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IEM 월드 챔피언십 시즌10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번 대회 역시 쟁쟁한 지역 대표팀이 출전해 팬들의 기대가 크다.

IEM 지역 대회 1, 2위 팀들과 초청을 받은 강팀들이 즐비한 가운데, 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 역시 참가한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TSM과 CLG, 프나틱, 오리진이 그 주인공. 네 팀 모두 북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팀이기에 충분히 4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 대표팀을 넘어서야 하는데, 단 한 팀을 제외하고는 EU LCS와 NA LCS에서 아쉬운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 'Again 2015'를 꿈꾸는 프나틱과 오리진

2015년 유럽은 최고의 한 해를 누렸다. 프나틱과 오리진의 이야기다. 프나틱은 '후니' 허승훈과 '레인오버' 김의진이 끌어주고, 나머지 세 명의 팀원이 밀어주며 EU LCS를 점령했다. 또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에 올랐다. 오리진 역시 프나틱과 비슷한 성적을 거두며 기분 좋게 2015년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2016년 들어 두 팀 모두 힘겨운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더는 2015년의 포스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프나틱과 오리진은 현재 2016 EU LCS 스프링 시즌에서 5위와 6위에 머물러 있다.


프나틱은 '후니-레인오버' 듀오를 잃고 '감수' 노영진과 '스피릿' 이다윤을 영입했다. 전력 누수는 크지 않아 보였다. 노영진과 이다윤 모두 준수한 활약을 보였던 선수들이기 때문. 하지만 이 두 명의 코리안 듀오는 아직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다윤의 경기력에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다.

이다윤은 과거 삼성 블루 정글러로 활동할 당시, 넘치는 공격성으로 상대 라이너를 떨게 했던 경험이 있다. 프나틱 입장에서는 이다윤이 김의진의 비슷한 스타일을 구사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터. 하지만 이다윤은 허무하게 끊기거나 무리한 플레이로 승기를 내주는 등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확실히 2016년의 프나틱은 힘이 빠졌다. 그래도 유럽 팬들은 언제나 프나틱을 마음속 깊이 응원하고 있다. 명실공히 최고의 유럽 LoL 프로게임단 아닌가. 팀원들의 기복 있는 경기력에도 '페비벤'이 듬직하게 미드 라인을 책임지고 있다. 그가 있는 한, 프나틱의 경기력은 여전히 무시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프나틱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다면, 오리진은 휘청거리고 있다. 2015 EU LCS와 롤드컵에서 선보였던 '아웃 복서' 스타일의 운영도 사라졌고, 유려한 움직임의 한타 능력도 잃었다. 오리진은 현재 그저 그런 유럽 중위권 팀의 모습을 보인다.

비슷한 처지의 프나틱은 멤버 교체 이후 적응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오리진은 큰 멤버 변동이 없었다. '엑스페케'를 대신해 '파워오브이블'을 영입한 정도였다. 그렇게 2016년 첫 시즌을 맞이한 오리진의 팬들은 '엑스페케'의 엄청난 존재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확실히 팀의 중심이 빠지자 오리진 특유의 스타일이 사라졌고, 경기력도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도 오리진은 현재 멤버로 지난 IEM 새너제이에서 우승한 바 있다. 여전히 안정적인 '즈벤-미티' 봇 듀오가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직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파워오브이블'까지 살아난다면, 충분히 4강권에 올라설 저력이 있는 팀이다. 현재 오리진은 프나틱 못지않게 'Again 2015'를 외치며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복을 줄여야 한다.


■ "올해는 다르다" CLG와 TSM, 북미의 자존심 걸다

'북미잼'이라는 단어가 있다. 좋게 말해 북미 지역의 경기가 재미있다는 뜻이고, 솔직히 말하면 '북미 지역의 경기는 수준이 낮다'는 뜻이 내포된 단어이기도 하다. 그만큼 북미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팬들의 기대치가 낮다.


이번 IEM 월드 챔피언십에 나서는 북미 대표 CLG는 그 느낌이 많이 다르다. CLG야 항상 NA LCS에서만 강력하고, 국제무대에서는 약하다는 평가를 듣긴 한다. 그래도 이번 CLG는 뭔가 일을 낼 것 같은 포스를 풍기고 있다. 임모탈스의 독주 체제 아래, CLG는 10승 4패로 단독 2위에 올라 있다.

매번 다르다고 말하다가 조기 탈락하는 CLG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들자면 '후히' 최재현의 활약과 '스틱세이'의 안정적인 데뷔를 꼽고 싶다. '포벨터'에 밀려 벤치에 앉아 있던 최재현은 이번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또한, '더블리프트'의 공백을 메운 '스틱세이'는 그 이상의 캐리력을 뽐내며 팀 승리에 이바지하고 있다.

물론, 2016년 CLG 역시 아직 국제무대에서 검증받지 않은 팀이다. 그래서 CLG에게는 이번 IEM 월드 챔피언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더이상 '내수용'이라는 평가를 듣지 않기 위해 선수들 역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정석적인 미드-원딜 캐리 라인을 갖춘 CLG가 성공적인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북미의 왕'으로 불리던 TSM은 그 자리를 내주고 중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래도 시즌 직전 대규모 리빌딩을 거친 것을 생각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미드 라이너인 '비역슨'을 제외하면 모든 팀원이 바뀌었다. 그런데도 TSM은 8승 6패로 4위를 기록 중이다.

TSM은 '더블리프트'와 '옐로우스타' 등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를 대거 영입하며 기세를 이어가고자 했다. 하지만 현재 TSM은 모습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모습이다. 라이벌인 Cloud 9과 CLG와의 상대 전적에서 위태로운 우위를 점하고 있긴 하다. 문제는 신흥 강자로 떠오른 임모탈스와 NRG e스포츠 등에 허무하게 패배했다는 것이다.

캐리력이 있는 '하운처'와 '더블리프트'를 옆에 두고도 '비역슨'의 캐리력은 꾸준하다. TSM은 이번 시즌 역시 경기 대부분을 '비역슨' 중심으로 풀어간다. 주목받는 것을 즐기는 '더블리프트'도 팀의 승리를 위해 '비역슨'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줄 정도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TSM 공략법도 명확하다. '비역슨'만 막으면 TSM의 힘은 쭉 빠질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