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10월 2일), 판교에 위치한 경기창조혁신센터에서 열린 '인벤 게임 컨퍼런스 2015'(IGC2015) 현장에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 게임의 개발 과정과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이 소개됐다. 이날 강연에서는 '노븐'의 정재화 COO가 직접 겪어본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전, '던전피드'를 제작하며 얻은 경험 공유했다.

그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자신과 '노븐'에 대해 짤막하게 소개했고, 강연의 주제인 'Mindie Game Studio, NOVN의 좌충우돌 글로벌 도전기'의 '민디'라는 단어가 생기게 된 배경과 뜻을 짤막하게 소개했다.

▲ 노븐의 정재화 COO


'민디'(Mindie)란 치열한 시장 속에서 생존 경쟁을 하는 '메인스트림'과 순수한 사랑과 열정으로 도전하는 '인디'의 합성어다. 그는 '민디'라는 단어가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주로 사용되었으나,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단어라고 덧붙였다.

"어떤 분들은 투자를 받은 순간 이미 '인디'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사랑하고 열정과 인디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면 '민디'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이 모토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노븐도 그래서 '민디'로 남고 싶습니다."

이어서 그는 '노븐'에서 개발하고 있는 '던전피드'의 개발 과정에 대해서 공유했다. '던전피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겪게 되는 유저들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게임이다.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것에서 착안한 것. '트위터'등의 SNS를 이용하면서 유저들은 화면을 아래로 당겨서 '새로고침'을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생긴 일, 즉 '이벤트'를 포스팅한다.

또한 유저들은 당겨서 화면을 갱신하려고 할 때, 새로운 내용이나 즐거움을 기대하며 이미 봤던 내용은 사라지기를 갈망한다. 노븐은 이러한 유저들의 행동 패턴이 SNS라는 거대한 월드 안에서 탐험을 하는 경험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RPG를 제작하게 된다. 그것이 '던전피드'다.

▲게임 내 모든 상황을 타임 라인으로 보여줄 것, ▲유저들이 글을 작성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읽고 작성하는 건 트위터와 유사하도록 구성할 것. 그리고 ▲게임의 상황이 갱신되면 '새로고침', 화면을 당겨서 새로운 이벤트를 볼 수 있는 구성할 것. 노븐은 이 세가지를 첫번째 목표로 '던전피드'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했고, 곧바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당연히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고,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 SNS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패턴에 영감을 얻은 게임이 '던전피드'다.

▲ '던전피드'는 프로토타입의 피드백을 받아 다양한 캐릭터도 제작했다.

프로토타입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던전피드'는 알파 버전에서 그래픽과 사운드 요소를 대거 추가했다. 또한 '지식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게임 플레이, 콘텐츠 부분도 더욱 보강했고 타임라인 포스팅 기능 역시 추가로 개발했다. 약 4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알파빌드로 다듬어진 '던전피드'는 다시한 번 테스트를 진행했다.

'던전피드'의 알파빌드는 직관적인 UI, 작은 변화로 게임이 달라져보인다는 좋은 평가도 받았지만, "UI가 신선한 것 외에 다른 건 없다", "콘텐츠가 부족하다", "웹 RPG와 다른점이 없다" 등 부정적인 피드백도 남겼다. 이런 피드백을 바탕으로 '던전피드'는 다시 베타 버전 제작에 돌입하게 된다.

베타버전은 알파버전보다 더욱 그래픽적인 요소를 강화하여 좀 더 '게임답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상단 배경 이미지에서 가장 많이 쓰인 색들을 추출해 타임라인의 배경색을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했고, 상단의 배경 영역 이미지도 더 크게 강화했다. 성장의 재미를 주기 위해서 '레벨'의 개념도 도입하였으며, 몬스터의 HP와 출력구간 역시 확 달라졌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경험치, 골드 등 다양한 요소를 집어넣어 더욱 '게임답게(Gamelike)' 보이도록 게임을 다듬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던전피드'는 아직 1인 개발의 상태였다. 그리고 베타테스트 이후 엔씨소프트의 투자를 받으며 '던전피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 베타버전의 피드백. 여기서 '던전피드'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던전피드'의 베타 버전의 테스트가 끝난 후, 노븐은 엔씨소프트의 투자를 받아 9명으로 인원이 늘어나게 된다. 갑자기 늘어난 인원으로 많은 문제와 의견들이 있었지만, 목표를 정하고 의견을 다시 모았다.

먼저 SNS의 형태를 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들은 각종 SNS의 형태와 발전 방향, 그리고 특성을 분석했다. 그들이 첫 모델로 잡은 트위터는 '화자'가 중심인 SNS다. 결국 유명한 소재나 강력한 화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모두가 칭찬하고 공유하는 '페이스북'의 형태가 더욱 게임에 맞는다고 판단하고, 게임의 UI와 화면 구성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보상을 주게 만드는 '지식 시스템'은 게임의 특성. 몬스터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나 가장 많은 대미지를 준 사람들에게는 어드벤테이지를 가지게 된다. 또한 '몬스터'는 게임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개체. 페이스북의 공유 시스템처럼 복사하여 자신의 피드에 종속시키는 형태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부분은 트위터처럼 유저들이 공유하면서 점차 유명세를 타고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하기로 했다. 그는 현재 '던전피드'는 몬스터 공유만 구현된 상태지만, 이후 아이템이나 스킬, 지역이나 메시지등을 공유하게 구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던전피드'는 베타테스트 이후 전투의 형태도 로그와 대화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강화했고, 친구 추가 시스템 등 소셜 기능도 한층 더 다듬었다. 그리고 '던전피드'는 북미시장을 타겟으로 한 게임이다보니 스토리적인 부분도 더욱 강화했다. 몬스터도 더욱 코믹스럽고 다양한 모습으로 늘어났고, 상점과 맵, 퀘스트 등 다양한 요소를 추가해 '던전피드'는 더욱 많은 부분에서 정말로 '게임답게' 변했다. 지금은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중이라고 한다.

▲ UI부터 화면까지 페이스북의 형태로...말 그대로 "싹 갈아엎었다"

▲ 그래도 공유 기능은 트위터를 이용하기로...

'던전피드'의 개발 과정을 설명한 후, 정 이사는 왜 '노븐'이 글로벌 팀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노븐에 합류한 후 미국 시장을 노리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다른 팀원들을 설득해 외국인들과 함께 팀을 꾸렸다. 현재 노븐은 비자 문제를 해결하여 총 9명의 인원 중 3명이 외국인으로 구성됐다.

외국인과 함께 팀을 꾸리며 노븐은 많은 도움을 얻었다. 서로 몰랐던 문화에 대해서도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북미 시장에 대해서 이해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또한 개발자들의 영어실력도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그는 외국인들과 팀을 꾸리는 과정에서 채용이 가장 힘든 점이라며, 인터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서 정 이사는 전체적으로 강연 내용을 요약하고 얻은 교훈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덤으로 외국인과 같이 일하니 실리콘밸리에 온 느낌이라고...

"적절한 계획과 준비는 낮은 퍼포먼스를 방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저희도 SNS와 RPG를 합친다는 개념 자체는 신선했어요. 하지만 그 선이 어디까지이고 얼마나 할건지 잘 몰라서 헤매긴 했죠. 처음에 '골'(Goal)을 어디로 할 건지 잡는게 정말 중요합니다.

계획을 잡는 건 좋습니다. 그리고 그게 언제든 바뀌어도 나쁘지는 않아요. 하지만 최초로 설정한 '골'을 바꾸면 안됩니다. 그걸 '던전피드'를 개발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어요. 계획을 세우기 전에 커다란 목표를 꼭 정하시길 바랍니다. 저희도 이제는 제대로 골을 잡아서 많이 헤매지는 않을 것 같아요."

▲ 현재 막바지 작업중인 '던전피드'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