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차, 중형전차, 경전차, 구축전차, 자주포로 구분되는 전차의 병과 구분은 2차대전 당시 실제 많은 국가에서 채용했던, '표준에 가까운' 전차 운용 교리였다. 하지만 최초의 전차를 개발했던 영국은 타 국가와는 달리 보병전차, 순항전차, 독자적인 전차 교리에 의해 개발된 영국 전차들은 월드오브탱크 내에서도 자주포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병과 특징과는 다소 동떨어진 특성을 지니고 있어 대체로 비주류 전차에 속해왔다. 한 때는 무작위 전투에서 '홍탑필패'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


영국 전차들은 이렇게 범용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특정 분야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고, 꾸준하게 매니아층을 만들며 명맥을 이어왔다. 그 중에서도 영국의 1차 구축전차 트리는 등장 당시 5티어부터 200mm급 장갑을 선보이며 큰 충격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10티어에서 그 성격이 다시 한 번 반전되며 자주포를 방불케 하는 강력한 한 방을 확보했기에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며 인기를 몰았던 전례가 있다.



▲너프를 거듭한 끝에 '고인'이라는 소리마저 듣는 183이지만
그 포구와 마주칠 때면 오싹한 기분이 드는 것은 여전하다


9.5 업데이트를 앞두고 소문만 무성했던 영국 2차 구축전차 트리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정규 전차 트리 추가는 근 1년만에 이루어진다. 오래 기다렸던 만큼 기대도 크다.


그런데, 많은 기대를 받았던 신규 전차들의 상태가 어딘가 미심쩍다. 2티어 경전차 M2A4와 4티어 경전차 발렌타인에서 시작되는 영국 2차 구축전차 트리는 첫 인상부터 '떡장갑'으로 유명했던 1차 구축 트리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대두의 대명사, KV-2는 이제 설 자리를 잃었다


일단, '성능이 다소 떨어져도 멋있으니 탄다'는 말을 들어왔던 영국 전차답지 않다. 차체와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포탑, 얇아보이는 장갑이 자꾸 눈에 밟힌다. 압도적인 화력이 장점일까, 7티어까지는 꼼짝없이 17파운더 주포를 사골처럼 우려내야 할 판국이다. 같은 주포를 사용해도 재장전이나 기타 성능이 개선되어 동급 중형전차와 비교하면 한 단계 나아지긴 했지만 어딘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신규 전차 리스트를 살펴보니 눈에 익은 이름이 보인다. 미국, 영국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M4 Sherman의 17파운더 장착형 모델 'Firefly IC'가 그것이다. 이제야 영국 2차 구축전차의 대략적인 콘셉트가 보이는듯 하다.



▲많은 기대를 받았던 17pdr 장착형 셔먼, 파이어플라이가 드디어 등장한다


파이어플라이는 셔먼의 차체를 활용한 채 화력 증강을 꾀하기 위해 17파운더 주포를 장착한 모델로, 기존 셔먼에 비해 공격적인 측면이 강화 되었지만 기동성이나 부앙각과 같은 측면에서는 다소 페널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전차들도 개요는 비슷하다. 중형전차의 차체에 큰 포탑을 올린 형태의 전차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동급 중형전차와 중전차가 사용하던 주포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지만 세부 성능이 다소 상향 조정된 경우가 많다.



▲명실공히 영국의 '사골포'로 자리잡은 17파운더 주포. 연사력이 뛰어나지만
소련의 122mm 원조 사골포에 비하면 펀치력이 아쉽다



◆ 정체를 알 수 없는 새로운 홍차맛? 영국 2차 구축전차 트리의 특징


저티어 구간은 미국으로부터 렌드리스로 공여받은 전차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4~6티어 구간부터는 본격적인 '홍차맛' 구축전차가 등장한다. 다른 국가의 전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기는 하나, 대부분의 전차들이 다른 중형전차나 중전차의 차체를 이용하고 여기에 포탑이나 전투실을 올려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신 중형전차나 중전차와 비교해 한 단계 강력한 주포를 사용하려다 보니 필연적으로 대형화된 포탑을 얹게 되었다. 152mm 주포를 사용하게 되면서 거대한 포탑을 올려야만 했던 KV-2나 포탑 없이 고정 전투실을 올린 구축전차들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지만, 문제는 포탑의 방호력 또한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장갑의 두께가 얇을 뿐더러 포방패의 크기도 작고 경사장갑 효과를 거의 볼 수 없는 형태를 하고 있어 도탄을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거대한 포탑은 단순히 피격 면적이 늘어났다는 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차체 높이가 전차의 위장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월드오브탱크의 특성상, 위장 플레이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포탑 장갑 14/14/14의 10티어 FV4005
티어를 감안하면 10mm급 반 오픈 포탑인 바이백과 별 차이가 없다


2차 구축전차 트리의 대부분이 포탑 회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미국의 T110 E4 트리가 회전 가능한 포탑을 장착하기는 했지만, 영국 2차 구축전차 트리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미국은 포탑이 회전하는 구축전차들의 방호력이 동급 중전차에 견줄 만큼의 수준이었다. 미국 특유의 부앙각과 강력한 펀치력 덕택에 중전차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반면 2차 영국 구축전차는 얇은 장갑이 큰 단점으로 지목되지만 동급 중전차와 함께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기동력은 확보했다. 연사 속도와 명중률 측면에서도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동일한 주포를 사용하는 다른 전차에 비해 전반적으로 명중률과 장전 속도가 향상된 것.


영국군이 애용했던 17파운더 주포를 7티어까지 계속 사용해야 했기에 9티어 전까지는 화력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예측도 이어졌으나, FV4202나 Leopard 1이 사용하는 10티어 주포인 105 mm 로열 오디넌스 L7A1를 8티어부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런 우려는 조금 덜 수 있게 되었다.


2차 구축전차 트리의 10티어 FV4005 Stage2는 FV215b 183과 동일한 183mm 주포를 사용한다. 덩치가 더욱 커졌을 뿐만 아니라 장갑이 10티어에서 무용지물일 정도로 물렁하기는 하지만 공격적 측면에서 버프를 받았다. 특유의 막강한 공격력은 유지한 채 명중률과 장전 속도, 조준 속도 등의 성능이 개선된 만큼 FV215b 183과 비교해 후방에서의 지원에 보다 적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 영국 2차 구축전차 트리의 구성


※ 아래의 내용은 현재 테스트 중인 신규 전차의 성능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영국2차 구축전차 트리는 지속적으로 밸런스 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이며, 추후 정식 서버에 등장하는 전차의 성능은 아래의 내용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2티어 M2A4

영국의 1티어 전차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아직 모델링 외의 세부 정보는 공개된 바가 없으며, 미국의 M2 Light Tank의 개량형인 만큼 성능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엔진 출력이 다소 높은 만큼 기동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의 M2와 비교해 한 단계 뛰어난 성능의 엔진을 달았다


■ 3티어 Stuart

3티어는 미국의 Stuart가 렌드리스 버전으로 다시 등장한다. 영국의 2티어 구축전차 UC 2pdr이 사용하는 스톡포인 QF 2-pdr을 사용할 수 있다. 발당 공격력은 낮은 편이지만 골탄 관통력이 120대로 매우 높은 것이 특징.



▲ 미국, 중국에 이어 영국에까지 등장하게 될 스튜어트


■ 4티어 M3 Grant

'망리'라는 애칭으로도 널리 알려진 미국의 중형전차 M3 Lee의 형제격 되는 전차로, 영국군이 사용한 버전은 대형화된 포탑으로 인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장갑은 거의 차이가 없지만 M3 Lee에 비해 내구도가 10 높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M3 Lee에 비해 큰 포탑을 달고 있는 것이 특징인 M3 Grant


■ 5티어 Sherman III

말이 필요없는 미국 중형전차의 심볼, M4 Sherman의 또다른 바리에이션이 등장한다. 현재 미국 5티어 중형전차로 활약하고 있는 M4와 동일한 무장인 76mm / 105mm 주포를 장착할 수 있어 기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105mm 성형작약탄의 관통력이 15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성능이 미국의 Shrman과 동일하지만 골탄 관통력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진 Sherman III는 과연 너프 없이 등장할 수 있을까?



■ 6티어 Firefly IC

많은 이들이 기다려왔던 셔먼의 17pdr 장착형, Firefly가 등장한다. 다소 무리하게 고성능 주포를 올리기 위해 개수를 진행한 탓에 실제로도 화력 이외의 부분에서는 문제가 많았던 전차인 만큼, 게임 내에서도 상당히 극단적인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발당 150의 공격력을 2.5초마다 한 번씩 쏟아붓는 막강한 DPM을 자랑하는 파이어플라이는 엄청난 화력 투사 능력을 댓가로 명중률을 희생해야만 했다. 대구경 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0.46이라는 극악의 명중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거리에서 DPM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플레이를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한의 연사력 대신 부왁포 수준의 명중률을 선사받은 Firefly



■ 5티 Archer

4티어 경전차 발렌타인에서 2차 구축전차의 또다른 트리가 이어진다. 발렌타인의 차체를 그대로 사용하는 Archer는 '뒤로세이더'로도 유명한 Crusader SP와 같이 전진보다 후진이 더 빠른 전차다. 신규 트리에서 포탑 없이 오픈된 전투실을 보유한 유일한 전차로, 17pdr 주포를 5티어에서부터 사용할 수 있어 화력 지원에 있어서는 강력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방위 20mm를 넘지 못하는 장갑 탓에 Archer 역시 105mm급 고폭탄의 위협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뒤로세이더를 처음 몰았을 때의 충격을 다시 느껴볼 수 있다


■ 6티어 Achilles

Achilles는 미국의 구축전차 M10 Wolverine의 주포를 17pdr로 교체한 버전이다. 미국의 Wolverine이 76mm주포를 사용했기 때문에 공격력은 큰 폭으로 향상되었고 이에 맞춰 티어도 함께 5티어에서 6티어로 상승했다. 재장전 시간은 4.795초로 분당 12발을 사격할 수 있으며 명중률이 0.31로 상당히 좋은 편이기 때문에 중장거리 교전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



▲17pdr의 극한을 맛볼 수 있는 Achilles


■ 7티어 Mk. VIII Challenger

Mk. VIII Challenger는 신규 트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우려를 받고 있는 전차다. Cromwell의 차체에 TOG II의 포탑을 올리고 17dpr을 사용하는 이 전차는, Cromwell의 기동성과 TOG II의 둔한 움직임을 한 번에 보여주는 언밸런스함을 선사한다. Challenger의 기괴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차체와 포탑 전방위에 걸쳐 100mm를 넘는 장갑이 없지만, 단 하나 '포탑 후면' 장갑만큼은 200mm에 달한다.


추중비가 20, 차체 선회 속도가 초당 32도에 달하는 반면, 포탑의 선회는 초당 16도에 불과하다. 큰 포탑과 얇은 장갑은 기동성으로 보완할 수 있다지만, 7티어 구축전차가 17pdr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치명적인 한계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 6티어 Achilles에서 17pdr의 정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약 4초대까지 추가적으로 줄어든 장전속도에도 불구하고 힘겨운 전투를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Mk. VIII Challenger


■ 8티어 Charioteer

7티어에서 힘겨운 사투를 끝내면 조금은 숨통이 트이게 된다. 중형전차의 차체에 거대한 포탑을 올린 특유의 모양새는 이어지지만, 지겹도록 우려먹었던 17pdr을 버리고 10티어 명품 주포인 105mm Royal Ordinance L7을 장착할 수 있게 된다. 105mm L7은 막강한 한 방 공격력은 없지만 좋은 연사속도와 명중률로 10티어 중형전차들이 사용하는 고성능의 주포다.


기동성도 7티어에 비해 개선되었다. 추중비 21에 최고 52km/h로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크롬웰 수준의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05mm L7을 장착할 수 있게 되면서 평가가 달라진 Charioteer



■ 9티어 FV4004 Conway

9티어 FV4004를 만나게 되면 티어가 올라갈수록 점점 거대해지는 포탑의 크기에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9티어가되면 동 티어 중전차와 1차 구축전차가 사용하던 120mm L1A1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한 발 한 발의 포탄에 보다 무게가 실리게 된다.


하지만 기동성 측면에서는 이전 티어에 비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최고 속도가 35km로 제한되면서 18의 무난한 추중비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기가 어렵게 된 것. 동급 구축전차인 Tortoise의 120mm와 비교하면 주포의 성능은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재장전 시간, 조준 시간, 부앙각 등이 모두 Tortoise에 미치지 못하지만 대신 명중률이 0.307로 조정되었기에 중장거리 약점 사격에서는 더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FV4004 Conway부터는 기동과 공격 모두에서 묵직함이 느껴질듯 하다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을지 아직은 평가하기 어려운 전차


■ 10티어 FV4005 Stage2

당초 183mm 클립식 주포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루머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던 전차인 FV 4005는 결국 클립식 주포를 장착하지 않은 버전인 Stage2가 등장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183mm 주포를 사용하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에 특유의 막강한 공격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 대신 거대한 포탑과 얇은 장갑, 느린 기동성 등을 보완하기 위해 재장전 속도와 명중률, 조준 속도에서 버프를 받았다.


대구경포 특유의 낮은 명중률을 보완해 0.36 수준까지 줄였으나 29초에 달하는 장전 시간과 12발밖에 되지 않는 휴행탄수를 생각하면 무리한 장거리 저격은 헛된 탄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FV4005는 FV215b 183과 마찬가지로 포탑이 360도 회전하지 않는다. 좌우 90도까지 포탑을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중형전차나 경전차의 근접전에서는 한계를 맛 볼 수도 있다. 덩치가 상당히 큰 편이기 때문에 고티어 자주포의 지근탄에도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위장이나 엄폐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 FV215b 183과 FV4005 S2의 성능 비교



▲소폭 줄어든 장전 시간과 명중 개선으로 183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