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마지막 시간입니다. 지난 기사들을 통해 개발 중인 디아블로 세계관 영웅 '해골왕 레오릭'과 '성전사'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각자 깊은 사연을 지닌 캐릭터이다 보니 배경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사실상 디아블로의 역사 개관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지난 기사 1 : 디아블로의 시작점, 해골왕 레오릭은 히어로즈에선 어떤 모습일까?
▶ 지난 기사 2 : 군중제어를 무시하는 파격적 콘셉트의 성전사, 어떻게 구현될까?

이번에 소개할 영웅은 디아블로 1편에서 많은 유저들에게 공포를 선사한 '도살자'입니다. '부처'(Butcher)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커다란 식칼을 들고 잰걸음으로 다가오는 모습과 특유의 목소리로 내뱉는 "Harrr.. fresh meat!"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던 몬스터입니다.

이후 디아블로 2편에선 등장하지 않지만 워크래프트3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게임에서 패러디되다가 15년 만에 디아블로 3편의 1막 우두머리로 다시 나타나게 됩니다. 긴 시간이 지난 만큼 외형은 물론 전투 패턴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그저 식칼을 내려치는 공격이 전부였던 전작과 달리 적을 향해 돌진하거나 대상을 끌어당기는 등의 역동적인 콘셉트로 재설계되었습니다.


▲ 디아블로 1편의 도살자(왼쪽)와 3편의 도살자(오른쪽)


그리고 디아블로 3편으로부터 2년 뒤, 2014년 블리즈컨에서는 AOS 장르의 블리자드 게임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개발 예정 영웅으로 도살자를 발표하게 됩니다. 블리즈컨 당시에는 디아블로 3편에서의 모습을 기반으로 한 모델링만을 선보였기 때문에, 도살자가 어떤 능력을 지닌 영웅으로 구현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만, 외형과 마찬가지로 사용 기술 역시 3편의 형태를 계승할 것이란 추측이 유저들 사이에서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히어로즈의 도살자가 디아블로 3편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이미 히어로즈의 영웅으로 출시된 '누더기'와 흡사한 형태를 띨 수밖에 없게 됩니다. 갈고리를 던져 대상을 끌어당기거나 부채꼴의 범위형 피해를 입히는 등의 주요 기술이 서로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입니다.


▲ 히어로즈에 등장할 도살자의 모습(오른쪽)

▲ 디아블로 3편의 도살자와 흡사한 기술을 지닌 히어로즈의 '누더기'


블리자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은 2015년 서울에서 열린 '히어로즈 데이'에서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 행사 참여를 위해 히어로즈 개발팀의 게임 디자이너 '매튜 쿠퍼'가 한국을 방문했었는데요, 그의 말에 따르면 도살자와 누더기의 차별화에 대한 내부적인 논의가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이어진 인터뷰에서는 도살자가 일반 공격이 중심이 되는 근접 암살자로 설계 중이며, 다른 근접 암살자들과 마찬가지로 둔화나 접근 기술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또한, 디아블로 1편의 도살자를 연상할만한 영웅이 될 것이란 언급도 있었는데요, 디아블로의 오랜 팬들이라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 히어로즈 데이에서 만나본 매튜 쿠퍼(Matthew Cooper) 게임 디자이너

▲ 도살자는 체력이 적은 영웅을 물어뜯는 약자멸시형 콘셉트라고 한다




▣ 도살자의 정체성, 디아블로 1편

앞서 살펴봤듯이 현재 개발 중인 히어로즈의 도살자는 디아블로 3편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디아블로 1편의 도살자를 연상하게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뭔가 어폐가 있는 듯한 이야긴데요, 디아블로 1편의 도살자가 연상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래서 직접 원조 도살자를 만나보기 위해 디아블로 1편을 플레이해봤습니다.


▲ 디아블로 1편의 메인 타이틀


디아블로 1편은 1996년 12월 31일에 발매된 게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듬해인 1997년에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어는 수도원 지하에 도사리고 있는 악마를 처단하고 실종된 왕자를 찾기 위해 트리스트럼 마을에 도착한 용사 역할을 맡게 됩니다.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용사의 직업으로는 워리어, 로그, 소서러까지 세 가지가 있는데요, 이번에는 디아블로 스토리상 주인공이면서 근접 캐릭터인 '워리어'(첫째 왕자 아이단)를 플레이해보기로 했습니다.


▲ 디아블로 1편의 세 가지 직업


게임은 트리스트럼이라는 한적한 마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규모가 워낙 작은 마을이다 보니 둘러보는데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요, 뜻밖에도 아주 익숙한 인물들을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플레이어들의 영원한 정신적 지주 '데커드 케인'과 디아블로 2편에서 몬스터로 등장하는 '그리스월드', 그리고 디아블로 3편에서 볼 수 있는 '아드리아'입니다. 마을 외곽에서는 디아블로 2편 '워트의 의족' 아이템의 주인인 '워트'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최신작인 디아블로 3편까지의 이야기를 기준으로, 모두 악마에 의해 사망했거나 타락해버린 비운의 캐릭터들입니다.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이 디아블로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지요.


▲ 트리스트럼에서 만나볼 수 있는 데커드 케인과 생전의 그리스월드

▲ 마법 스크롤을 판매하는 레아 어머님 아드리아. 훗날 아이단을 힘껏 달래준다고...

▲ 디아블로 2편에서 시체와 의족으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워트


비운의 대표적인 예로 그리스월드와 워트가 있습니다. 마을 NPC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들어보면, 두 사람 사이에 얽힌 비화를 알 수가 있는데요,

「그리스월드는 대단한 용기를 지닌 사내일세. 그가 워트를 구하기 위해 미궁에 들어갔던 사실을 알고 있나?」

위는 데커드 케인이 그리스월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사 중 일부입니다. 케인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리스월드는 단순히 마을의 대장장이일 뿐만 아니라, 악마에게 납치된 워트와 그의 어머니를 구한 적이 있는 영웅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이라면 구출 당시 워트의 다리 한쪽이 악마들의 고문에 의해 복구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 있었다는 점인데요, 이에 그리스월드는 워트에게 의족을 만들어 달아줍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워트의 어머니는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게 되고, 홀로 남은 워트는 성격이 비뚤어져 트리스트럼 외곽에서 여행자들을 상대로 밀수품을 팔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을 구해주고 의족을 만들어준 그리스월드만은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트리스트럼이 또 다시 악마의 습격을 받게 되면서, 디아블로 2편에서 워트는 난자당한 시체로, 그리스월드는 죽은 뒤 언데드로 되살아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 디아블로 2편에서 볼 수 있는 워트의 시체와 의족

▲ 언데드로 되살아나 트리스트럼 폐허를 지키고 있는 그리스월드


디아블로 3편에서는 '워트의 원래 다리'라는 웃지 못할 아이템이 등장하기까지 하는데요, 전작의 조연들을 계속해서 카메오로 등장시키는 것은 블리자드 게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디아블로 3편에 이어 히어로즈에도 등장할 예정인 도살자의 원형은 어떤 모습일까요? 계속해서 디아블로를 플레이해봅시다.


◆ 도살자를 만나보자!

마을 안에 있는 모든 NPC와 대화를 해도 퀘스트가 전혀 생기질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도살자 때문이었습니다. 디아블로 1편의 첫 번째 퀘스트가 도살자 처치였던 것입니다. 도살자 퀘스트는 트리스트럼 북쪽에 있는 수도원 입구에서 의뢰받을 수 있었는데요, 퀘스트 의뢰인은 무려 다 죽어가는 남자였습니다.


▲ 도살자 퀘스트를 던져주고 죽어버린 의뢰인. ...그럼 보상은 누구한테 받나


디아블로 1편에는 '필드'라는 개념이 없이, 지하 16층까지 이어지는 수도원 안에서 대부분 플레이가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공포를 테마로 하는 게임답게 배경음과 던전 풍경이 으스스해서, 필드가 아쉽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폐쇄된 공간이라는 생각 때문에 몬스터에게 쫓길 때 더 긴박한 마음이 들 정도였지요. 심지어 몬스터들은 기척을 잘 내지 않아 어두운 곳에 있으면 몬스터가 코앞에 올 때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몬스터들이 하나같이 보호색을 띠고 있다!

▲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몬스터들에게 둘러쌓이게 된다


첫 번째 퀘스트 대상인 도살자는 수도원 지하 2층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지하 1층과 2층의 모든 몬스터를 처리할 경우 캐릭터의 레벨은 약 4~5 정도가 됩니다. 이에 반해 도살자와의 대결을 위해 필요한 캐릭터 레벨은 7~8 수준. 정상적인 경로로 도살자를 만나는 시점에서는 사실 클리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 반드시 스피커와 함께 하세요!

▲ 영상에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기자는 필사적으로 왼쪽 클릭을 하는 중이었다


영상의 워리어는 민첩성 능력치에 중점적으로 투자를 한 6레벨 캐릭터로, 애초에 빠른 도살자 공략을 위해 육성한 상태입니다. 디아블로 1편이 갓 출시되었을 때에는 도살자 공략법이 전무했으므로 2층의 몬스터만 제거하고 도살자 방은 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캐릭터가 약 7~8 레벨에 이르면 도살자와 대결을 펼쳐볼 만했는데요, 그마저도 마법 계통 캐릭터인 소서러는 쉽지 않았습니다. 도살자의 이동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무빙샷'이 어려운 데다가 저레벨 마법의 대미지가 상당히 낮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편법이 있었지만 다루지 않기로 합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저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방패를 쥔 손이 달달 떨리던 앳된 모험가들은 도살자의 신선한 식사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또한, 도살자가 위치한 방의 문을 열면 그 즉시 도살자가 튀어 나오는 '깜짝 출현' 형태였기 때문에, 대부분 놀라서 도망가기 바빴던 이유도 한몫했죠.


▲ 다들 도살자 앞에서 등을 보인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 도살자를 처치하면 얻을 수 있는 '도살자의 식칼'


게다가 디아블로 1편에서 사망할 경우 캐릭터가 마을에서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저장한 시점에서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그런데 도살자는 초반 구간인 지하 2층에서 예고도 없이 튀어 나오기 때문에, 도살자를 처음 만난 플레이어들은 저장을 미리 해둔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이 무시무시한 식칼 살인마와의 전투에서 지게 될 경우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정신공격을 함께 받는 셈이었던 것이죠.


▲ 잔인성으로 인해 삭제된 도살자 컷씬. 도살자의 콘셉트를 잘 보여준다


▲ 도살자가 머물던 방의 모습. 지금 봐도 파격적인 비주얼이다


지금까지 디아블로 1편의 도살자를 살펴봤는데요, 다시 정리하자면 도살자는 적에게 압도적인 인상을 주는 이미지와 더불어 빠른 공격속도와 추격, 그리고 저레벨 캐릭터들의 포식자라는 콘셉트가 특징인 몬스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도살자가 히어로즈의 영웅으로 구현되려면 최소한 네 개 이상의 기술을 보유해야만 합니다. 일반 공격 외의 패턴이 없는 디아블로 1편의 도살자만으로는 히어로즈에서의 모습을 추측하는데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블리자드의 다른 게임에 도살자가 카메오로 등장한 적은 없는지 살펴보았습니다.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도살자

도살자는 디아블로 1편 출시 이후로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 등에 간접 출연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기존 유닛의 이름만 '도살자'로 바뀐다든지 도살자와 외향이 비슷한 몬스터가 등장하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히어로즈에 구현될 도살자의 구체적인 모습을 유추하기 위해선 '도살자'의 이름을 가진 근접형 캐릭터를 찾아야만 합니다. 그래서 한참을 수소문한 끝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최근 확장팩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 도살자라는 이름을 가진 네임드 몬스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도살자'를 만나볼 수 있는 높은망치 레이드

▲ 커다란 식칼과 고기 다지개를 사용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도살자


「높은망치의 악취 나는 뒷골목 세계에서 태어난 이 오우거에게도 한때는 정상적인 이름이 있었지만, 이미 오래 전에 잊혔습니다. 학대와 구타가 일상적이었던 가혹한 어린 시절은 그의 육체를 더없이 강건하게 단련시켰지만, 정신이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높은망치에서 그가 학살한 시체들을 이리저리 썰어내며 시간을 보내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오우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배경 이야기에서부터 도살자의 무자비함이 느껴지는데요, 실제로도 적에게 피해를 입어 체력이 떨어질 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몬스터로 설계됐습니다. 사용하는 무기로는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는 식칼과 고기 다지개,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는 갈고리가 있습니다.


▲ 디아블로 1편과 3편의 도살자 중간단계 모습을 하고 있다


도살자는 세 가지나 되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전투 방식이 단순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일반 공격을 바탕으로 연타 공격을 퍼붓거나 고기 다지개에 맞은 대상에게 추가 피해를 입히는 식인데요, 표면적으론 단순해 보이지만 스택이 쌓이면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기술이 시전된다거나 출혈 효과가 중첩되면 즉사시키는 등 위험 패턴이 있습니다. 주요 기술들을 뽑아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광기 : 도살자의 생명력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광기에 휩싸여 공격력이 10%만큼, 공격속도가 30%만큼 증가합니다.

▶ 잔인무도 : 도살자의 모든 자동 공격은 5미터 반경 내의 가장 가까운 다음 대상을 추가로 공격합니다. 추가 대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주 대상을 다시 공격합니다.

▶ 고기 다지개 : 도살자의 고기 다지개가 현재 대상에게 큰 물리 피해를 주고, 이후 다지개에 의해 입는 피해를 50% 만큼 증가시킵니다. 이 공격은 회피하거나 무기로 막을 수 없습니다.

▶ 좌충우돌 쪼개기 : 도살자의 에너지가 100에 도달하면 좌충우돌 쪼개기를 시작합니다. 도살자는 모든 플레이어를 뒤로 밀쳐내고, 공격대원들이 뭉쳐있는 곳으로 돌진해 공격합니다.

▶ 고기 갈고리 : 고기 갈고리를 집어던져 대상을 끌어당깁니다.

▶ 상처 출혈 : 도살자의 무기가 15초 동안 물리 피해를 주는 극심한 상처 출혈 효과를 일으킵니다. 상처 출혈이 5회 중첩되면 즉사합니다.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도살자 레이드 영상

▲ 출처 : 유튜브, Newcon2050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도살자는 대부분 적과 근접한 상태에서 출혈이나 추가 피해 효과를 내는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택을 쌓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형태의 기술이 주력기인데요, 이동기 혹은 군중제어기가 주어진다면 곧바로 히어로즈의 근접 암살자로 출시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 기술 구성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이 구성은 히어로즈의 개발사인 블리자드에서 직접 구현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히어로즈의 영웅 '도살자'의 기초 모델로 채택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히어로즈 데이에서 공개된 '일반 공격이 중심이 되는 근접 암살자'라는 콘셉트와도 부합하는 요소가 많죠.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히어로즈에 구현될 도살자의 모습은 어떨까요? 앞서 살펴본 디아블로 1편의 도살자의 특징,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도살자 기술 구성을 참고하여 구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히어로즈의 근접 암살자, 도살자를 구상해보자!

「디아블로 1편의 도살자는 "Harrr fresh meat!"라는 대사와 함께 식칼로 무자비하게 내려치는 공격이 전부였던 몬스터지만, 오히려 단순한 패턴을 가졌기에 많은 모험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민첩성에 투자를 많이 한 아이단에게 패배하여 근 십오 년 동안 고기맛을 보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디아블로 3편의 출시와 함께 지위가 중간 보스에서 무려 1막 우두머리로 격상된 그는, 오랜 시간의 공복에서 비롯된 분노로 외형과 공격 패턴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는 이제 모험가를 향해 잰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갈고리를 던져 끌어당기고, 포효하며 적을 향해 돌진하기도 합니다.

2015년에는 성역의 몬스터에 불과했던 그가 히어로즈의 영웅으로 발돋움하게 될 예정인데요, 근접 전투와 추격에 능한 근접 암살자로의 새 삶을 꿈꾸는 그가 폭풍의 전장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 이하 기술들은 디아블로3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도살자를 참고하여 기자가 예상한 것으로, 실제 게임상의 등장은 다른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 고유 능력 : 출혈

도살자는 근접 암살자이지만 제라툴처럼 순간적으로 강력한 공격기를 쏟아붓고 빠져나오는 영웅이 아니라, 연속되는 일반 공격으로 피해를 중첩시키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공격과 관련한 강화 요소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그중의 하나가 바로 고유 능력인 '출혈'입니다.

출혈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도살자의 주요 특징이기도 한데요, WoW에서는 출혈 효과가 일정치 이상 중첩되면 즉사해버렸지만, 히어로즈에서는 출혈이 중첩될 수록 도살자의 다음 공격에 더 많은 피해를 입도록 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능력은 도살자가 적 대상을 꾸준히 추격하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상대방으로서는 출혈 스택이 쌓이는 것을 방지해야 하므로 도살자가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상황을 연출해낼 수 있게 됩니다. 디아블로 1편 도살자의 이미지를 살려내는 하나의 방법이지요. 또한, 출혈이 중첩되면 이동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도록 해서 도살자와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WoW의 도살자 역시 스택 관리가 공략의 핵심


도살자는 '출혈' 효과의 중첩을 통해 강력한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일반 공격 의존도가 높은 '근접 암살자'라는 태생적인 문제로 본인의 생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때문에 함께 팀을 이루는 다른 영웅들과의 조합, 그리고 적 진영의 군중제어기 유형에 따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보기와는 다르게 냉철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인텔리 영웅이 될지도 모른다




■ 갈고리 걸기

갈고리를 대상 방향으로 던져 적중당한 상대를 자신에게 끌고 오는 기술은 디아블로 3편의 도살자와 WoW의 도살자 모두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기술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미 히어로즈의 영웅으로 출시된 '누더기'의 주력기이기도 하죠.


▲ 디아블로 3편 도살자의 갈고리 기술

▲ 히어로즈의 '누더기'가 사용하는 갈고리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히어로즈 개발팀에서도 두 캐릭터의 기술이 겹칠 수 있는 문제를 인지한 상태인데요. 그렇다면 도살자의 갈고리 기술은 삭제되어 나올까요?

일반 공격 위주의 전투 스타일을 지닌 근접 암살자라는 콘셉트는 누더기와 상극을 이룬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과감히 갈고리가 삭제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도살자 역시 다른 근접 암살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동기나 군중제어기 등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던 만큼, 누더기와 차별화되면서도 갈고리를 이용한 군중제어기를 만들어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갈고리를 던진다는 개념이 아닌 '걸어둔다'라는 형태로 구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디아블로 1편 도살자의 특징은 단순히 식칼만 휘두르는데도 공포심이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도살자와 캐릭터의 이동속도가 거의 같았던 탓에 아무리 도망가도 도살자가 시야에서 사라지질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도살자의 갈고리 기술이 적을 끌어오는 게 아니라, 가까운 적에게 갈고리를 걸어 일정 범위 이상 벗어나지 못하게 매어두는 방식이라면 어떨까요? 마치 포로나 죄수처럼 말이죠. 단순히 갈고리에 걸려 멀리 나갈 수 없는 방식이라면 도살자가 거리를 좁히기가 쉽지 않을 테니, 대상이 갈고리 사슬의 범위 바깥으로 나갈 경우 뒤로 끌려오거나 일시적으로 경직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갈고리에 걸린 적 영웅은 도살자의 공격에 추가 피해를 입도록 설정해보았습니다. 이 때문에 갈고리에 걸린 적 대상은 한층 더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 도살자와 맞서 싸우거나, 군중제어기 등을 이용해 갈고리가 풀릴 때까지 도살자를 안정시켜야만 합니다. 두 가지 모두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게임이 끝난 뒤 상점으로 가 도살자를 구매하겠죠.




■ 굶주린 발걸음

일반 공격의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근접 암살자라는 역할을 맡게 된 도살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히어로즈의 다른 근접 암살자들을 살펴본 결과, 그것은 추격기 혹은 도주기인 것 같습니다. 물론 앞서 갈고리 던지기라는 군중제어기를 하나 소개하긴 했지만, 사거리가 짧고, 적의 이동을 잠시 제한시키는 수준의 속박기에 불과합니다.

히어로즈 데이에서 게임 디자이너 '매튜 쿠퍼'가 소개한 도살자의 모습은 추격에 능한 포식자에 가까웠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디아블로 1편의 도살자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라 하니, 아주 빠른 이동속도로 계속 뒤를 밟으며 식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 무서울 정도의 걸음 속도를 보여준 디아블로 1편의 도살자


디아블로 3편의 도살자가 돌진 기술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동기라기보다는 공격 기술에 가까우므로, 히어로즈에 구현될 도살자는 디아블로 1편의 모습을 어느 정도 재현할 수 있도록 이동 속도가 빨라지는 기술인 '굶주린 발걸음'을 구상해봤습니다.

굶주린 발걸음을 시전하면 얼마간 도살자의 이동 속도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지속시간 동안 흡혈 효과를 얻게 된다면 특별히 피해를 입히는 기술이 아니더라도 유용하게 쓰일 것 같습니다. 도살자는 입은 피해를 흡혈을 통해 상쇄함으로써 전투를 계속할 수 있고, 원거리 암살자 등을 추격할 때에도 견제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추가로 굶주린 발걸음을 시전하는 순간, 도살자에게 걸려 있던 군중제어기가 모두 무효되는 효과도 주어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순간적인 군중제어기 무시 효과가 있다면, 위험한 상황에서는 도주기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체력이 높지 않으면서도 적에게 근접하여 전투해야만 하는 도살자의 생존력을 어느 정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가르기

가르기는 도살자의 일반 기술 중 유일한 광역 기술로, 식칼을 가로 휘둘러 적중당한 모든 적에게 피해를 입히고 출혈을 중첩시키는 효과를 가지도록 구상해봤습니다. 가르기가 이와 같은 효과를 지닐 경우, 도살자는 다수 교전 상황에서 가르기를 시전한 뒤, 적중당한 대상 중 추격이 용이한 영웅만을 골라 출혈 중첩을 이어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가르기의 재사용 시간을 짧게 설정하여, 교전이 계속될 경우 다수의 적에게 출혈 효과를 중첩시킬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르기를 위와 같이 설정해본 이유는 도살자에게 일종의 선택지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도살자는 상황에 따라 가르기를 이용하여 교전지의 최대한 많은 적들에게 피해를 입힐지, 아니면 적 주요 딜러를 추격해 전장을 이탈할지 결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단일 대상을 추격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지 않더라도, 도살자가 다수 교전 상황에서 전투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뜻이 되겠지요. 단, 어디까지나 근접 암살자 영웅이다 보니 적들의 집중 공격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 도살자의 가르기 역시 이런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궁극기 1 : 자르고 토막 내기

도살자의 첫 번째 궁극기인 '자르고 토막 내기'는 지정한 적 영웅을 짧은 시간 동안 난도질하여 큰 피해를 입히는 기술로 구상해봤습니다. 자르고 토막 내기의 대상은 기술 시전이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못하지만, 도살자 역시 움직이지 못하고, 시전 사거리를 짧게 설정해서 기술 시전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또한, 자르고 토막 내기 시전 도중 적에게 기절하거나 밀쳐질 경우 기술이 취소되도록 해서, 적에게 어느 정도 도살자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봤습니다.

자르고 토막 내기의 피해량은 상당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도살자 역시 움직이지 못하므로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히어로즈는 소수전보다는 4:4 이상의 다수 교전 상황이 많기 때문에, 자르고 토막 내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아군과 적군의 상성, 군중제어기의 형태와 개수 파악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점은 일반 공격 위주의 근접 암살자인 도살자의 기본 덕목이기도 하죠.


▲ 자르고 토막 내기가 구현된다면 무지막지한 도살자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 궁극기 2 : 네팔렘 화로구이

디아블로 3편에서는 도살자와의 전투가 시작된 지 3분이 지나면 도살자 방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며 범위 내 모든 영웅이 지속적인 피해를 입게 됩니다. 불지옥 도살자 공략이 화제였던 2012년 당시, 도살자 공략의 당락은 전투가 3분을 넘기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히어로즈에 도살자 영웅이 등장한다면, 궁극 기술로 매우 적합하지 않을까요? 기술명은 유독 고기를 좋아하는 도살자의 취향을 고려해 '네팔렘 화로구이'로 정해보았습니다.

꼭 강력한 피해를 입히지 않더라도 범위 내 모든 적에게 '잘 익은 고기'라는 디버프가 생겨 도살자에게 받는 피해가 증가한다든지 화염으로 인해 무기가 녹아 공격력이 하락한다는 설정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광역기이기 때문에 전장에서 더없이 유용할 것이란 점은 덤이죠.






▣ 해골왕부터 도살자까지- 디아블로 영웅 소개를 마치며.

지금까지 디아블로 1편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한 도살자의 특징을 토대로 히어로즈에 등장할 예정인 도살자 영웅의 모습을 구상해보았습니다. 물론 이번에 유추한 내용이 그대로 실제 히어로즈의 영웅 도살자의 모습으로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디아블로 1편의 도살자 느낌을 살렸다는 이야기와, 일반 공격이 중심이 되는 근접 암살자라는 정보만으로도 어떤 형태의 영웅이 등장하게 될지 가늠은 해볼 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기사들을 통해 다뤘던 해골왕 레오릭, 성전사에 이어 이번 도살자까지, 최초 2014 블리즈컨에서 공개됐던 개발 중인 디아블로 세계관 영웅들을 모두 소개해드렸습니다. 워낙 인지도가 높고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히어로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많은 기대가 됩니다.

다음 기사는 '영웅 구상하기'가 아닌 '신규 출시 영웅 소개'가 되길 바라면서, 도살자 편을 비롯한 디아블로 세계관 영웅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