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강의 2루수를 꼽자면 대부분 서건창 선수를 떠올릴 것이다. 작년 전인미답의 200안타 고지를 밟으며, 2루수 골든글러브에 이어 시즌 MVP까지 차지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2루수지만 올해는 초반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입고 전열에서 이탈하였다.

물론 6월에 복귀하여 최근 타율을 3할까지 끌어올렸으나,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한 것은 물론 출전 경기수가 부족하여 골든 글러브 후보에는 오르지 못한다.

이렇듯 가장 유력했던 후보가 아쉽게 부상으로 이탈하여 새로운 후보들이 거론되는데, 우선 작년 30홈런을 때려냈고, 올해에서 20홈런 20도루로 20-20클럽에 가입한 나바로가 있다. 그리고 10년 연속 3자리수 안타를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정근우도 있다. 하지만 가장 예상외의 후보를 고르라고 한다면 신생팀 KT 위즈의 2루수 박경수가 있다.


▲ 올해 누구보다도 깜짝 스타라 할 수 있는 KT 박경수




■ 10년간 잠들어 있던 능력이 KT 위즈에서 만개하다!

사실 생애 첫 FA자격으로 풀린 뒤, KT 위즈로 이적할때만 해도 박경수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많았다. 그도 그럴것이 데뷔 이후 12년동안 군복무한 시기를 제외한, 통산 성적이 0.241의 타율과 0.683의 OPS를 기록했을 뿐이다.

유격수와 2루수뿐만 아니라 3루수와 포수까지 두루 섭렵하며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 활약했고, 수비 측면에서 107경기 연속 무실책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등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항상 아쉬운 타격능력과 결정적인 순간 클러치 에러를 범해 팬들에게 애증의 존재로 여겨졌다. 시즌을 치르는 도중 팔꿈치 및 어깨, 햄스트링 부상 등 굵직굵직한 부상도 자주 겪어 소위 '유리몸'이라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었다.


▲ 최다 홈런과 타점을 세운 08년 이후 특별한 활약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KT위즈에서 롯데의 김사율, 박기혁과 함께 FA 계약을 맺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의외라고 평가했다. 특히 2014년이 끝난 이후, 삼성의 에이스 윤성환의 80억부터 장원준 84억, 최정 86억 등 역대급 FA 계약이 줄줄이 터지는 와중에 18억 2천만이라는 비교적(?) 싼 가격으로 계약을 맺은터라 표면적인 주목도가 떨어지기도 했으나, 통산 성적을 생각하면 예상외의 금액을 받았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FA계약을 맺은 당시 KT에서도 신생팀의 불안요소라 할 수 있는 수비적 측면을 높게 사 계약을 맺은 것으로 사실 타격에 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경수는 이런 세간의 평가를 비웃듯 새롭게 유니폼을 갈아 입은 뒤, 완전히 새로운 선수로 재탄생 했다.


▲ KT와 FA계약을 맺었을 때 다들 의아해 했으나, 지금은 모범 FA의 대표 사례!




■ 생애 최초 두자리 수 홈런 기록! 30대 전성기 맞으며 커리어 하이 기록중

시즌 개막부터 주전 2루수로 출전한 박경수는 4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고 4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등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4월부터 팀 전체가 침체되기 시작하면서 6월 새로운 외국인 대체선수인 댄 블랙 올때까지 동반 침묵을 지켰다. 이때 기록한 타율은 0.226에 불과했고, 타점은 14개에 홈런은 단 한 개에 그쳤다.

그러나 댄 블랙의 영입과 함께 KT타선이 대폭발하기 시작했고, 도화선이 된 마르테-블랙 듀오와 함께 박경수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6월 들어 타율이 3할대에 근접한 0.282를 기록하더니 5개의 홈런포로 14타점을 만들더니, 7월과 8월이 되어서는 각각 타율 0.423과 0.379, 홈런은 15개를 추가했다. 고작 3달동안 20개의 홈런을 몰아 치더니 시즌 전체 타율도 어느새 3할을 넘겼다.

특히, 7월에는 4할의 타율과 더불어 출루율은 0.508에 장타율 0.981 총 OPS는 1.489를 기록하며 어느 누구보다도 무서운 타자로 군림했다. 8월에도 OPS 1.186이라는 특급 타격감을 유지하며, 어느덧 골든 글러브까지 욕심내는 위치에 올라섰다. 이미 성적은 지금 성적만 유지하더라도 통산 성적을 모두 뛰어넘은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무엇보다 10년 동안 친 홈런의 갯수의 절반을 이미 넘기는 등 장타력에 있어서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이 돋보인다.


▲ 종종 홈런을 기록하던 타자였으나 그 누구도 거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 서건창의 빈 자리를 노리는 3인 중 한 명? 골든글러브 유력 후보자

앞서 말했듯 지난해 골든 글러브와 시즌 MVP를 차지했던 서건창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2루는 여러 후보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나바로와 정근우다. 나바로는 지난 시즌에도 31홈런 98타점에 25도루를 기록하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서건창의 더욱 뛰어난 기록이 아니었다면 확실한 골든 글러브 후보로서, 올해에도 이미 20 - 20을 기록하며 2루수 최초 2년 연속 20-20을 달성했다.

정근우 역시 시즌 초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으며, 2할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으나, 어느새 10년 연속 세 자리수 안타를 기록하고, 시즌 타율도 0.306으로 올라섰다. 도루도 꾸준히 기록하여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10년 연속 20도루를 눈 앞에 두고 있다.


▲ 작년 한국시리즈 MVP나바로와 정근우가 강력한 라이벌!



하지만 박경수 역시 만만치 않은 성적을 기록중이다. 우선 0.418의 출루율이다. 현재 2루수중 가장 높은 기록이며, 동시에 가장 높은 0.961의 OPS를 기록중이다. 득점권 타율 역시 0.304로 각각 0.252(나바로), 0.293(정근우)을 기록중인 경쟁자들에 비해 앞서있다. 장타율은 5할에 근접하고 있으며, 좌완과 우완을 가리지 않고 모두 3할 이상의 고른 타격을 보여주는 것도 장점이다.

지금까지의 성적으로도 충분히 골든 글러브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물론 나바로가 도루를 추가하여 30-30클럽에 가입하거나 정근우가 남은 시기 좀 더 나은 활약을 펼치며, 국내 최초 10년 연속 20도루에 성공한다면 추가 기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데뷔 13년차로서 자신의 최고 커리어를 갱신중인 박경수라면 아직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 더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오랜시간 주목받지 못했으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박경수가 생애 최초 골든 글러브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 KT의 대표 강타자로 우뚝 선, 박경수 올해 골든 글러브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