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빌드, 예견된 우승!

9일 세종대 대양홀에서 펼쳐지는 2016 스포티비 스타2 스타리그 시즌1 결승전에서 박령우(SKT)가 길었던 개인리그와의 악연을 끊고 김대엽(kt)을 잡으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박령우는 토스전 저글링-맹독충 드랍 이후 곧바로 군락이라는 독특한 조합을 들고 나와 김대엽을 계속해서 무너뜨렸고, 마지막 6세트에서는 최후의 땅굴벌레 러시로 승부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하는 우승자 박령우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오기 전에는 우승을 하면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막상 우승을 하니까 현실감이 없다. 꿈만 같다.


Q. 공허의 유산 첫 대회 우승이자 본인 입장에서도 첫 우승이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공허의 유산 첫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건 곧 스타2 원탑이란 얘기가 아닐까 한다(웃음).


Q. 준비한 빌드는 비교적 잘 통했다고 보는지?

2세트까지는 준비한대로 잘 풀렸고, 그 이후부터는 조금 즉흥적인 플레이를 많이 한 것 같다.


Q. 거의 모든 세트에서 맹독충 드랍을 했다. 팀 차원에서 준비한 빌드인가?

준비는 나 혼자서 하긴 했는데, 우리 팀 프로토스 선수들이 자기가 결승을 준비하는 것처럼 도와줬다. 덕분에 좋은 빌드가 나온 것 같다.


Q. 결승전 빌드를 짜면서 가장 중점에 둔 사항이 있다면?

일단 맹독충 드랍에 중점을 뒀다. 오늘 내가 보여준 빌드가 토스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이 있었다. 연습에서도 거의 지지 않았고 승률이 9할이 넘었다.


Q. 임요환 전 감독이 현장에 왔었다. 얘기는 좀 나눠봤나?

결승에 진출한 후 (임)요환이 형한테 연락을 해서 결승전에 와 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요환이 형이 결승 진출은 축하하지만 연락하지 말고 연습이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현장에 온 걸 보니 감격스러웠다.


Q. 황제의 마지막 유산이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 본인이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어떤 점들이 영향을 줬나?

우승을 하기 전에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연습은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나오질 않아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그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요환이 형이나 (김)가연 누나는 게임을 시작할 때 내게 많은 도움을 줬고,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건 팀원들의 덕이다.


Q. 이번 우승 덕분에 블리즈컨 16강 진출을 확보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작년 블리즈컨을 정말 아쉽게 떨어졌었다. 그것 때문에 블리즈컨에 대한 욕심이 많다. 앞으로 열리는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고, 블리즈컨까지 석권하고 싶다.


Q. KeSPA컵 2회 준우승 후 비공식 '콩라인' 취급을 받았었다. 이런 별명이 신경쓰이진 않았나?

내가 '콩라인'이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냥 실력이 부족해서 준우승을 했을 뿐이다. 그래서 '콩라인'이란 단어를 봐도 아무 감흥이 없다.


Q. 혹시 팀 동료 어윤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있는지?

(어)윤수 형이 오기 전에 잘하라고 말을 해 줬다. 또, 윤수 형이 개인리그 준우승을 많이 했었는데 프로리그에서 우리 팀이 준우승을 할 때도 '나 때문인 것 같다'고 자책을 하는 등 자기 때문에 팀도 준우승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 것에 너무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Q. 대회에서 김대엽을 두 번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와 달라진 점을 평가하자면?

처음 만났을 때는 바퀴-저글링만 가면 끝났었다. 이번에도 바퀴-저글링을 했으면 끝났을 경기가 몇 개 보였는데, 이번에는 그 후 운영까지 열심히 준비를 한 것 같았다. (김)대엽이 형이 연습을 엄청나게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Q. 앞으로의 포부를 듣고 싶다.

사실 이번에 스타리그를 우승하고 GSL도 우승하고 싶었는데, 일정도 굉장히 힘들었고 양대리그에서 잘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게 됐다. 다음 시즌에는 이번 깨달음을 발판으로 양대리그 우승을 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릴 분들이 많다.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가연 누나와 요환이 형, 그리고 나를 성장시켜준 팀원들과 코칭스태프 분들, 항상 든든한 지원을 해주신 프론트, 좋은 무대를 만들어주신 스포티비 게임즈와 항상 응원해주시는 친구와 지인들에게도 정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