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플레이어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하며 모든 팀은 서로의 손발을 다시 맞춰야 했다. 1팀 체제로 합쳐진 만큼 선수들 간의 호흡을 다잡는 것이 중요 했고, 이를 실패한 팀은 전 시즌에 보여준 강력함과 상관없이 무서울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
인벤팀에서는 이렇게 불같았던 2015 롤챔스 스프링 시즌을 팀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혼돈의 시즌 속에서 자신들의 페이스를 잃어버려 한때 휘청거렸던 KT 롤스터(이하 KT)가 그 네 번째 주인공이다.
■ KT, 변화가 찾아오다
작년 여름, KT는 한 편의 드라마를 썼다. 2014 HOT 6 LoL 챔피언스 섬머 리그에서 KT의 우승을 점친 팬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KT는 이러한 예상을 전부 깨버렸다. 당대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며 롤챔스 2연속 우승을 노리던 삼성을 누르고 2014년 여름의 왕좌에 오른 KT였다.
새로운 시즌에 앞서 세계 최고 정글러라 평가받던 '카카오' 이병권과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루키' 송의진이 해외로 둥지를 옮기며 전력 손실이 우려되었지만, 팬들은 KT가 옛날 최강의 팀인 아주부, 나진 소드 등의 강력한 팀과도 힘을 겨뤘던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우승의 주역이었던 카카오와 루키의 빈자리를 부족함 없이 메꿔, 팬들을 만족시키고, 다시 한 번 왕좌에 올라야 하는 과제가 생긴 KT. 1팀 체제로 들어가며 KT B팀의 원거리 딜러로 있던 '스코어' 고동빈과 미드 라이너인 '나그네' 김상문이 각각 빈자리를 채웠다.
특히 스코어는 팀 변경 말고도 포지션의 변경까지 겸해야 했기 때문에 초반에는 걱정의 말들이 오갔으나, KT의 전신인 스타테일 시절에 탑 라이너까지 경험해본 스코어였기 때문에 이러한 변경이 다른 선수들보다 크게 부담되는 편이 아니었다. 실제로 전향 후 있었던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정글러가 되고 싶었다'라고 밝힌 스코어였다.
나그네는 한때 페이커를 제치고 솔로 랭크 1위 자리에 오른 경험도 있기 때문에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대회경기에 충분한 경험까지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가진 포텐셜만 터져 준다면 루키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울 수 있어 보였다.
리빌딩을 한 KT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감은 매우 높은 상태였고, 동시에 불안한 상태였다. 그저 지난 시즌 우승팀의 저력을 이번 롤챔스에서 어김없이 보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아쉽지만 괜찮았던 프리시즌
리빌딩을 마치고 새로운 시즌에 앞서 시작된 프리시즌 성적은 1승 4무. 진에어 그린윙스에게 2:0으로 승리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세트를 1:1로 나눠 가지며 무승부를 거두는데 그쳤다. 전 시즌 우승팀치고는 썩 기분 좋은 성적은 아니었으나, 이때 까지만 해도 KT는 정규시즌에 나설 멤버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고, 팬들도 이에 대한 염두를 충분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승리를 한 번 밖에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포지션이 변경된 스코어에 대한 우려도 컸지만, 프리시즌에서 안정적인 정글링과 운영 능력을 보여주며 카카오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꿔주는 데 성공했다. 또한, 육식 정글러들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스코어를 보며 팬들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썸데이' 김찬호는 프리시즌에 전반적으로 출중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줌과 동시에 과감함까지 더해져 보는 팬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자신의 주력 챔피언인 레넥톤으로 소환사의 협곡을 휩쓰는 썸데이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했다.
또한, 프리시즌 당시 유일하게 SKT T1에게 1무라는 기록을 남긴 KT였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는 작년 못지않게 높은 상태였다. 팀 전체를 훑어보아도 딱히 눈에 띄는 '구멍'이 없는 상태였고 포스트 시즌 진출을 무리없이 이뤄낼 것 같은 기세의 KT였다. 이때 까지만 해도 KT의 부진을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고, 변화된 팀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듯 보였다.
■ '대위기'에 빠진, KT
프리시즌에는 여러 선수들을 실험적으로 경기에 내보냈던 KT이지만 정규시즌에 들어서는 주전 선수가 확정된 상태였다.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GE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도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준 KT였기 때문에 확정된 주전 엔트리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련은 바로 찾아왔다. 5인 엔트리의 확정에도 불구하고 KT는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나그네의 부진과 '애로우' 노동현, '하차니' 하승찬 바텀 듀오의 부진이 한꺼번에 겹치며 썸데이의 분전을 퇴색시켰다. 특히 바텀 듀오의 경우 매 경기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적 정글러의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조차 라인전에서 밀리는 느낌을 줬다.
한 번 삐걱거린 팀 분위기 쉽게 수습될 여지가 안보였다. 나그네의 경기력이 좋은 날에는 썸데이의 폼이 좋지 않아 패배하거나, 반대로 썸데이가 안정적일 때에는 나그네가 흔들렸다. 바텀 라인의 경우 1라운드 내내 예전 컨디션을 찾지 못하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프리시즌을 마쳤을 때 했던 인터뷰에서 보여준 패기는 이미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고, 팀 전체가 무언가에 억눌려 있는 듯 보였다.
(출처 : 온게임넷 영상 캡쳐)
엎 친데 덮친 격으로 KT 우승의 주역이자 주전 서포터인 하차니의 중도 하차소식이 전해졌다. 1라운드가 끝난 시점에 개인 SNS에 '잠시 휴식하는 시간을 가지겠다.'라고 밝힌 하차니의 메세지에 팬들은 또 다시 동요했다. 안 그래도 팀이 힘든 판국에 하차니의 휴식 소식은 1라운드 성적표에 이어 팬들의 마음을 두 번 아프게 했다.
2승 5패. 지난 시즌 우승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성적표지만 KT에게는 좌절하고 있을 시간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스타테일 시절부터 그들을 응원했고, 지금까지도 응원하고 있는 팬들을 위해.
■ [터닝 포인트] '애로우' 노동현의 화려한 부활!
아픔 속에서 2라운드를 시작한 KT.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듯했다. 애로우가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했고 하차니 대신 들어온 '픽서' 정재우에게도 시간이 필요한 상태였다. 나그네의 경우 어느 정도 폼을 찾은듯 했고, 스코어도 꾸준히 준수한 활약을 펼쳐줬으나 KT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KT에게는 전환점이 필요한 듯 보였다. 그리고 그 답을 GE 타이거스와의 경기에서 찾았다.
3월 27일에 있던 GE와 KT의 싸움. 상처투성이의 KT가 현재 1위인 GE를 잡아낼 수 있다고 본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그러나 KT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들에게 남은 2라운드를 달려갈 힘을 얻었다.
KT의 본격적인 반격은 2경기부터 시작됐다. 애로우의 하드 캐리. 지금까지 눈물을 삼키며 기다려온 애로우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이 경기에서 애로우는 원거리 딜러임에도 불구하고 적진으로 앞 점멸을 사용하며 들어가 무자비하게 GE를 사냥했다. 애로우의 부활을 간절히 기다리던 팬들은 적진을 휩쓰는 이 날의 애로우를 보며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애로우의 분전은 KT 전체를 고무시켰다. 3경기 때 나그네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제드를 자신감 있게 꺼내 들어 '프레이' 김종인의 코그모를 집요하게 노렸고, 스코어 세주아니의 궁극기는 한타를 폭발시켰다. 그동안 부진했던 경기력 때문에 고생했던 픽서 또한 이날만큼은 날카로운 이니시에이팅을 보여주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KT의 승리는 매우 뜻깊은 승리였다. 팀 자체에서도 경사할 만한 일이지만 무패행진을 달리던 GE에게 쓰디쓴 패배를 안겨준, 그야말로 '사건'이었다. 온게임넷 해설진 역시 '애로우가 돌아왔다'고 언급함과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경기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경기를 토대로 KT는 다시 한 번 부활의 신호탄을 쏠 자신감이 생겼다. 정말 오랜만에 KT 선수들과 팬들은 함께 웃을 수 있었다.
■ KT, 불타는 기세로 승강전 탈출!
GE를 잡았다고 해서 KT의 암울한 성적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겨우 1승을 추가한 것뿐이었고 승강전 탈출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은 KT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가슴에 붙은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고, 위기를 극복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GE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기세를 탄 KT의 경기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지난해 KT가 우승을 차지할 때에 버금갈 만큼의 경기력과 승강전 탈출을 위한 생존본능이 합쳐져 KT를 변하게 했다. 바로 다음에 있던 IM과의 경기에서 그 무서움이 드러났다. 스코어의 날카로운 갱킹은 상대 라이너들을 계속해서 괴롭혔고, 나그네는 이제 완전히 자신의 페이스를 찾은 듯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KT는 유리한 경기를 질질 끌지 않고 시원한 다이브로 적 주요딜러들을 터트려버리는 자신감까지 보여 승강전 탈출의 기쁨과 함께 팬들의 마음까지 되찾았다.
이제 KT에게 남은 것은 진에어와의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뿐이었다.
KT의 시즌 마지막 경기. 승강전을 탈출했다고 해도 힘들 때도 응원해준 팬들과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이겨야 하는 진에어와의 경기였다. 진에어 또한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1경기부터 엄청난 접전이 펼쳐졌다.
전체적인 게임 구도는 KT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지만 '갱맘' 이창석의 명품 제라스가 데스 없이 엄청난 성장을 보이며 계속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경기 내내 엄청난 자신감을 보이던 나그네의 르블랑이 노데스를 기록하던 갱맘의 제라스를 터트리며 승리에 한발짝 다가섰다.
시즌 마지막 세트에서 KT는 신선한 메타를 선보였다. 최근 탑 라인에 유행 하고있는 강타/텔포 메타를 썸데이가 국내 대회 최초로 자신감 있게 꺼내 든 것. 강타를 이용해 강력한 정글몹을 쓸어담으며 폭풍같이 성장한 썸데이의 헤카림은 한타 때마다 상대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 결국, 진에어는 패배했고 KT는 유종의 미를 거두며 다음 시즌에 선전할 것을 팬들에게 약속했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진에어를 상대로 승리하기는 했으나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그들을 상대로 어떻게 이겼던, 플레이오프 무대로 올라가는 진에어를 KT는 그저 지켜볼 수밖엔 없었다. 2라운드를 멋지게 마무리 했지만 그 만큼 KT에게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 됐다.
이렇게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2015년의 KT 롤스터, 비록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팬들은 KT에게 희망을 보았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자만하지 않고 계속해서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KT는 다가오는 여름에 또다시 왕좌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팀 별 결산 ① : 삼성이 쌓은 경험치. 레벨업으로 이어질까?
팀 별 결산 ② : 부족한 한 끗을 채워라, Incredible Miracle!
팀 별 결산 ③ : 탄식의 외침, 이걸 나진이! 자존심 구긴 나진 e엠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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