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어1의 위엄을 보여준 경기였다.

7일 강남 넥슨아레나에서 펼쳐진 KDL 시즌4 준플레이오프에서 MVP 피닉스가 제퍼를 2:0으로 꺾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그간 경기력이 하락했다는 평을 받으며 부진에 빠진 MVP 피닉스였으나, 지난 재경기부터 다시 예전의 실력을 회복하더니 오늘 경기에서도 제퍼를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며 티어1 팀의 위용을 과시했다.

1세트에서 MVP 피닉스는 단 한 차례의 위기도 없이 약 20분 만에 경기를 끝냈고, 2세트에서도 치고받는 난전 속에서 꾸준히 주요 영웅들의 성장을 유지하며 상대와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힌' 이승곤의 드래프트 하에 밴픽에서부터 우위를 점한 MVP 피닉스가 결국 제퍼를 상대로 완승했다.

이하는 이승곤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Q. 플레이오프 진출 소감은?

원래 이번 시즌 시작할 때 이렇게 힘들게 갈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6.82 패치 후에 어려움을 겪었다. 포지션도 바꾸고 여러 시도를 했는데 포지션 변경보다는 나와 '마치'가 드래프트를 바꾸면서 상승세가 시작된 거 같다. 제퍼 상대로 이길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의외로 힘들었다. 우리 경기력이 떨어진 것도 있고 제퍼도 한국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멋지게 장식하려고 많은 준비를 한거같다.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Q. 드래프트는 무슨 이유로 변경을 하게 됐나?

드래프트를 바꾼 건 지난 경기부터였다. 타 팀들은 서포터들이 드래프트를 하는 비중이 높다. 일반 게임에선 서포터들도 캐리 영웅을 플레이 하는데 캐리들은 서포터를 잘 안해서 캐리들이 드래프트하면 서포터의 디테일한 부분을 잘 모른다. 그래서 예전엔 나, '레이센'과 '마치'와의 의견충돌이 있었다. '마치'에겐 좋아보이는데 우리한텐 힘들다던가 등등.

그래서 서포터 중 하나가 오더를 하면 캐리 얘기도 들을 수 있고 서포터인 우리 입장도 알기 때문에 밸런스 맞는 드래프트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치'와 내가 게임을 보는 눈이 달라서 스타일 차이도 많다. 예전엔 포지션 스왑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젠 서로의 장단점을 아니까 스타일만 바꾸면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시도했고 연습때 결과도 나름 좋아서 이대로 가기로 했다.


Q. 미드를 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욕심이 있으나 팀의 성공을 위해서 타협해야 했다.


Q. '큐오'에게 유령 자객을 계속 주는 이유가 있다면?

시너지리그 때는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해 본 정도였다. 공개되지 않은 경기에서 많이 써 본 적도 있고 유령 자객의 카운터들이 많이 너프가 됐다. 여러모로 거의 무상성으로 봐도 될 정도로 괜찮은 영웅이다. '큐오'는 캐리력 있는 영웅을 할 때 의욕이 넘치더라. 각자 하고 싶어하는 영웅을 줘야 잘 되는 거 같다. 짐승같은 큐오와 어울리는(웃음) 폭발성이 있어서 잘 맞는 거 같다.


Q. 플레이오프 상대인 포커페이스와 전 경기에서 1:1을 기록했는데?

아제르바이잔, 스웨덴을 다니며 경험을 쌓고 보고 들은 것도 많아서 업그레이드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타 팀 선수들에게 들은 조언을 정리하고 우리 것으로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외국 스타일을 베끼기만 해서 힘든 경기를 했다. 이번엔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고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면 괜찮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본다.


Q. 최근 레이브 상대로 거의 모든 경기를 졌다. 만일 결승에서 레이브와 맞붙는다면?

우리가 사실 레이브한테 크게 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MSI때 레이브에게 지고 포지션 변경이 시작됐다. 그래서 우린 풀어나갈 숙제가 많은데 레이브는 자신들의 스타일을 정립하고 더 발전하는 단계여서 많이 뒤처진 것 같다. 사실 MSI 때도 레이브를 상대로 이겨서 패자조로 보낸 후에 다시 만나서 진 거였다. 그 후 심리적인 압박에 시달렸는데 해외에서 훨씬 강하고 인정받는 팀을 상대로도 심하게 밀리지는 않는다는 걸 확인하니 우리가 레이브에게 겁먹을 이유가 없다는 걸 알았다.


Q. 결승에 가면 VG, LGD와 맞붙는다. 특히 LGD에겐 드림리그에서 0:3으로 졌는데?

중국 도타가 굉장히 무섭다. 조용히 자기들끼리 메타를 형성해서 온다. 내가 듣기로는 중국 팀이 인터내셔널 전까지는 거의 잠도 잘 안 자고 연습을 많이 하는데 인터내셔널 끝나고 오랫동안 연습을 잘 안하고 휴식기를 가진다고 하더라. 많이 힘들지만 작년 슈퍼 인비테이셔널 때처럼 처참한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Q. 스타래더 예선도 있다. 어떻게 준비할 건지?

동남아 자리가 하나밖에 없어서 쉽진 않다. 아직도 준비된 전략이 많이 부족하다. 그냥 KDL 경기한다는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후원해 주시는 핫식스, 롯데칠성에게 감사한다. 그동안 기존 팬 분들이 우리의 성장이 멈췄다고 생각할만한 경기력을 보였었다. 하지만 우린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이맘때가 슈퍼 인비테이셔널 때였는데 거기서 5개월 지나자 TI 예선도 뚫었고 올해도 그만큼의 성장을 반복하면 해외 어디 나가서도 명함을 내밀기 부끄럽지 않은 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