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온라인'의 1차 CBT가 지난주 일요일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나오는 네오플의 신작, 그리고 스킬 연계 시스템이 눈에 띄었고, 지스타 2014 이후부터 쭉 관심을 둬왔던 작품입니다.

굳이 서문에서부터 게임이 이렇다저렇다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지난주부터 게임을 하며 느낀 점을 노트에 끄적끄적 적어 뒀는데, 그 내용을 지금 바로 공개합니다.







"김 대리, 타격감은 확실하게... 알지? FPS는 일단 쏘는 맛이 있어야 해."
"나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한 번 보시죠. 과장님."


내가 상대방을 향해 총을 쏘고, 이를 맞은 상대방은 쓰러진다. FPS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식입니다. 하지만 개발자의 역량에 따라 그 결과물이 확연히 다른 부분이기도 하죠.

'공각기동대 온라인'의 타격감은 기존 온라인 FPS와 비교해 매우 뛰어납니다. 발사 시 총이 흔들리는 모습, 그리고 총구에서 나오는 효과도 상당히 좋아요. 실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섬세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각적으로 불만을 품을 정도는 아닙니다.

총기들의 음향도 대부분 묵직한 방향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딱딱딱'이 아닌 '쾅쾅쾅' 혹은 '둑둑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FPS 많이 해보신 분들이라면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아실 거예요.

다만, 적이 총알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에선 별다른 물리 엔진이 보이지 않았어요. 사망 시 자세도 몇몇 종류로 구분 가능한 정도죠. 그런데 '신체 개조 인간'이라는 설정이 의외의 장점을 불렀습니다. 부위 파괴 시스템을 적용해 '내가 상대방을 제거했다.'는 느낌은 확실하게 전달한거죠.

쉽게 설명하자면, 헤드 샷일 때 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목 자체가 떨어져서 날아갑니다. 팔을 맞고 사망하면 해당 팔이 분리되며, 수류탄이나 암 런처를 맞으면 몸이 산산조각이 납니다. 그런데 별로 잔인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기계로 된 신체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서 그런듯 합니다.

아직 개발 단계이기에 함부로 평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적어도 '총을 쏜다.'는 기본기 자체는 훌륭합니다. 터놓고 말하자면 넥슨의 FPS 중 가장 좋아요.


▲ 어머, 이 맛이야.


"이 부장님, 공각기동대 IP의 특성을 살린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요."
"방법은 여러 가지야. 일단 회의 한 번 하자고."


이번 테스트에서 확인한 모드는 '섬멸전', '폭탄전', '점령전'이었습니다. 공각기동대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비롯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요소는 딱히 없었어요.

로비 상단에 '에피소드', '비밀조직', '은신처 수사'라는 콘텐츠가 있는 걸 확인했는데, 아직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풀어낼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한 개 이상은 PvE 기반 콘텐츠가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제 게임 내면를 살펴볼까요. 아쉽게도 캐릭터별 특수 스킬이 있다는 점을 빼고는 '공각기동대'라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콜 오브 듀티'의 멀티 플레이에 익숙한 유저들이라면 더 그럴 것 같고요.

총기 디자인은 미래형인데 이름은 M4A1, AK-47 등 현대 무기를 그대로 넣었습니다. 이건 솔직히 이해가 안 됐어요. 미래 분위기의 IP를 채용했는데 유저들에게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현대 무기들을 적용한 점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진입 장벽을 낮춰 보고자 신경 쓴 요소로 보입니다만, 이런 곳에서 진입 장벽을 느낄 유저였다면 '공각기동대' 자체에 익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겠지요. 가려면 확 가야지, 이건 좀 어중간한 느낌입니다.

1차 CBT 모습만 보면, '캐릭터 게임' 정도입니다. 뼛속까지 공각기동대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타치코마 움직이는 건 여전히 귀엽지만, 정말 공각기동대 느낌을 살려내려면 '전뇌'를 구현해야 합니다. 스킬 링크 시스템이 있습니다만, 이것 하나만으로 '전뇌'를 대변할 순 없어요. 개발팀도 이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자... 잠깐만요!?


"형, 맵을 좀 작게 만들어 볼까요? 일단 리스폰 되자마자 총알 날리고 보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어야 되는 거, 알지?"


'공각기동대 온라인'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래픽도, 세계관도, 특수 스킬도 아니었습니다. 그건 콘솔 FPS를 많이 즐긴 유저라면 한 번쯤 보았던 시스템이었는데, 이건 좀 신선했어요. 전장이 상당히 작았습니다.

물론, 1차 CBT에서 공개된 전장은 6개도 되지 않았어요. 이걸로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공개된 맵들의 체감되는 크기는 타 게임 대비 확실히 작았습니다.

그런데 맵 구조는 상당히 알찬 편입니다. 모든 맵이 스나이핑 지점과 샛길을 두루 갖추고 있어 전략적 변수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수비가 유리한 지형이 눈에 보이는데, 이게 조준 난이도가 굉장히 낮다는 특징과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맵이 작아서 얻게 되는 이점은 꽤 많습니다. 섬멸전이라고 생각해보죠. 우선 플레이어가 죽었다 하더라도 부활 후 교전 장소로 가는 데 시간이 크게 단축됩니다. 이 덕분에 게임 자체에 속도감이 붙을 뿐만 아니라, 맵을 외우는 데 걸리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지요. 오랜 시간 게임이 서비스된다면 전략성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좀 더 크고 섬세한 맵을 업데이트하면서 해결할 문제입니다.


▲ 맵이 작고, 덕분에 전투 호흡이 빠릅니다.


"주인공이 모토코니까 좀 세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에이, 주인공은 공안 9과죠."


공각기동대의 피아식별 방식은 독특합니다. 적이나 나나 능력 차이는 없지만, 아군은 공안 9과로, 적 팀은 얼굴까지 꽁꽁 싸 멘 별도의 수트를 입고 싸우죠. 기본적으로 아군은 푸른색, 적은붉은 색을 띄니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극장판, TV판에 등장했던 공안 9과 멤버는 모두 나옵니다. 쿠사나기 모토코, 바토, 토구사, 이시카와, 심지어 공각기동대의 마스코트인 타치코마까지 등장하지요. 물론, 정면 승부에서 타치코마를 이기기는 매우 어려운 일인 만큼, 직접 고를 수는 없어요. 이 녀석은 점령전에서 아군의 돌격전차 역할을 수행하며 전황을 유리하게 풀어가도록 도와줍니다.

공안 9과 멤버들은 각자 다른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모토코는 은신(완전히 안보이지는 않고, 배경이 투영되는 개념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스타크래프트1의 '다크템플러'처럼.)이 특기이며, 바토는 개조된 팔뚝으로 로켓을 발사합니다. 보마는 일정 시간 동안 체력을 급속도로 회복하는 스킬을 갖고 있어 1:1 상황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과시합니다.


▲ 캐릭터 간 스킬 특성이 뚜렷합니다.


다만, 스킬 밸런스가 완전히 맞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메이븐의 '전뇌 차폐막'은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 홀로그램 판넬을 소환하는 방식인데, 요충지에 이것을 설치하면 뚫는 데 많은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또, 바토의 '암 런처'는 중거리 이하 정면 승부에서 너무나 강력합니다. 최소한 한 명 이상은 요단 강 익스프레스에 태워 보낼 정도로.

이시카와의 '센트리건', 사이토의 '열원 스캔'은 좀 상황을 가리는 스킬입니다. 폭탄전에서 적군 한 명과 나만 남은 상황이라면 더없이 좋은 기술이에요. 센트리건은 상대를 제거하지 못하더라도 적이 어디에 있는지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열원 스캔은 그냥 벽 뒤에 있는 적을 다 보여주니 말이죠. 하지만, 섬멸전에서 효율성은 다른 캐릭터와 비교해 다소 떨어집니다. 다른 캐릭터들의 능력은 대부분 상황에서 평균 이상의 효율을 보여주므로 더 섬세한 밸런스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스킬 공유'인데요. 아군이 공유 가능한 티어2 스킬을 사용했을 때, 주변 아군에게 자신의 스킬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무작위로 구성된 팀이라면 '조금 더 센 아군' 정도, 클랜 및 친구 단위로 구성된 팀 간 대전이라면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각자의 조준 실력이 첫선이겠으나, 이렇게 팀플레이가 갖춰질 경우, 기존 게임과는 다른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캐릭터를 제작할 때 훨씬 많은 제작 기간이 소요될 겁니다. 염두에 둬야 할 게 너무 많으니까요.

▲ 흉악한 성능의 '전뇌 차폐막'


"헉! 그래픽 팀, 어디서 외계인이라도 영입했나. 이게 정말 게임브리오 엔진이라고?"
"부장님, 저희가 게임브리오를 몇 년 만졌는데요."


사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뭔가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네오플의 창의력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개발력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거든요. '던전 앤 파이터'의 그래픽은 도트 수작업의 결정체였고, '사이퍼즈'는 일러스트와 인게임 모델링의 차이가 심했습니다.

그런데 '공각기동대 온라인'의 그래픽은 상당히 준수합니다. 배경이나 캐릭터 움직임, 총기 디자인 등 전체적인 마감새가 상당히 잘 다듬어져 있었어요. 특히,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이나 수류탄의 폭발 효과에서는 개발진의 센스가 엿보였습니다.

총알을 발사할 때 나오는 불꽃은 2D로 그린 이미지 몇 장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방식이며, 수류탄이 터질 때 나오는 이펙트도 심플하지만 효과적으로 구현되었습니다. 이는 타격감 감소를 줄이면서 동시에 사양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낮추려는 의도로 보여집니다.

작년 지스타 2014 현장에서 '공각기동대 온라인'이 최초 공개되었을 때, 네오플 이인 대표는 "게임브리오 엔진으로 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임브리오가 부족한 엔진은 아니지만, '언리얼', '크라이' 엔진과 비교하면 기대치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거든요. 간담회 때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했는데 '개발진이 익숙하고 자신 있어 하는 엔진이기에 사용하게 됐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결과물을 보니 그 자신감이 이해가 됩니다.




"박 과장, 튜토리얼 확인했어?"
"네, 아까 봤는데 심플하게 잘 만들었어요."


튜토리얼, 개발자에겐 참 애증의 시스템일 겁니다. 정성 들여 만들자니 그냥 스킵하는 유저가 너무 많고, 그렇다고 또 안 만들 수는 없고. 짧으면 놓칠까, 길면 지루할까 생각해야 될 것도 참 많지요.

FPS 장르의 튜토리얼은 간소화가 대세입니다. 엄마가 이제 막 컴퓨터 사주시지 않은 이상 WASD 기반 조작법은 다 아니까 말이죠. 각 게임별로 저마다 특색이 있고, 이 특색 위주로 튜토리얼을 꾸미는 것이 트렌드입니다. 적어도 제가 플레이했던 온라인 FPS는 거의 다 그랬던 것 같아요.

'공각기동대 온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 스킬 사용법, 그리고 스킬 연동 정도만 가르친 후 바로 실전에 투입시켜요. 스킬 연동 사용법이 생각만큼 복잡하지 않아서 바로 적응하는 데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게임 대기시간을 이용해 맵을 탐사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아주 높은 평가하고 싶습니다. 접속 속도가 느린 유저를 기다리는 시간을 활용했어요. 마냥 줄 채워지는 것만 바라보는 로딩 이미지로 때우지 않고, 홀로그램으로 제작된 맵을 먼저 돌아다녀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익힌다는 자세로 돌아다니면, 다른 어떤 게임보다도 빠르게 맵을 숙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도 튜토리얼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게임의 완성도를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 이 부분 참 마음에 듭니다.


"정 대리, 이거 지금 그대로 나가면 게임에서 역전이 아예 안 나올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 테스트에서 밸런스 잡을 겁니다."


게임 내적으로 장단점을 짚어 봤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캐릭터가 스킬을 쓰기 위해서는 킬을 기반으로 포인트를 모아야 합니다. '콜 오브 듀티'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볼 수 있는 킬스트릭 시스템과 유사하죠. 하지만 이 시스템의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역전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경우, 첫 판을 내주면 이후 4판 이상 질 각오를 해야 합니다. 자금 시스템 덕분인데, 고수 레벨로 갈수록 이 특성이 두드러지죠. CBT 때는 유저들의 실력이 대체로 비슷하니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OBT 이후 제대로 팀을 짜고 하면 이 단점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초반의 불리함이 스노우볼이 되어 역전 시나리오 자체를 지워버릴 가능성도 있고요.

FPS에서 변수를 주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맵과 오브젝트 구성, 혹은 독특한 승리 조건을 걸어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이 대표적이나, 이는 플레이어의 숙련도를 무시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자칫 코어 유저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더해 개발해야 합니다.

딱히 어떤 가이드라인이 잡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단 2차 CBT 버전 '공각기동대 온라인'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극적인 해결책이 드러났으면 좋겠습니다. FPS는 다른 어떤 게임보다도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 개발진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 다음 CBT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