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1일, 스퀘어에닉스의 온라인 게임인 파이널판타지14의 첫 번째 국내 CBT가 시작됐습니다.

서버 오픈 시각은 오후 6시로, 직장인 유저들이 접속을 시도하기엔 이른 시간이었죠. 그럼에도 서버 혼잡으로 접속 대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게임에 아직 접속하지는 못했지만,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을지 짐작이 되더군요.


▲ 이른 시간임에도 벌써부터 대기열이?!


얼마 간의 대기시간을 거치자 드디어 서버에 접속할 수가 있었습니다. 역시나 도시 안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요, 특히 초반 퀘스트인 에테라이트와의 교감을 위해 크리스탈 주변에 캐릭터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에테라이트는 대도시나 주요 마을에 있는 거대한 크리스탈로, 교감을 통해 공간이동인 '텔레포' 대상 지역으로 기록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에테라이트가 있는 곳이라면 꼭 한 번은 교감을 해두는 것이 좋죠.


▲ 퀘스트 진행이 한창인 유저들

▲ 에테라이트와의 교감을 통해 이 지역을 텔레포 목록에 추가할 수 있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퀘스트를 수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도시 한 바퀴를 돌게 됐습니다.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이동하다보면, 꼭 한 발 앞서 퀘스트를 마치고 반대 방향으로 달려나오는 유저 행렬을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초반 퀘스트는 대개 주요 NPC의 위치를 알려주고 게임 진행에 꼭 필요한 아이템 건네기, 오브젝트 이용 방법 등을 익히는 형태로 꾸려져 있었습니다. 물건 배달이나 이야기 전달같은 잡일을 해주다보니 어느덧 2레벨이 되었는데요,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드디어 NPC가 도시 밖으로 나가 몬스터를 잡아달라는 퀘스트를 건네주었습니다.


▲ 남들은 이미 완료한 퀘스트를 뒤늦게 받으러 가는 기자

▲ 퀘스트 마크가 있는 곳엔 항상 유저들이 몰려 있다!


드디어 사냥을 해보는 건가! 앞사람 뒤통수만 보며 달리는 데에 슬슬 지쳐가던 참이라 기쁜 마음으로 도시 그리다니아 밖, 검은 장막 숲으로 달려나갔습니다.

파이널판타지14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필드!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일반적으로 초반 구간의 필드라는 것은 몬스터보다 더 많은 유저들이 '성난 멧돼지', '하급 고블린'따위의 이름표가 붙은 무언가를 괴롭히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막상 검은 장막 숲 입구에서 마주하게 된 광경은 레이드를 방불케 하는 격렬한 전투 현장이었습니다!


▲ 응...? 12레벨? 참고로 기자를 비롯한 근방 유저들의 레벨은 2~3 수준이다


무려 십여 명의 유저들이 12레벨 몬스터 '나무정령 묘목'을 둘러싸고 전투 중이었는데요, 공격의 대부분은 레벨 차이로 인해 '빗나감' 판정이 나는 데도 그 누구도 물러서지 않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다람쥐, 무당벌레같이 상식적인 초반 필드 몬스터들이 있음에도 굳이 고레벨 몬스터를 공격하는 이 패기!

약 5분 정도가 지나자 나무정령 묘목의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커다란 몸체를 드리웠습니다. 알고보니 퀘스트 대상도 아니었고, 그저 필드에 비선공 상태로 돌아다니는 NPC격의 몬스터였을 뿐이라고 합니다. 어느 유저가 실수로 공격한 건지, 나무정령과 전투 중이길래 자연스럽게 합류했다고..


▲ 결국 쓰러지고만 12레벨의 나무정령 묘목. 과연 전투민족이라 할만하다


쓰러진 나무정령을 뒤로 한 채 퀘스트 수행을 위해 무당벌레를 사냥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수많은 유저들이 필드로 쏟아져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몬스터 하나를 잡기 위해 온 숲을 헤집어야 할 정도였는데요, 그리다니아는 궁술사 클래스의 시작 도시인 탓에 몬스터를 선점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 무당벌레를 상대로 필살의 일격을 날리는 에오르제아의 모험가


힘겹게 무당벌레 퇴치 임무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돌발 임무 발생'이라는 문구가 출력되면서 퀘스트가 시작됐습니다. 어디선가 긴박한 전투음이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여러 유저가 몬스터 하나를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유저들과 파티 상태는 아니었지만 퀘스트가 공유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여러 클래스의 유저들이 모여서 '격분한 미로돈'이라는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었는데, 어느 궁술사 유저가 몬스터의 주의를 끌며 능숙하게 드리블을 해준 덕에 단 한 번의 피격없이 쓰러뜨릴 수 있었죠.

퀘스트가 완료되자 임무 기여도를 보여주는 표식과 함께 보상이 즉시 획득됐습니다. 특히 획득 경험치량이 상당해 놀랐는데요, 지금처럼 서버가 혼잡할 때는 유저들 틈바구니에서 무당벌레를 사냥하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돌발 임무 지역에 들어서면 알림 문구가 출력된다

▲ 근방 유저들과의 협동을 요구하는 돌발 임무


대개의 CBT 첫날 풍경은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랙과, 대미를 장식하는 서버 마비, 그리고 몬스터보다 유저의 수가 더 많은 광경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오늘 접한 파이널판타지14의 CBT는 예상보다 불쾌지수가 무척 낮았습니다. 접속 대기열이 발생될 정도로 많은 유저가 몰렸지만 랙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물론 필드에선 몬스터보다 유저가 더 많은 상황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지만, 필드 사방에 무작위로 등장하는 돌발 임무 덕분에 레벨을 올리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오히려 돌발 임무 발동 지역만 찾아다니게 될 정도였죠. 임무 수행 지역으로 이동하는 와중에도 저레벨 유저들이 12레벨의 나무정령 묘목을 공격하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어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오늘부터 11일까지 4일 동안 진행되는 CBT, 지금은 대다수 유저들이 필드에서 무당벌레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내일부터는 유저들의 레벨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서 인스턴트 던전과 협동 퀘스트인 길드 작전 등을 본격적으로 즐겨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나 20레벨을 달성하면 첫 번째 만신전인 이프리트와의 결투를 벌일 수 있는데요, 과연 그때에도 나무정령 묘목과의 사투만큼이나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 20레벨에는 이프리트와의 대결이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