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L 시즌4 결승전이 코앞에 다가왔다. 사실 그간 KDL 결승전은 어느 정도 승패 예측이 뻔한 경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시즌1에서는 제퍼의 무패 행진을 막을 한국 팀이 존재하지 않았고, 시즌2와 3에서는 빨간불에도 멈추지 않는 소방차같은 MVP 피닉스의 기세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4는 다르다. 레이브는 KDL 시즌3까지도 "KDL에 수맥이 흐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유난히 힘을 쓰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6.82패치 메타에 가장 잘 적응한 팀으로 평가받으면서 천적에 가까웠던 MVP 피닉스에게 일방적으로 승리를 거두더니 곧 동남아 최강의 팀으로 거듭났다.

MVP 피닉스는 시즌3까지 결승전에 전부 얼굴을 비춘 부동의 한국 1위였으나, 6.82패치가 다가오자 하드캐리 메타에 적응하지 못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몰락했다는 평을 들으면서도 꾸준히 해외리그에 참가해 경험을 쌓더니 드림리그에서 해외의 최강 팀들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펼치며 분투, 그 경험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기 시작했고 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레이브와 MVP 피닉스, 최고의 기세를 타고 있는 팀이자 숙명의 라이벌로 거듭난 두 팀이 i-리그, 스타래더에 이어서 KDL 결승전에서 세 번째로 맞붙는다. 박빙의 KDL 결승전 관전 포인트는 무엇이 있을지 알아본다.



■ 태산같은 견고함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레이브



레이브는 6.82패치를 통해 가장 안정감 있는 팀으로 우뚝 섰다. 정인호 해설은 레이브의 1번 캐리인 '제요'를 KDL 최고의 캐리로 꼽은 바 있고, 실제로도 그런 평가에 걸맞은 경기를 선보이고 있다. 오프레이너 '크리시' 역시 동남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잘 하는 오프레이너로 평가받는다.

레이브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안정감'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 하나 약점으로 취급할 만한 선수가 없고 모두가 1인분 이상의 역할을 하며 뛰어난 팀워크를 자랑한다. MSI Beat It 2014 아시아-태평양 예선 결승에서 MVP 피닉스를 상대로 염동력 지팡이를 다수 구매해 위기에 빠진 팀원을 구출해내는 장면은 그들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경기 중 하나다.

▲ 이제는 레이브의 주특기가 된 염동력 지팡이로 아군 구조하기!


'제요'의 캐리로서의 역량도 레이브에게 큰 힘을 실어준다. 파밍을 최우선으로 하되 적절한 시기에 전투에 개입해 이득을 볼 줄 안다. 캐리가 갖춰야 할 덕목을 모두 갖춘 셈이다. 잘 성장한 캐리가 끊기거나 무리한 공격을 하다 죽으면 손해가 막심하지만, '제요'는 확실한 상황이 아니라면 결코 무리하지 않는다. 때문에 웬만해서는 혼자 다니다가 끊기거나 다이브가 실패해 죽는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다.

오프레이너 '크리시'는 레이브가 가진 최대 강점 중 하나다. '크리시'는 상대 오프레이너와 1:1로 마주치건, 상대 트라이 레인을 만나건 제 몫을 해낸다. 오프레이너끼리의 맞대결에선 대부분의 상황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솔로킬을 기록하기도 하고, 상대 서포터의 지원을 유도해 동선낭비를 시키기도 한다. 게임이 후반으로 흘러가면 오프레이너라도 믿기 힘들 정도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캐리와 더불어 상대에게 크나큰 압박감을 심어준다.

레이브는 항마사, 모플링, 메두사 등 전형적인 하드캐리로 대표되는 하드캐리 육성형 팀이다. 하드캐리가 강세를 보이는 6.82 메타에서 레이브의 이런 팀 컬러는 현 체제에 가장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레이브가 MVP 피닉스를 상대로 결승에서 또 한 번 자신들의 색깔대로 경기를 가져갈 수 있는지 기대해 볼 만 하다.



■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는 전통의 최강자, MVP 피닉스



6.82 패치가 적용되면서 MVP 피닉스는 잦은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고, 그 결과 경기력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거듭된 연패에 일부 팬들은 'MVP 피닉스는 이제 가망이 없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힌' 이승곤이 드래프트를 맡으면서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꾸준히 해외리그에 참여한 것이 약이 되어 다시금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MVP 피닉스는 꾸준한 성장세가 돋보이는 팀이다. 여러 해외리그에 참가하면서 경험을 쌓고 해외 강팀에게 들은 조언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정립시켜 왔다. 그 결과 '제퍼에게 승리하기'가 지상과제였던 KDL 시즌1에서 불과 한 시즌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가볍게 제퍼를 격파했고 꿈에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디 인터내셔널' 와일드카드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최근 겪었던 부진도 IeSF와 드림리그 등 각종 해외리그를 통해 경험을 쌓으며 완전히 털어냈다.

▲ 그간의 부진을 화끈하게 털어내는 광란!


MVP 피닉스의 전력에 대해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큐오' 김선엽이다. 최고의 피지컬과 최악의 '쓰로잉'을 동시에 갖춘 그는 팬들의 애증의 대상이자 MVP 피닉스의 키 플레이어다. 잘 풀리는 날엔 프로 경기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KDA를 보이는가 하면 소위 '던지는' 날엔 천천히 하기만 해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팽팽하게, 혹은 불리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던지는'것에 비해 폭발적인 캐리력을 선보이는 모습이 많아져 기대를 갖게 한다.

또 하나의 핵심 플레이어는 드래프터 '힌' 이승곤이다. 한때는 눈에 잘 띄지 않아 저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현재 이승곤은 MVP 피닉스의 중앙 제어장치와도 같은 존재다. '마치' 박태원을 대신해 이승곤이 팀의 드래프트를 담당하면서 MVP 피닉스의 영웅 풀이 눈에 띄게 다양해졌고, 부담을 덜어낸 박태원도 캐리로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복수 혼령을 선택했을 때는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아군을 구조한 뒤 산화하는 등 게임 내에서도 팀에 헌신적이다.

MVP 피닉스는 극후반 하드캐리 육성보다는 몰아치는 경기를 더 자주 선보였다. 가시멧돼지나 흑마법사 등 초중반에 강세를 보이는 영웅들을 캐리로 기용하며 초반부터 상대와 격차를 벌리는 운영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제는 드로우 레인저, 테러블레이드와 같은 하드캐리까지 무기로 장착하며 딱히 정해진 색깔은 없지만 모든 메타를 소화 가능한 올라운드 팀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6.83 패치



▲ 결승 전에 패치는 싫다고요?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MVP 피닉스의 '포렙' 이상돈은 KDL 플레이오프 승리 후 인터뷰에서 "결승 직전에 패치만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이상돈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17일, 6.83 패치가 공개된 것이다. 비록 6.82처럼 게임 플레이의 근본을 뒤흔드는 초대형 패치는 아니지만 변경된 영웅과 아이템의 목록만 봐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패치다.

이 수많은 영웅과 아이템 밸런스 변화를 양 팀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신들에게 적용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양 팀이 주력으로 쓰는 카드인 가시멧돼지, 이오, 모플링 등이 상향을 받았기 때문에 기존에 쓰던 무기가 조금 더 강력해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오거 마법사와 죽음의 예언자, 하늘분노 마법사, 취권도사가 하향되고 얼굴없는 전사와 저주술사의 궁극기 연계가 까다로워진만큼 양 팀은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올 필요가 있다. 아무 준비 없이 패치를 맞이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6.82 패치 직후 MVP 피닉스가 몸소 겪은 바 있다.

패치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기자가 눈물을 머금고 글을 수정하는 사이, 실시간으로 펼쳐진 스타래더 패자조 결승에서 FD의 '메라클'이 변경된 점멸 단검 시스템을 이용해 암살 기사로 무지막지한 캐리력을 선보였다. 레이브와 MVP 피닉스 역시 6.83 패치로 변경된 영웅과 시스템을 활용할 줄 알아야 이번 KDL 결승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 실력은 대등하다, 남은 건 기세 싸움!



결승전에서 먼저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던 정규시즌 1위 레이브는 최근 동남아 도타2 패왕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도장깨기를 일삼았고, 결승 상대인 MVP 피닉스를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듭했다. 'KDL 수맥' 징크스는 이미 훌훌 털어버린 지 오래였고, 동남아 최강의 팀으로 거듭났다.

MVP 피닉스는 MSI Beat It 2014 아시아-태평양 예선 결승에서 레이브에게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잦은 포지션 변경이 시작되면서 경기력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그러나 각종 해외리그를 참가하며 얻은 경험으로 다시 실력을 끌어올렸고, i-리그 동남아 예선 결승에서 레이브를 꺾으며 복수에 성공했다.

양 팀은 나란히 동남아 최강의 자리를 다툴 정도로 크게 성장했고 그만큼 둘의 실력은 팽팽하다. 남은 것은 기세 싸움이다. 상대의 기세에 위축되지 않고 얼마나 자기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지가 이번 KDL 결승의 핵심이 될 것이다. 하드캐리 메타에 최적화된 견고한 운영의 레이브, 적응을 완료하고 연승가도를 달리는 MVP 피닉스. 역대 최고의 경기력을 자랑하는 KDL 시즌4 결승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