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FPS는 키보드와 마우스로 하는 것이 진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아날로그 스틱을 움직여 조준점을 맞추는 방식은, 물론 익숙하지 않아서일지는 몰라도 느리고,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마우스로 재빨리 움직이고 원하는 위치에 멈춰 신속한 사격을 가하는 것이 FPS의 진짜 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TGS2015 현장에서 PS4 패드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이하 배틀프론트)를 플레이하기 전까지는요.

다시 한 번 솔직하게 말하자면, 게임은 총 30분정도 플레이해봤습니다. 서바이벌모드 2번에 20 대 20 단체전 한 번이니 그거보단 조금 길수도 있겠군요.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이 녀석 물건이다’는 판단을 내리기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래픽과 조작감, 사운드, 몰입도 등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다고 느꼈으니까요.



그래픽은 더할 나위 없이 ‘깔끔’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그래픽이 ‘좋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게임에서 자랑하는 각종 효과들이 상황에 맞지 않거나 다소 과도하게 덧입혀져 오히려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한데요, 배틀프론트에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첫인상은 ‘수수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주변을 살펴보니 놀랄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된 지형과 각종 자연물이 눈에 들어왔지요. 적으로 등장하는 스톰트루퍼 역시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제 위치에서 할 일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잘생긴 사람은 딱히 꾸미지 않아도 잘생겼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지요.

다만, UI 배치가 가로로 길게 되어있어 필요한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빠른 상황판단이 중요한 FPS 장르에서 정보 확인이 어렵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은 체력과 총의 과열 정도는 화면 중앙에 표시되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실드와 제트팩의 중요도가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재사용 대기시간 확인이 불편했습니다. 물론 익숙해지면 해결될 문제이긴 하지만, 조금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주변이 상당히 시끄러웠기에 사운드를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밸런스’가 좋다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약간 유치할 수 있는 스타워즈 특유의 디지털 음은 적당한 수준에서 맛깔나게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었고, 요소요소에서 터지는 효과음은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몰입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BGM은 두말할 필요 없지요. ‘스타워즈’니까요.

조작감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반응성이야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대부분 수준급이고, 이동과 사격, 특수무기 사용 등에 있어 전혀 불편함이나 어색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패드로 FPS를 즐기는 것에 상당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딱 30분의 플레이로 그런 인식을 날릴 수 있었지요. 과거 헤일로나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플레이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그때는 엑스박스 패드였지만요) 예전 정보에 탈것 조작이 어렵다는 말이 있어 시도해보려 했지만 기회가 없었습니다.

시연대에서 너무 재미있게 플레이를 했기에 오히려 고민에 빠졌습니다. 예전에는 패드로 조작하는 것을 그렇게 불편해했는데 왜 이건 재미있을까? 줌을 당겼을 때 조준 보정이 되는 건 다른 게임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지켜본 결과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정교함’ 대신 ‘액션’을 강조했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플레이어의 체력을 늘려 공격을 오래 버틸 수 있게 하면서 제트팩과 실드 등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요소를 넣어 더욱 과감하고 저돌적인 플레이가 가능해 스타일리쉬한 액션 게임을 즐기는 느낌이었던 것이지요. 20 대 20 전장에서는 본인이 원한다면 원거리에서 지원 역할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FPS와 액션 양쪽의 모습을 다 갖추고 있다는 말이지요.



서바이벌 모드는 2인 협력 플레이 모드로 총 여섯 개의 웨이브로 진행됩니다. 웨이브라 해도 단순히 몰려오는 적들을 전부 처치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점에 떨어진 포드를 확보하거나 적의 대형 로봇을 처치하는 등 다양한 미션을 제공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지요. 하지만, 굳이 ‘2인 협력 모드’ 라고 칭하기엔 부족한 점이 눈에 보입니다. 맵이 상당히 넓고 고저차가 크기 때문에 아군과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그냥 혼자 가서 지키고, 죽이고, 터트리면 되니까요.

말하자면, 협력모드임에도 딱히 ‘협력’이라는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적을 처치하면 웨이브가 끝가기 때문이지요. 아군은 단순히 부활셔틀의 느낌이랄까요. 물론 이마저도 거리가 멀면 그냥 죽었다가 살아나는 쪽이 빠릅니다. 실제로 저도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외국인과 같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서로 단 한마디도 없이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었을 정도니까요.

20 대 20 멀티플레이는 ‘전장’의 느낌이 확 삽니다. 조금만 해보면 느낄 수 있어요. 전장은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구현되어 실제로 설원에서 뒹구는 느낌이 들었고, 사방에서 울리는 총성과 포격소리는 몰입도를 급격하게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서바이벌 모드가 복잡한 지형에서 소수의 적을 상대로 벌이는 국지전이라면, 대규모 전투는 넓게 트인 평원에서 벌어지는 전면전을 훌륭하게 표현해냈지요. 솔직히 감동했습니다.

‘배틀필드’와 비슷하다는 비판이 많은 편인데, 비슷하긴 합니다. 배틀필드의 주력 콘텐츠 역시 대규모 PvP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요. 그런데 사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 20명이 한 팀을 이뤄 다른 팀을 상대로 전투를 벌일 때 그 속에 복잡하고 대단한 요소가 들어갈 여지가 얼마나 있을까요. 배틀프론트는 20 대 20 모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그만큼 재미있어요. 배틀필드와는 다른 재미가 있지요.



다스베이더나 루크 스카이워커, 한 솔로 등 스타워즈 세계의 영웅이 아니라 한 명의 병사로써 활약한다는 것 역시 색다른 재미를 주었습니다. 게임의 세계관을 알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영웅 캐릭터도 조작할 수 있어 밸런스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겪어보지 못해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겠네요.

현재까지 공개된 배틀프론트의 최대의 단점은 ‘스토리가 약하다’는 것입니다. 게임 자체가 멀티플레이에 초점을 맞춰 제작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싱글 플레이는 튜토리얼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지요. 물론 추후 각종 모드를 통해 스토리 일부가 제공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스타워즈를 훌륭하게 구현해놓고 스토리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굉장히 아쉽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전투가 ‘지상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상전은 중요합니다. 재미도 있지요. 하지만, 각종 비행기를 조작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우주전을 구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공개된 내용이 없습니다. 스토리에 우주전, 대규모 전투가 합해지면 ‘데스스타’를 둘러싼 공방이 구현될 수도 있겠네요. 벌써부터 두근두근합니다.



배틀프론트는 굉장히 ‘잘 만든’ FPS입니다. 수준 이상으로 뽑힌 그래픽과 사운드를 포함, 디테일하게 제작된 각종 요소들이 사용자를 자연스럽게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요. 한 판이 끝났을 때 빨리 다음 판을 진행하고 싶은, 배틀 프론트는 바로 그런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