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와 음악가가 얼마나 많이 소통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대화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최근까지 모바일게임을 향한 스타트업들의 '드림 러시'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성장이 더뎌진 이 시장은 헤쳐나가기 만만치 않았고, 개발자들이 흔히 털어놓는 고충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더라"였다.

단순한 게임이라도, 막상 달려들면 수많은 요소를 함께 창작해가야 했다. 괜히 새로운 종합 예술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니까. 그래픽과 시스템과 각종 텍스트, 그리고 사운드나 영상 등을 몇 명의 소규모 개발사가 다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음악 담당자가 따로 없는 경우는 부지기수. 그저 구상만 해둔 사운드를 어떤 식으로 의뢰해야 게임 속에 구현할 수 있을까.

이 해답을 KGC2014 3일차에서 들을 수 있었다. 빅밴드 사운드디자인의 이동빈 PM은 모바일게임 사운드 제작 실무와 관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모바일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급변한 개발 상황을 중심으로 한 사운드 외주 제작사의 실제 제작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운드 제작을 공부하는 사람과, 사운드를 외주 혹은 자체 제작하려는 중소규모 개발사를 위한 시간이었다.

▲ 빅밴드 사운드디자인 이동빈 PM


강연 초반은 빅밴드 사운드 디자인에서 실제로 게임 사운드 제작을 의뢰받아 개발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그 과정에서 제작한 음악이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들려주기도 했다.

이동빈 PM은 "모바일게임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온라인 개발 인력의 합류와 창업이 잇따르면서, 제작비 예산이 줄고 각종 리소스를 외주에 맡기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현황을 안내했다. 서너 명이서 시작하는 소수 인력에 외주 인력이 더해져 게임이 개발되는 모습이 흔해진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부작용도 흔히 나타났다. 인력도 돈도 모두 부족하다. 인원이 줄은 만큼 프로그래머와 기획자 몇 명이 전부고, 사운드를 제작해본 사람은 손에 꼽을 수밖에 없다. "이제 개발자와 음악가는 서로를 모르는 시대예요. 카오스가 열린 거죠."



제작기는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게임이 아닌 알람 앱 '알람몬'이었다. 거기서 '싱구리'라는 업데이트가 있었는데, 개구리 세 마리가 동시에 노래하는 사운드를 제작했다.

그런데 완성해놓고 보니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런닝타임이 제한돼서 사용이 불가능했던 것. 하지만 버리기 아까운 곡이었고, 그 시간제한에 맞추기 위해 또다시 긴 보정 과정을 거쳐야 했단다.



카카오 플랫폼 퍼즐게임 '몬스터 버스터즈' 사운드 제작기에서는 퍼즐의 각 배경마다 다른 BGM을 넣어 현장감을 살린 과정을 이야기했다.

악마성 배경 스테이지에서는 음산한 배경을 보고 긴박하게 음악을 만들어 보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시간제한이 없는 게임이었고, 쫓기는 느낌이 든다는 이유로 곡이 사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섯 가지를 만들었지만 모두 개발사 입장에서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시간에 쫓기는 히어로 모드가 새로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 만들었던 곡을 히어로 모드에 보내고, 악마성 스테이지는 기본 테마곡을 어레인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런칭 후 6개월 동안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잘렸구나 싶었어요(웃음)." 제공한 곡 중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서 여기까지인가 싶었다고. 하지만 곡 정말 좋았다면서 크리스마스 때 다시 연락이 왔고, 지금도 퍼즐키위와 지속적으로 보완 관계를 가지면서 좋은 파트너십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쉬운 일도 있었단다. '프로젝트H'라는 액션RPG는 모두 작업을 했지만 게임이 출시되지 않은 경우다. 게임 자체 성과가 좋지 않아 프로젝트를 접게 됐다는 사실을 건너 들었다고 한다. 모바일게임은 보통 두세 가지 곡에 효과음 3~40개 가량만 쓰는데, 여기는 12개 정도 곡에 온라인 MMORPG보다 약간 작을 정도로 큰 사운드 규모를 구성했다. 이동빈 PM은 "기회가 왔다 싶어서 영혼을 바쳐 작업했지만 발표할 수 없었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프로젝트H'는 아예 처음부터 같이 시작을 해서 1년 정도 공동작업했다고 한다. '디아블로'처럼 플레이어가 어떤 위치로 가느냐에 따라 환경음과 음악이 변하는 좋은 연출을 보여줬는데, 이런 효과를 모바일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동빈 PM은 기획자와 음악가가 프로젝트 시작부터 함께 하면서 게임을 준비하는 방식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어떤 기획자가 자조 섞인 투로 말하더라고요. '게임이 망하면 결국 기획자 탓'이라고요. 항상 시작이 반인 것 같아요. 물론 그래픽이나 리소스 등 모든 분야의 제작 심리를 잘 알아서, 출시 한달 전 의뢰를 하더라도 소통이 잘 되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사실 가장 좋은 건, 처음부터 같이 하는 것 같아요.

개발자도 결국 '코딩을 사용해 창작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높은 수준의 음악을 갖춘 '영웅의 군단' 같은 게임들이 다들 무모하다고 하던 시도를 성공시켰고, 그러면서 미들코어 RPG 게임 사운드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요. 양산작 느낌이 나는 작품보다 스토리부터 흐름이 있고 개발하는 사람도 감동받는 게임으로 시작한다면 흥행 면에서도 좋은 지표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