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의 수명은 업데이트와 귀결된다고 말할 수 있다. 모바일 게임의 경쟁이 심화되기 전에는 단순히 캐릭터를 추가하거나 일러스트 몇 장 던지는 업데이트로도 유저들의 환심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된 현재에는 초창기 업데이트와 같은 방법으로는 유저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게임들이 출시 때부터 장르에서 품을 수 있는 콘텐츠를 모두 갖추고 나오며 업데이트 역시 단순 콘텐츠 추가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영웅의 군단'은 지난 2월 배수 시스템 삭제를 골자로 한 '레전드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스타워즈를 패러디한 형태와 자기반성을 담은 내용은 이슈를 생산하기에 충분했고 '영웅의 군단'은 매출 반등에 성공했다.

'영웅의 군단' 김철희 PD는 그때를 돌아보며 레전드 업데이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목적, 진행 과정에 대해 풀어나가며 유저가 반응하는 업데이트는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기획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 관련기사: [인터뷰] 1주년 대규모 업데이트로 재도약을 꿈꾸는 '영웅의 군단'

▲ 엔도어즈 김철희 PD



■ 영웅의 군단 출시 1년 - "매출이 안 나와..."

'영웅의 군단'은 꾸준한 업데이트로 유명한 게임이다. 업데이트가 난무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업데이트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기획자와 개발팀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매주 진행한 업데이트로 게임은 풍성해졌지만, 매출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출시 1년. 김철희 PD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고민이 너무 과한 탓이었을까. 그는 대상포진으로 병상에 눕고 만다. 그러나 그는 위기에서 한 줄기 빛을 찾을 수 있었다. 병상에서 평소에는 보지 못한 것들, 생각지 못한 것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요양 과정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게임을 다른 관점에서 쳐다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핵심은 자잘한 업데이트 대신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변화를 통해 반전을 꾀하려는 결심이었다

그는 '영웅의 군단'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업데이트를 기획하면서 모바일 게임 특징을 짚어보기 시작했다. 여러 특징 중 그의 시선을 잡은 특징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모바일 게임의 낮은 결제 허들이다. '공인인증서'나 'ISP'가 필요 없기 때문에 몇 번의 터치만으로도 결제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은 PC처럼 이것저것 설치하거나 에러가 나는 경우가 없어 쉽게 결제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매출 상승이 홍보 효과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지속적인 매출이 발생하면 꾸준한 노출을 기대할 수 있다. 즉 매출 상승이 모객과 홍보에 영향을 끼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점에 착안해 '레전드 업데이트'를 기획했다.



■ 병상에서 시작된 레전드 업데이트 - "배수 시스템 삭제"

그는 '레전드 업데이트'의 목표를 이탈 유저 복귀를 통한 매출 증대와 함께 개발 비용 절감으로 잡았다. 그리고 기존 '영웅의 군단'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배수 시스템'을 삭제했다. 다른 콘텐츠 업데이트도 있었지만, 핵심은 누가 뭐래도 '배수 시스템' 삭제였다.

'배수 시스템'이란 스퀘어 에닉스의 '확산성 밀리언아서'의 성공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시스템으로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 기간 한정으로 강력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가지도록 디자인되어있다. 제한된 기간 동안만 적용되므로 매우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상품 구매시의 만족감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신상품 구매욕 자극에도 효과적이다.

반면, 상품 출시 직후 단기적인 구매욕은 자극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구매욕이 떨어지게 되며 배수 기간 종료 후에는 소위 '현자타임'이라고 불리는 박탈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또한, 배수 상품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상품 출시가 필수적으로 따른다. '확산성 밀리언아서' 같은 경우 일러스트만 추가하면 되는 TCG라 부담이 덜했지만, 모션, 음성, 이펙트를 새로 만들어야만 했던 '영웅의 군단'에게는 많은 부담이 되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게임 진행을 강력한 배수 영웅에 의존하기 때문에 '영웅의 군단'이 내세웠던 전략성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배수 시스템을 삭제했다. 물론 게임의 근간이었던 시스템을 삭제함으로써 그와 연관된 많은 콘텐츠를 조정해야 되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으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배수 시스템이 삭제됐다는 소식에 궁금증을 느낀 유저들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이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가 목표로 삼았던 매출 증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돌아온 유저들은 영웅의 가치가 보장되는 새로운 시스템에 만족감을 표현했고 '영웅의 본질'인 전략성 회복에 박수를 보내줬다. 강력한 배수 영웅의 삭제로 콘텐츠 소모 속도도 완화되어 개발 과정에서의 부담감도 한결 줄어들었다. 이는 개발 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졌다.

게임 밖에서도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배수 시스템 삭제를 이슈화시켜 외부광고를 집행하기도 했으며 사전공지와 사전 예약 이벤트로 기대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 유저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 "직관적이고 일목요연 해야해"

사실 '레전드 업데이트'에는 길드전, 공성전, 혼돈의 탑 업데이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김철희 PD는 '배수 시스템' 삭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을 유저들에게 일목요연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했을 때 길드전, 공성전 등의 콘텐츠를 홍보하는 것은 그가 목표로 삼은 유저 복귀와 거리가 멀어질 것을 우려했다. 뭔가 게임이 크게 변화했다는 것을 유저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그늘 업데이트와 홍보는 간략하고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많은 유저가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레전드 업데이트'를 통해 김철희 PD는 배수 영웅을 대신할 전설 영웅을 준비했다. 기존의 합성 진화 성장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 이었다. 단순히 최고 단계를 6성에서 7성으로 올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7성 콘텐츠가 개방되면 유저들은 기존의 지루한 *노가다를 또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반면 새로운 체계를 가진 전설 영웅은 기존의 지루한 노가다를 탈피한 새로운 콘텐츠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작지만 큰 반향을 불러올 수 있는 차이다.

*반복이란 뜻으로 사용됐다. 강연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일본어를 사용한 점 양해 바란다.

그는 여기서 유저가 반응하는 포인트를 하나 더 찾을 수 있었다. 유저는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업데이트 성공의 3요소라고 한다면 이슈화, 매출증진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불러올 수 있는 신규 콘텐츠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김철희 PD는 모바일 게임에는 한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업데이트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웅의 군단'은 2015년 하반기 '신세계 업데이트'를 준비하며 다시 한 번 유저가 반응하는 업데이트로 반등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