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모든 도타2 팀의 최종 목표인 디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이하 TI). 그 다섯 번째 장인 TI5를 향한 단계도 이제 하나만 남았다. TI5 동남아 예선은 한국 시각으로 오는 29일 정오에 B조의 레이브 VS 인베이전, MVP 피닉스 VS 시그니쳐 트러스트를 시작으로 4일 간의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출전하는 한국 팀은 셋, 하지만 시애틀행 티켓은 단 두 장.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4개 팀이 진출하는 플레이오프에 한국 팀이 모두 이름을 올려야만 한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TI5 예선전, 각 조에서 한국 팀이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 MVP 핫식스의 독주 가능? 긴장감 해소와 TnC전이 관건!



MVP 핫식스가 속한 A조에는 5eva, 미네스키, G-가드, TnC가 포함되어 있다. MVP 핫식스는 최근 더 서밋3 예선에서 5eva와 미네스키를, MPGL 시즌7에서 G-가드를 완파한 바 있다. 하지만 단 하나, TnC만은 예외였다.

MVP 핫식스는 커세어 게이밍 아레나에서 TnC를 만나 경기 초중반까지 우위를 점했으나 상대의 클링츠, 드로우 레인저의 화력에 영웅을 하나 둘 잃고 자연의 예언자의 푸쉬에도 당하면서 역전패를 당했다. MVP 핫식스가 조 1위를 하지 못한다면 단두대 매치인 패자전에서 남은 두 한국 팀 중 하나를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TnC전이 최대 고비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MVP 핫식스에게 희소식은 팀의 호흡이 점점 잘 맞고 있으며, 경기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고 평가받던 '선비' 이정재의 경기력 향상이다. MPGL 시즌7에서 이정재는 이전까지의 경기들에 비해 상당히 물 오른 경기력을 선보였고, 결승에서는 태엽장이로 게임을 휘어잡으면서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MVP 핫식스에게 필요한 것은 경기 외적인 요소, 즉 멘탈이다. '포렙' 이상돈과 '힌' 이승곤을 제외한 나머지 세 선수는 TI 예선전을 치른 적이 없다. 비록 다들 크고 작은 경험이 있고 최근 오프라인 대회 MPGL에서 우승도 차지한 적이 있지만, TI라는 대회의 이름값이 가지는 압박감은 MPGL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실력만 놓고 보면 MVP 핫식스는 충분히 조 1위, 그걸 넘어서 시애틀에 진출할 저력이 있다. 그러나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 무조건 잘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오히려 더 소극적인 플레이가 나오거나 평소엔 하지도 않던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이미 실력은 검증됐다. MVP 핫식스는 예선전을 맞아 나사를 더 조이는 것보다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갖고 경기에서 긴장하지 않게 팀원들의 멘탈을 다잡아야 한다.



■ 지옥의 B조, 제왕 레이브와 복병 MVP 피닉스?



B조에 속한 팀은 레이브와 MVP 피닉스를 포함해 시그니쳐 트러스트, CSW, 인베이전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성적만으로 보면 레이브와 MVP 피닉스의 양강 구도가 점쳐지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레이브와 MVP 피닉스는 한국 시각으로 오는 30일에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 중 누군가는 반드시 최소 1무, 혹은 1패를 기록하게 되는 상황.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동남아 도타2 판도이기 때문에 여기서 1패를 안게 되는 팀은 함부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동남아 랭킹 2위인 레이브는 실력 면에서는 예선 참가 10개 팀 중 가장 뛰어나지만, 최근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선수들이 서로 떨어진 상태에서 시간을 꽤 허비해야 했다. 하지만 팀의 1번 캐리인 '제요'는 북미 명문 팀 EG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고 다른 선수들도 수많은 오프라인 대회를 치르면서 경험을 축적했다. 그런 경험 많은 선수들이 모인 레이브는 그간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을 저력이 있는 팀이다.

최근 경기가 언다잉, 자이로콥터 등을 위시한 초반 난전 위주의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느긋한 장기전 운영을 즐기던 레이브가 어떤 대비책을 들고 나왔는지가 관건이다. 세계 1티어 팀들 간의 대결에서도 20분 이내의 경기가 최근 상당히 자주 나왔음을 감안하면 레이브도 반드시 스타일 변화가 필요하다.

B조에 속한 두 번째 한국 팀은 한국 도타2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MVP 피닉스다. 그런 MVP 피닉스가 이번에 TI5 예선에서 맡은 역할은 재미있게도 '복병'이다. 6.84 패치가 된 날짜가 지난 5월 1일, MVP 피닉스는 조인도타 MLG 시즌2에서 MVP 핫식스와 치른 단 두 경기를 제외하면 패치 후 공식전이 한 번도 없다.

MVP 피닉스는 작년 이맘때, 흑마법사라는 필살기로 동남아 예선을 뚫고 와일드카드전에서 이오-불꽃령으로 VP를 꺾었다. 근 1개월 간 공식전 경기를 치르지 않은 MVP 피닉스가 이번에 무슨 칼을 갈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동남아 2위 레이브, 4위 시그니쳐 트러스트, 5위 MVP 피닉스가 한 데 몰린 지옥의 B조. 서로를 상대로 1패라도 기록하는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불투명해진다. 레이브와 MVP 피닉스 모두 경험은 넘치도록 충분하다. 남은 것은 TI5 예선을 위해 어떤 무기를 준비했느냐다.



■ 남은 시간은 불과 하루! 한국 팀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하루만 지나면 대망의 TI5 동남아 예선이 열린다. MVP 핫식스와 MVP 피닉스는 싱가폴까지 건너가 최적의 환경에서 예선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고, 레이브는 한국에 남아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이 세 팀 중 최소 한 팀은 반드시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누가 살아남든 최선의 결과는 셋 중 두 팀이 1, 2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팬들은 MVP 피닉스가 흑마법사로 TI4 동남아 예선을 휩쓸던 때, KDL의 두 챔피언이 VG와 뉴비를 잡을 때, 레이브가 DAC에서 세계 최강의 팀들과 호각의 경기를 펼칠 때, MVP 핫식스가 MPGL에서 첫 오프라인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1년 간 오로지 이 순간만을 바라보고 연습한 자신들을 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