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의 산하 스튜디오인 '다이스'는 '배틀필드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다. 많은 인원이 한 세션에서 치르는 대규모 전투로 유명한 '배틀필드'는 첫선을 보인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게임성을 바탕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만큼 많은 버그와 오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마는.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다이스'의 신작이자, '스타워즈'를 배경으로 삼은 또 하나의 대규모 전투 게임이다. 여기까진 모두가 안다. 그리고 다들 예상한다. '뭐 끽해봐야 배틀필드 스타워즈 버전 아닌가?'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이상한 건 아니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던 게이머 중 한 명. 그간 다이스는 훌륭하게 '배틀필드' 시리즈를 만들어왔지만, 역설적으로 그 외에 딱히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은 적이 없다. 배틀필드의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어갔을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6관의 반을 홀로 차지한 EA 부스. 사람이 없는 타이밍을 노려 달려갔음에도, 무려 40분을 기다린 끝에 마우스를 손에 쥘 수 있었다. 한번에 40명을 모아 진행하는 '스타워즈 : 배틀프론트' 시연. 오랫동안 서 있으면서 쌓인 피로를 잊고 어느새 전장의 한복판에 들어가기까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플레이 영상(E3 버전)

시연은 바로 위에 걸린 영상과 같은 전장에서 진행되었다. 한쪽 세력은 두 대의 AT-AT를 진격시키고, 반대편은 레이더를 확보해 폭격을 유도함으로써 AT-AT의 진격을 막는 구조. 시연에 준비된 무기는 총 네 가지, 그리고 아이템 세팅은 두 종류(로켓 팩과 수류탄이 포함된 세트, 개인용 대전차 펄스 어뢰와 소형 방어막이 포함된 세트)였다.

▲ 저기 저 큰 녀석이 AT-AT

일단 무난한 빔 라이플을 들고 전장으로 향했다. 시가전이 잦은 배틀필드와 다르게 전장은 온통 눈으로 가득한 설원. 딱히 장애물이나 건물도 없으므로 적의 모습이 바로 보인다. '배틀프론트'의 주 무기들은 따로 재장전이 필요하지 않아 잠시 두면 열이 식으면서 자연스럽게 사용 가능해지지만, 과열이 심하게 될 경우 R 키를 눌러 수동으로 급속 냉각을 시킬 수 있다. 전투 중 비는 시간에 습관적으로 재장전을 하곤 하는 나였기에 조금은 적응하기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일단 눈여겨볼 점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모션'이었다. 머리에 총을 맞고 나뒹구는 적이나, AT-AT가 발을 옮길 때마다 흩날리는 눈가루가 너무나도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이 이상 자연스럽기를 바랄 수가 없을 지경. 때문에 적아의 구별이 힘들 정도였다. 흐릿하지 않고 깔끔한 그래픽 마감새, 그리고 눈에 잘 띄는 빔의 움직임(사실 이 부분이 가장 스타워즈다운 장면 중 하나였다.)은 이 작품이 내가 생각하던 이상의 퀄리티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 사실 싸우다 보면 적과 아군이 햇갈릴 때도 많다.

'분대' 시스템은 간소화되어 '파트너'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사실 이 부분은 약간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인데, 배틀필드 시리즈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분대를 이뤄 잊을 수 없는 플레이를 만들던 경험을 배틀프론트에서는 하기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전략'적인 부분이 상당히 줄어들고, 대신 액션의 섬세한 부분을 살린 모양새다.

미션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공격팀은 AT-AT를 진격시키며, 때로는 AT-AT의 두부 빔 포를 사용해 적을 공격할 수도 있다. 그동안 수비조는 땀이 나도록 레이더로 뛰어가 신호를 보내, 'Y윙'을 불러내 AT-AT를 포격한다. 두 대의 AT-AT가 모두 파괴되면 수비조의 승리.

무엇보다 가장 맘에 드는 건, '음악과 효과음'이었다. 스타워즈 원작의 음악을 적당히 어레인지한 '배틀프론트'의 음악은, 게임 내 들어 있는 그 어떤 요소보다도 '스타워즈'의 느낌을 강렬하게 전달했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빔 라이플의 발사음(다들 아는 피융 피융...)도 한몫했고 말이다. 로켓 팩을 이용한 빠른 이동, 그리고 사방에서 날아드는 빔을 뚫고 달릴 때 귓가에 아련히 울리는 배경음은 말 그대로 최고다. 그 순간만큼은 저항 연합의 용사가 된 느낌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측면에서, 게임의 시스템이 너무 간소화된 느낌은 버릴 수가 없었다. 모 리뷰어의 말처럼, '배틀프론트'는 대규모 접전을 전제로 했음에도 '배틀필드'보다는 '콜오브듀티'와 같은 느낌이 든다. 딱히 탑승할만한 오브젝트가 적고, 전투의 양상이 보병전 위주로 흘러가기에 그렇게 느낀 면도 없잖아 있겠지만 말이다.

▲ 이건 비밀인데 시연 중에 밟혀 죽었다...

다만, 여기서, 잊지 말고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배틀프론트'는 '배틀필드'의 후속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작품은 모두 '다이스'에서 만들었지만, 각자 독자적인 IP와 개성을 가진 게임이다. '배틀필드'에 익숙해진 눈으로 작품을 바라볼 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전히 독자적인 게임으로서의 '배틀프론트'는 예상 외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배틀프론트'를 재단하기엔 이른 감이 없잖아 있다. 아직 공개된 요소는 작은 부분의 '데모'일 뿐, 본편이 어느 정도의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이 말은 곧, 정식 출시된 본편에서는 스타워즈에 나오는 각종 탑승 장비를 타 보거나, 다양한 전장을 돌아다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뜻이다.

살짝 맛본 '배틀프론트'는 다이스의 전작인 '배틀필드'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이머가 마음속에 어떤 잣대를 들고 있느냐에 따라 평가가 여실히 갈릴 수 있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물론 아직 공개된 부분이 많지 않아 직접적인 평가는 나와 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스타워즈'의 향수를 느끼기엔 충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게임스컴2015'에서 '배틀프론트'는 가치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