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마에서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던전 그래버의 저택은 세트 아이템 아레니우스를 얻을 수 있어, 초보 시절부터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입니다. 사실 첫 던전이기 때문에 등장 보스 몬스터의 패턴이나 이름 등을 자세히 보기보단 빠르게 아이템을 파밍하고 지나치는 곳이기도 하죠.

그런데 잘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던전 이름이 그래버의 던전인데 최종 보스 몬스터의 이름은 딩고 카니스라는 것입니다.

카니스는 베른 평원 남부 대농장의 주인이자 저택까지 소유하고 있는 그래버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딩고를 이끌고 대저택을 습격해 저택을 차지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재물보단 식량을 우선시하는 딩고들이 어떤 이유로 저택을 습격하게 되었을까요? 뭔가 짜인 각본대로 흘러가는 냄새가 나는데, 이번 아이마 스토리 시간은 집을 비워 딩고들에게 저택을 내준 그래버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합니다.




■ 거지에서 대농장 주인까지, 그래버는 누구?

그래버는 원래 대농장의 주인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거지 신세였는데, 예전 대농장의 주인이었던 장인이 그를 데려와 먹이고, 재우고, 입히며 많이 보살펴 줬죠. 그래버는 장인 밑에서 일을 배워가며 농장일은 물론 장사까지 도맡아 총망받은 인물이 되었습니다.

한 번은 밀값이 폭락해서 위기가 찾아오자, 그래버는 다섯 척의 배를 빌려 흉년이 난 우르진에 밀을 팔아 농장의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이 계기로 장인은 그래버의 손을 붙잡고 고맙다며 울기까지도 했죠. 그리고 그래버는 데릴사위로 들어가 결혼까지 성공, 베른 평원 남부 대농장의 주인이 되었죠.

그래버의 부인의 인망도 남달랐습니다. 소작농들에게 농업 일지를 작성하게 하여 농작물 재배에 실수가 없도록 점검하도록 지시했죠. 다른 지역 지주들이 소작료를 높게 올리는 동안, 그래버의 부인은 오히려 소작인들에게 퇴비 두 달구지를 보내는 등 소작인들의 애환을 헤아려 좋은 인망을 쌓고 있었습니다.


▲ 베른 평원을 관리 중인그래버.




■ 사랑과 전쟁, 재산 행사권을 두고 흔들리는 그래버

행복은 오래가시질 않았습니다. 장인이 병에 걸리자 그래버의 본색이 드러난 것입니다. 장인은 가면 갈수록 그래버를 경멸하고 무시하고 있었지만, 아내가 자신의 편을 끝까지 들어주며 보살펴 주었죠. 그래서 그래버는 장인이 언제 죽을 지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장인이 죽게 되면 재산 행사권이 모두 자신에게 들어오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죠.

그러나, 그래버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믿었던 아내마저 장인과 짜고 재산 행사권을 아내 명의로 돌렸으며, 재산의 주인이었던 장인은 이미 하늘로 떠난 뒤였습니다.

오만 인상을 써가며 분노하던 그래버는 재산 행사권을 되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난 게 있는지, 그는 은밀한 계획을 실행하게 됩니다.


▲ 계.획.대.로.




■ 그래버 주인님의 취향이 수상? 하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봐 퀸튼! 잠깐 이쪽으로 와보게."

하인 존슨이 지나가던 퀸튼을 보고 급하게 불러세웠습니다. 존슨은 주위를 살펴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다시 확인 후 목소리를 낮춰가며 퀸튼에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평소에 근엄한 표정을 짓던 주인님이, 어젯밤 몸을 잔~뜩 움츠린 채 키득키득 웃고 있었네!"

"진짜? 뭐 때문에 그러는고?"

"난 주인님도 사람인지라 빨간 책이라도 읽나 싶어서 계속 지켜봤지. 그리고 주인님이 나가자 그 자리로 가봤는데, 글쎄 빨간 책은커녕, 이상한 짐승이 그려진 재미 없는 책만 있었네."

"그림 동화? 뭔 내용인데?"

"말 끊지 말고 계속 들어보게, 이 근방에 제일 가는 미녀인 마님에게도 쌀쌀맞게 구는 게 주인님이지 않은가? 큰 주인님이 살아계실 땐 사이가 좋았지만, 이제 자리에 없으니 자기 취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네. 내 생각이지만 주인님이 원래 남자 취향인 것 같아."


▲ 이상한 짐승이 그려진 책은 몬스터 도감 딩고.




■ 내 부인을 부탁하오, 그래버 딩고 용병에게 청부하다

그날 밤 그래버가 본 책은 딩고에 관한 책입니다. 영역을 중요시하는 딩고는 칼리고 군단의 마수까지 쓰러뜨릴 정도로 강력한 집단으로 활동 중인데, 이런 딩고들이 좋아하며 단번에 움직이지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은 식량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래버는 딩고의 특성을 확인하고 편지를 써내려갑니다. 딩고의 우두머리 카니스에게 30마리의 돼지를 선물하고 조건을 덧붙였습니다. 이 일이 성공하면 매년 돼지 백 마리씩 선물로 바치는 추가 조건을 거는 등 그래버는 뒤도 안돌아보는 대담함을 보이곤 했습니다.

부탁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이 저택의 호위병을 데리고 집을 비울 테니, 저택을 공격해 내 부인을 죽여 달라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적게 됩니다.

만약 그래버의 부인이 죽는다면 재산 행사권은 자연스레 그래버 명의로 돌아가므로, 대 저택의 재산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어 이 방법을 선택하게 된 거죠.


▲ 데스노트에 부인의 이름을 적어 낸다.




■ 약속된 거사일, 그러나 실패로 끝나다

그래버와 카니스가 약속한 당일, 그래버는 부인에게 불길한 꿈을 꾸었다며 이른 아침 저택의 호위병을 모두 이끌고 "바람 좀 쐬러 나가겠소" 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버가 호위병들을 이끌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약탈자 딩고 무리는 약속대로 그래버의 저택을 습격하게 됩니다.

저택에 남아있던 하인들과 그래버의 아내는 딩고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인들은 저택에 남아 딩거들에게 저항했고, 그래버의 아내는 베른 평원의 농장까지 쫓기게 되었습니다. 이때 개별 지령을 받고 이곳저곳을 돌며 수행하던 정식 기사 콘두라는 베른 평원 근처를 돌다 그래버의 아내를 발견, 뒤따라오던 딩고 무리를 처치하며 무사히 구조해냈습니다.

사건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래버는 곧장 아내와 재회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첫 한마디는 "괜찮소? 다친 데는 어디 없는가?" 가 아니라, "연약한 당신이 딩고들에게 어떻게 살아남았소?" 라는 말이었습니다. 주변 인물들은 이런 그래버의 반응을 보고 그래버의 수상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냐며 의심을 사게 됩니다.


▲ 콘두라 기사에게 구조 당한 그래버의 부인.




■ 저택에 남은 딩고 무리, 기사단의 힘이 필요하다

그래버의 수상쩍은 행동을 뒤로하고 이제 저택에 자리 잡은 딩고 무리를 내쫓는 일만 남았습니다. 용병 '길리엄'과 콘두라에게 임무를 받은 '샌슨'은 곧장 그래버의 저택에 숨어들어 딩고 무리를 살펴보게 됩니다. 길리엄은 용병 길드에서 딩고 무리를 처치하라는 계약 때문에, 샌슨은 딩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임무 때문이죠.

하지만 둘은 딩고의 우두머리 카니스를 보고 검을 든 손에 힘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앞발로 땅을 두어 번 긁고 달려들어 거대한 나무를 단숨에 꺾거나, 아름드리나무를 앞발 한 번으로 두 동강 내는 모습을 보고 힘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낀 것입니다.

지금도 그래버의 저택엔 딩고 무리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아직 딩고를 없애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는데요. 가디언 기사단, 당신의 힘으로 저택에 남아있는 딩고들을 몰아주면 어떨까요?


▲ 앞발로 나무를 두동강 내는 강력한 카니스.

▲ 가디언 기사단, 여러분의 힘으로 처리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