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다. 그리고 강력하다.

게임 엔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프로스트바이트, 유니티, 크라이엔진, 하복, 소스엔진, 인하우스...등등 일일이 거론하기가 힘들 정도다. 그리고 그 엔진들은, 모두 그만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어떤 엔진은 가볍고 간편하지만 약한 이미지, 또 어떤 엔진은 복잡한 시퀀스를 만들 수 있지만 버그가 많은 이미지. 뭐 모두에게 다 같은 이미지는 아닐 테지만, 여튼 중요한건 엔진의 수가 그만큼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엔진들 사이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엔진 하나를 꼽으라면 '언리얼엔진'을 꼽을 수 있다. 그 자체로 훌륭한 게임 브랜드인 '언리얼'로 20년 가까운 세월 관록을 쌓아 온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 작년 GDC2014에서 '언리얼엔진'의 사용료를 플랫폼 무관 월 19달러로 낮춘 에픽게임즈는 올해 다시 한번, 그 19달러의 벽조차 없애고 전면 무료화로 돌리는 파격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언리얼엔진4' 테크데모 '연(Kite)'

하지만 언리얼엔진만 나선 것은 아니었다. 에픽뿐만아니라, GDC2015시즌을 맞아 다양한 게임엔진들이 가격 정책을 대폭 갈아엎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 엔진도 경쟁하는 시대다. 각각의 엔진들이 갖고 있던 뚜렷한 특장점이 상대적으로 무뎌지고, 다양한 분야를 커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지금이 바로 개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적기이기 때문이다.

GDC2015의 마지막 날인 금요일, GDC 엑스포 한켠에 위치한 에픽게임즈의 부스에서 에픽게임즈의 부사장 '제이 윌버(Jay Wilbur)'와 짧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새로운 테크데모인 '연'을 비롯해 단단히 준비를 하고 GDC2015에 나타난 에픽게임즈, 그들의 원하는 것, 그리고 지향하는 방향이 궁금했다.

▲ '제이 윌버(Jay Wilbur)' 에픽게임즈 부사장



Q.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다. 전면 무료화라는 상당히 파격적인 정책이 인상깊었는데, 이번 GDC2015에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가?

굉장히 많다. 그 중 제일 큰 것은 일단 '언리얼엔진4'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커뮤니티를 넓히는 일이다. 언리얼엔진은 20년동안 강력한 미들웨어 엔진으로 위치를 지켜왔다. 그리고 이제 누구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공부를 할 수도, 디자인을 할 때도, 하다못해 그냥 가지고 놀 때도 쓸 수 있다.

물론 상업적으로 쓰게 될 경우 5%의 로열티를 지급하게 되지만, 이는 개발자가 성공해야만 우리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우리는 이런 정책을 정직한 가격 정책이라고 판단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언리얼엔진4'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 영화, 건축 등등에서 말이다. 더불어 지금은 개발자가 아닐지라도, 언젠가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언리얼엔진4'를 이용해 공짜로 공부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실제 프로 개발자들이 쓰는 툴을 가감없이 사용할 수 있다.


Q. 과거 언리얼 엔진은 일종의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가령 '언리얼엔진3'는 묵직한 캐릭터와 거칠면서 음침한, 그러면서도 두꺼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언리얼엔진4'에 이르러 상당히 다양하면서 유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의도한 바인가?

'언리얼엔진4'는 다양한 상상을 직접 게임이나 비주얼로 옮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물론 과거 엔진들의 경우 어느정도 유사한 면을 보이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었다. '언리얼엔진2'는 슈팅 게임에 굉장히 적합했다. 또한 '언리얼엔진3'의 경우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았음에도 결과물이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언리얼엔진4'에 이르러, 개발자들의 영역은 그 전에 비해 상당히 넓어졌고, 개발자들의 수 또한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전과는 다른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 언리얼 엔진별 캐릭터 '말콤'의 변천사


Q. 실제 가격정책 변경 이후, '언리얼엔진4'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의 수가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증가폭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줄 수 있는가?

맞다. 사실 개발자들의 수로 보면 그 전에도 충분히 많은 개발자들이 언리얼엔진을 사용해왔다. 또한 19달러로 가격 장벽을 줄였던 작년 당시에도 상당히 많은 개발자들이 언리얼엔진의 개발자 커뮤니티에 합류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무료화로 가격 정책을 변동한 이후, 우리조차도 너무 놀랄 정도로 개발자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구체적인 숫자를 밝힐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예상했던 수치를 훨씬 상회하는 수다.


Q. 지금에 이르러, 게임엔진의 수는 굉장히 다양하며, 개발자들의 선택의 폭 역시 덩달아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다. 개발자들이 '언리얼엔진4'를 택해야 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는가?

소프트웨어로서 '언리얼엔진4'가 가지는 여러가지 특장점은 일일이 표현하기 어렵다.(차후 관련된 정보를 보내준다 약속했으며,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소프트웨어 외적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는 이미 오랜 시간동안 게임엔진을 제작해왔고, 그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개발자들이 쉽게 '언리얼엔진4'의 개발자 커뮤니티에 합류하고, 엔진의 사용법을 쉽게 접하게끔 유도한다. 나아가 개발자들이 기대하는 수치를 뛰어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우리는 게임엔진을 판매하지만, 그 전에 게임을 직접 만드는 개발사이기도 하다. 게임 개발사들이 어떤 점을 원하고, 관심을 가지는지 우리 또한 잘 알고 있다.

또한, 개발자들의 성공이 즉 우리의 성공이 된다는 점 때문에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 및 출시하는 과정까지 도움을 준다. 알다시피 '언리얼엔진4'의 가장 차별화된 요소 중 하나는 '소스코드'를 모두 공개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언제 중요한 요소들을 수정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인데, 예를 들자면 게임을 출시하기 직전 프로그램에 관련된 문제가 생겨 수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우리는 게임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많이 접해봤고, 소스코드를 뜯어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상당히 보아왔다. 그 경험들이 '언리얼엔진4'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도움들의 기반이 되고 있다.

▲ 언리얼 엔진 한국 공식카페의 모습


Q. '언리얼엔진'의 이미지는 대체적으로 강력하지만, 무겁고, 트리플A게임 위주로 사용되는 엔진으로 퍼져 있다.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이 강력히 대두됨에 따라 이런 이미지가 달갑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언리얼엔진의 커뮤니티에는 엄청나게 많은 개발자들이 모이고, 다양한 게임을 제작한다.(여기서 제이 윌버는 '플래피 버드'라는 간단한 모바일 게임을 보여주었다.)이 게임 역시 '언리얼엔진4'를 통해 제작되었지만, 결코 무겁지 않다. 언리얼엔진의 가능성은 굉장히 넓다.

언리얼엔진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사양 높은 컴퓨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때문에 개발자들에 따라 언리얼엔진을 무겁게 느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를 통해 완성되는 게임 자체는 결코 무겁지 않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언리얼엔진4'를 이용하는 게임들이 대부분 굉장히 간단한 게임, 그리고 굉장한 퀄리티를 뽑아내는 하이엔드 게임들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주류를 이루는 이른바 '미들코어'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예정하고 있다.


Q. 개발자들에 대한 기술 지원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사용해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에 대한 지원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우리가 한국에 처음 지사를 설립했을때부터, 한국의 개발자들이 언리얼엔진을 이용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란 생각을 했고, 이에 따른 기술지원 기대치가 훨씬 높을 거라 생각했다. 때문에 한국지사는 세계 어느곳의 지사보다도 조직대비 기술지원 인력의 수가 많다.

때문에 한국의 개발자들이 언리얼엔진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곳 세계 어느곳에서 언리얼엔진을 사용하는 것 보다도 강력한 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예를 들자면 '언리얼엔진4'에 대한 첫 세미나도 한국에서 열었고, 영어를 제외한 엔진 내부의 기술적 로컬라이징 역시 한국이 가장 빠르다.

실질적으로 개발사들과의 물리적 거리도 가깝기 때문에 QNA미팅도 자주 진행하는 편이며, 어떤 경우엔 우리가 직접 나서 코드의 최적화를 해주는 경우도 있다. 언리얼엔진은 새로 게임을 개발하거나, 개발에 대한 꿈을 가진 예비 개발자들에게 최고의 엔진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언리얼엔진4' 무료화에 대한 CEO '팀 스위니'의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