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뉴특전대가 된 MVP 피닉스! (출처 : TI5 공식 트위터)

MVP 피닉스의 TI5 와일드카드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본선 진출을 눈앞에 두고 좌절을 맛봤던 TI4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MVP 피닉스의 와일드카드전 첫 상대는 북미의 팀 아콘(전 NAR)이다. 팀 아콘은 북미 예선 최강 전력으로 꼽히던 마우스스포츠를 꺾으며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팀 아콘은 북미 예선에서 시간을 들여 캐리를 키우기보다 자이로콥터, 태엽장이 등 초중반 교전에 강한 영웅들을 선택해 이득을 불려나가는 형태의 운영을 자주 선보였다. 세세한 면은 다르지만 운영의 큰 그림을 보면 구 MVP 피닉스가 언뜻 겹쳐보인다.

와일드카드전 첫 상대로 팀 아콘이 결정됐을 때, 한국 도타2 팬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팀 아콘은 와일드카드전에 진출한 다른 세 팀 가운데 전력이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팀을 결성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MVP 피닉스로써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TI5 북미 예선 A조에서 보이드 보이즈, 낫투데이, 레비아탄, Wheel Wheck과 같은 팀에 속한 팀 아콘(당시 NAR)은 Wheel Wheck에게 1무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전부 승리를 따냈다. 팀 아콘은 자이로콥터와 태엽장이를 특히 선호했다. 자이로콥터가 밴되거나 상대가 먼저 가져가지 않은 경우엔 항상 자이로콥터를 선택했고, 오프레인에는 높은 확률로 태엽장이를 배치했다.

Wheel Wheck과의 1세트에서 상대가 먼저 태엽장이를 가져가버리자 팀 아콘은 지진술사를 오프레인에 배치했다. 그러나 오프레이너 MSS'는 태엽장이를 사용할 때처럼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MSS'가 태엽장이를 하지 않은 게임은 대부분 팀 아콘의 패배로 끝났다.

자이로콥터는 팀 아콘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영웅이다. 팀 아콘은 TI5 예선을 치르는 동안 대부분의 게임에서 자이로콥터를 사용했고, 예선이 끝난 후 BTS 아메리카같은 온라인 대회에서도 꾸준히 꺼내들었다. 극후반까지 바라보는 장기적 운영이 아니라 초반에 최대한 많은 이득을 보면서 게임을 끝낸다는 팀 아콘의 팀 컬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영웅이기도 하다.

팀 아콘이 사용하는 영웅풀은 좁은 편이 아니지만 큰 그림을 놓고 보면 팀 아콘의 운영을 상당히 단순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쓸 수 있는 영웅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자이로콥터, 태엽장이, 디스럽터, 루빅 등 초중반 난전에 강하거나 끊어먹기에 좋은 영웅들을 앞세운 운영만을 즐겨 썼다.

비슷비슷한 운영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팀 아콘은 상대가 자신들과 맞상대를 해 줄 경우 매우 강력하지만, 변칙적인 전략에 극도로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TI5 북미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마우스스포츠는 팀 아콘을 상대로 상대와 비슷하게 초중반 교전에 강한 영웅들을 적당히 고르거나 자이로콥터를 열어줬다가 1:2로 패하면서 쓴 맛을 봤다.

▲ '채드'를 숭배하고 있는 팀 아콘의 멤버들 (출처 : TI5 공식 트위터)

하지만 컴플렉시티 게이밍은 팀 아콘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컴플렉시티 게이밍은 고통의 여왕, 그림자 마귀로 레인전을 더 강력하게 가져가거나 대즐, 언다잉, 흑마법사로 끝없이 힐을 하면서 끊어먹기를 방지해 게임을 따냈다. 컴플렉시티 게이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에니그마, 용기사, 자연의 예언자를 앞세운 극한의 푸쉬 메타를 선보였다. 난전을 펼치기도 전에 물량에서 밀린 팀 아콘은 속절없이 당했다.

팀 아콘은 컴플렉시티 게이밍의 이런 변칙적인 전략에 전혀 대응법을 찾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승자전 결승에서 컴플렉시티의 푸쉬 메타에 발목이 잡힌 팀 아콘은 예선 결승전 2, 3세트에서 똑같은 푸쉬 메타에 연속으로 또 당하면서 0:3 패배를 당해 2위를 기록했다.

또 한 가지 팀 아콘에게 불안한 점은 미드레이너 '코로크'의 레인전이다. '코로크'는 TI5 예선을 치르는 동안 상대 미드보다 잘 성장한 적이 많지 않다. 레인전 단계에서 CS와 수입이 항상 뒤처져있기 때문에 팀 아콘의 서포터들이 항상 미드의 뒤를 봐주곤 한다.

'코로크'는 뒤처진 수입을 복구하는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미드레이너가 레인전 단계에서 항상 열세에 있다는 것은 팀 아콘 입장에서 큰 문제다. 미드가 상대보다 밀리기 때문에 서포터의 동선이 제한되고, 상대에게 수를 읽히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크'가 약한 미드는 아니지만 게임 내에서의 존재감이 1번 캐리 'USH'에게 밀리는 점, 레인전 단계에서의 모습을 볼 때 팀 아콘에게 잠재적 불안 요소인 것도 사실이다.

상황이 잘 풀린다면 '큐오' 김선엽의 플레이 스타일이 '코로크'에게 극상성으로 다가올 수 있다. 김선엽은 상대가 레인전에서 허점을 보이면 사정없이 물어뜯는 대단히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한 끝 차이로 '슈퍼플레이'와 '쓰로잉'을 왔다갔다 하지만 최근 '의심이 많아진 큐오'란 평까지 들을 정도로 무리한 움직임이 많이 줄었다. 특유의 공격 본능만 잘 살려내서 경기에 임한다면 MVP 피닉스가 레인전 단계에서 미드를 터뜨리고 생각 외로 쉽게 게임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 게임을 풀어나갈 열쇠는 김선엽의 손에 있다! 사진은 TI4 당시의 김선엽.

팀 아콘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는 1번 캐리 'USH'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USH'가 수입 1위를 놓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팀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USH'만은 전혀 밀리지 않는 성장을 하기 때문에 팀 아콘은 언제나 역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코로크'와 영웅풀을 상당 부분 공유하기도 하고, 레인전 실력도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종종 '코로크'와 레인을 바꿔 본인이 미드를 맡는 경기도 상당히 많다. 앞서 언급된 자이로콥터가 팀 아콘의 손에 들어왔을 때 이를 활용한 밴픽 심리전이 특히 심한데, 이 자이로콥터를 '코로크'가 쓸지 'USH'가 쓸지, 그리고 그 선수가 미드로 올지 캐리로 올지 알 수가 없다.

팀 아콘은 TI5 예선 당시 자신들의 비슷한 운영 스타일을 타파하기 위해 온라인 대회에 참가하면서 여러 다른 운영들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환영 창기사, 항마사, 길쌈꾼 등 후반 캐리들을 활용하는 한편 최근 대세 오프레인 영웅인 얼음폭군도 꺼내고 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은 MVP 피닉스에게 웃어주고 있다. NAR 기간을 포함해도 팀을 결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팀 아콘은 호흡을 맞추기 위해 TI5 이후로도 온라인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전력을 노출시킨 반면 MVP 피닉스는 자신들의 카드를 철저하게 숨겼다. 팀 아콘의 약점이 무엇인지, 이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MVP 피닉스가 가장 연구를 많이 했을 터다. 더 이상 숨길 것도 없는 TI5 와일드카드전에서 MVP 피닉스가 2개월 간 어떤 무기를 준비했을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