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의 유산이 출시되면서 프로토스전에 대한 논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분광 사도를 비롯한 광자 과충전 등 프로토스가 사기라는 주장이 많았다. 각종 리그에서도 프로토스가 엄청난 기세를 자랑하며 어차피 우승은 프로토스, 동족전을 잘하는 프로게이머가 우승한다는 말들이 자자했다.

그런데 프로토스가 사기라는 말을 한 시즌 만에 잠재워버린 선수가 있다. 패치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묵묵히 프로토스를 꺾어온 박령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공허의 유산에서 프로토스전 10승 1패, 개인리그 무실세트 전승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프로토스전을 자랑하고 있다. 상대 역시 강민수(삼성)를 꺾고 결승에 올라온 김대엽(kt), 같은 팀의 에이스 프로토스인 김명식과 김도우(이상 SKT)등 만만치 않은 프로토스를 넘어선 것이다.

2016 프로토스전 최강자로 거듭난 박령우. 놀라운 점은 박령우가 이번 스타2 스타리그 시즌1 이전까지 매번 프로토스전 한계에 봉착했다는 사실이다. 슬레이어스 소속으로 2012 GSTL에서 당대 최강 프로토스였던 장민철을 꺾고 데뷔했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빛을 보기 위해 한 발짝만 앞으로 나가려고 하면 프로토스라는 벽이 박령우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 최강 토스전 행보 자랑하는 박령우, 유일한 약점도 토스전이었다?

▲ 2014년 초 첫 코드S 진출에 성공한 박령우

SKT T1으로 이적한 박령우는 차세대 저그 에이스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프로토스전을 극복하지 못했다. 2015 GSL 시즌 1, 2, 3 모두 프로토스에게 모두 발목이 잡히며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5 IEM 카토비체에서 당대 최강 테란인 조성주(진에어)를, 2015 KeSPA컵 시즌1에서 저그 이승현을 격파하며 이변을 일으켰지만, 역시 프로토스전이 문제였다. IEM 카토비체 4강에서 좌절을 선사한 조성호(진에어)를 스타2 스타리그 시즌2 챌린지에서 다시 만나며 토스전 악몽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박령우의 공격적인 스타일은 프로토스에게 통하지 않았다. 기습적인 공격의 수는 저글링-바퀴-히드라리스크 조합에 한정됐고 프로토스의 역장과 불멸자에 막혀 힘을 쓰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가 준비한 수에 당하고 점멸 추적자를 활용한 중, 후반 힘 싸움에서도 밀리며 길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박령우는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저그를 따라 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공허의 유산까지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박령우는 오랜 기다림 끝에 '프로토스전 과도하게 공격적이다'라는 평가를 뒤집어버렸다. 공격성은 더욱 매서워졌고 프로토스들도 박령우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긴장해야만 했다. 과도한 공격이 프로토스들에게 모두 통하기 시작했고 그 패턴마저 다양해졌다. 대군주를 활용한 저글링-바퀴 드랍부터 가시 지옥 조이기, 궤멸충까지 자신이 원하는 공격 타이밍을 언제든지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 기다리던 결승…결과는 준우승 뿐, 그리고 다시 찾아온 기회


이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 걸음만 나아가면 된다. 박령우는 2015 KeSPA컵에서 준우승만 두 번 하며 우스갯소리로 홍진호-어윤수(SKT)의 계보를 잇는 '콩라인' 저그로 불렸다. 이번 2016 스타2 스타리그 시즌1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만년 준우승 딱지를 떼고 약점이었던 토스전까지 넘어 최강자로 거듭나게 된다.

박령우는 항상 자신감은 충만했다. 2015년 초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10회 우승을 하겠다"고 당당히 밝히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매번 프로토스전 패배와 2위라는 결과에 좌절하고 말았다. 이제 박령우는 설움을 딛고 자신의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써갈 기회를 잡았다.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박령우가 우승을 차지하며 공허의 유산 최고의 저그로 거듭날 것인지 지켜보도록 하자.




2016 스포티비 스타2 스타리그 시즌1 결승전

박령우(Z) vs 김대엽(P)
-7전 4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