났고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아보던 중 회사에 대한 불만과 직장동료 간의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고 가장 먼저 직장동료들에게 밤 9시경 연락을 취해 '내 동생이 죽었다, 빨리 병원으로 오라' 고 하였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3시간이 지난 후 네 명이 함께 오더군요. 그리고선 저희에게 '저희는 잘못이 없습니다. 야근을 시킨 적 없습니다.' 등등의 이야기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더군요."


"그리고 삼일장이 지난 후 승화원에서 운구를 도와준 후에 지분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 때 형부인 저는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장모님의 뜻을 물어봐야 하니 장모님께 여쭈어 본 후에 전화하겠다. 다시는 안봤으면 좋겠다.' 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대표가 기자에게는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앞으로 너네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라고 하고 나중에 위로금을 달라고 하더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셨더군요. 그리고 이때 저는 성희롱 관련 얘기 및 다른 불만 사항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위로금은 장모님 지인 중 법무사로 일하시는 분이 '바보같이 그러고 있지말고 가서 위로금이라도 받아라.'라고 하시길래 '그럼 원래 주기로 한 지분 대신 위로금으로 달라고 해봐야겠다'고 하여 금요일날 만나서 얘기를 했던 것입니다. 얼마를 달라고 구체적으로 애기한 것도 아니고, 원래 주기로하였던 지분을 어느 정도 현금화해서 주기를 바란 것이 그토록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전에 그 회사의 게임이 완성되는데 그렇게 기여한 직원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데 조금의 책임이라도 느꼈다면 먼저 나서서 얘기하는 게 도리 아닌가요?"


"'앞으로 어떻게 되든 간에 각오해라. 너네 책임이다. 이 업계 좁은데 게임 못 나오게 막을 거다' 전 이렇게 얘기한적 절대 없구요. '마지막으로 사죄 드릴 기회 드렸는데 못하겠다고 하셨고, 이제 저희 뜻대로 하겠습니다.'라고 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물증은 하나도 없고 소송을 진행할 수도 없는 터라 답답한 마음에 개인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한탄하는 글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성희롱과 관련된 부분은 병가를 쓴 다음날 퇴근길에 장모님이 처제를 태우고 퇴근하던 중에 처제가 옆자리에 앉아서 계속 울고있었습니다. 그래서 장모님께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봤더니 그 회사 직원이 생리주기부터 가족력에 대한 질문을 수치스럽게 했다고 답했습니다. 물적 증거가 없으니 저희로서도 답답할 뿐입니다. 어떤 바보가 물적 증거도 없는 성희롱을 했다고 인정하겠습니까만 저희가 증거는 없으나 이 사실들은 장모님,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가 처제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일이 있고, 그 주 주말에 처제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가족으로서 이런 상황에 회사는 잘못이 없다라고 생각해야 하는건가요? 다음날 회사를 나가야한다는 부담감, 회사에서 느꼈던 압박과 업무의 스트레스, 그리고 성적 수치심, 자신이 없으면 프로젝트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등등."


"<최윤석 대표: 8월 1일(금요일) 유가족분들, 그러니까 어머니와 형부, 언니이신 분이 회사로 찾아왔다. 지분은 필요 없으니 위로금 형식으로 현금을 달라고하셨다. 그래서 '우리도 1년 넘게 게임 개발하고 있는데 매출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여유가 없다. 죄송하지만 힘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우리 딸이 나를 지금까지 먹여 살렸는데 어떻게 할거냐. 생계를 책임지라”라고 하셨다. 이건 그때 카페에서 큰소리로 말씀하셨으니 지금 카페가서 주인이나 종업원에게 확인해봐도 된다.>



생계는 저희가 알아서 책임집니다. 장모님께서 말씀하셨던 건 그 대표의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나 단순히 소리를 지른것입니다. 어느 부모가 딸을 잃고 이렇게 울부짖지 않을수 있을까요. 돈이 없다고 딱 짤라 얘기하는 바람에 체념하며 그냥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 <그러면서 자리가 끝날 때, 형부가 “앞으로 어떻게 되던 간에 각오해라. 너네 책임이다. 이 업계 좁은데 게임 못나오게 막을거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최윤석 대표: 성격도 활달했고 커뮤니케이션도 잘했다. A씨가 회사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직원들에게 우울한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한적이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귀를 기울일까 생각도 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개인적인 부분까지 어떻게 관여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직원들 중 몇명은 담배피며 쉴때 A씨가 베란다에서 나와서 '확 뛰어 내려 버릴까'라고 농담삼아 말하는 걸 들었다고 하더라. 근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농담이었고 나도 일이 벌어진 후에 직원들에게 들었다.'>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라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돈 때문에 저런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원래 성격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건 또 뭔지."


"제가 처음 글을 올릴 때 '경력도 짧고 사회생활 경험도 많지 않았기에'라고 썼는데, 경력은 4년 정도가 맞습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성격의 바르고 고운 애였습니다. 이 글을 올리면서 바라던 것들 중 업무강도가 너무 강한 것(업무량에 따른 업무시간)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우리는 야근을 시킨 적이 없다'라고 하는것을 보면 무슨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모르는 듯하고요."


"어떤 회사도 야근을 직접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오나, (그런 회사도 종종 있기는 합니다만...) 그만한 업무량을 주고 하루 이틀 내로 끝내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준 것 아닌가요? 이런 상황에 대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회사가 답답할 따름입니다."


"비록 저희 처제는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개발자 여러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무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후 회사 측에서 어떤 대응을 할지 모르겠으나, 진정으로 원만하게 해결하길 바라신다면 잘못된 부분은 인정을 하고 사과를 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가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글을 내린 이유는 더 이상 이런 식의 진흙탕 싸움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