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던칸 존스 ◎장르: 액션, 모험, 판타지 ◎상영시간: 122분 ◎등급: 12세 관람가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어렸을 적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실사 영화가 처음 상영될 때가 기억난다. 기자는 그들 원작을 몇 번 씩 읽었고, 이는 상상력 풍부하던 어린 시절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되어 이런저런 멋짐과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영상과 소리로 만들어진다니, 그 기대는 말로 하기 어려울 만큼 컸다.

실제로 영화로 마주한 그 세계들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물론 내 머릿속의 상상과는 많이 달랐고, 또 어떤 부분은 아쉽기도 했지만 반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느껴지는 희열도 많았다. 돌이켜보면 그때야말로 그런 원작 기반 영화의 황금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들은 오리지널 스토리의 블록버스터 영화들과는 다른 또 다른 희열을 가져다줬다.

때문에 '워크래프트' 영화화 프로젝트가 지난 2014년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을 때, 그 기대는 대단했다. 어느덧 촬영과 작업이 끝나고, 몇몇 평론가들의 비평이 공개된 지금은 비록 몇 가지 불안한 구석도 있지만, 어쨌건 워크래프트의 팬이라면 일단 설레고 보게 되는 게 사실이다. 자신이 매일 같이 걸어 다니고 날아다니던 세계가 스크린에 구현되는데, 설레지 않을 팬이 있을까?

그리고 오늘, 서울 용산에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의 시사회가 열렸다. 인벤에서 특별히 선출된 5명의 '워크래프트' 팬 용사들은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마음으로 영화관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2시간여에 걸친 영화 감상을 마치고 예비 관객들을 위한 소감과 키포인트를 정리해 보았다.




영화 '워크래프트', 어땠나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관람한 인벤 5인방의 개인적인 소감을 들어봤다. 워크래프트 시리즈 섭렵은 기본, 평균 WoW 경력 10년의 베테랑들인 만큼 그러한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었다.


이츠(김경범 기자) - 아는 만큼 보인다! [ ★★★☆ 7/10 ] - 일반인에게는 진입 장벽이 있지만 팬들의 입맛엔 딱 맞는 캡사이신 가득한 불닭 같은 영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알아야 할 내용이 많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많아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해하는 게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말 그대로 "아만보"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 물론 영화 자체적인 부분을 놓고 보면 우려했던 CG도 꽤 괜찮았고, 육탄전의 박력은 잔인함보다는 호쾌함이 더 부각된 느낌이었다.

만약 워크래프트 스토리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스덕"이라면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이후 "아, 이거 아직 서막이지"하고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와우 세계를 잘 살린 보기 드문 게임 기반 영화. 그만큼 약간의 덜어냄이 있었다면 좀 더 일반에 어필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 남는다.

하지만 다음 스토리가 기대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블빠라는 것이겠지...




루츠(강민우 기자) - 오크가 멱살잡고 끌고 가는 매드맥스 [ ★★★★ 8/10 ] - 상영관에 앉아 눅눅해진 팝콘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우린 충분히 비웃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누가 얼마나 창의적으로 비웃을지 문제였다. 카드가 안광닦이? 굴단 해골닦이? 같은 뒤틀린 황천의 유머가 잠깐 스치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옴마나 저 오크 팔뚝보소!" 영화 퍼시픽림에서 체르노 알파가 거대 괴물에게 날렸던 15톤 펀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스토리야 좀 구멍이 있으면 어떠한가. 듀로탄의 근육과 땀방울로 다 메우고도 남는다. 이건 반지의 제왕이 아니다. 워크래프트 팬들을 위한 매드맥스다. 오크가 멱살 잡고 122분을 끌고 간다.




라파(정재훈 기자) - 상한 토마토도 멀쩡한 부분이 있더라 [ ★★☆ 5/10 ] - 와우 정모용 영화로 딱. 게임 안하는 여자친구랑은 글쎄...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수없이 많은 멘트를 준비했다. 스스로 주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공개된 점수를 마냥 떨쳐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2시간의 러닝 타임이 끝나자 머릿속에 든 생각은 '어라??' 이거 생각보다 괜찮다. 준비해둔 멘트들이 다 쓸모없게 되버렸다.

시리즈 팬이라면 돈 주고 봐도 볼만하다(진짜 팬이라면!). 몸으로 말하는 어금니 마초들의 박력과 근래에 보기드문 참고증은 확실한 어필 포인트. 대포와 폭탄 없이도 폭발하는 액션을 어떻게 만드는지 잘 보여주었다. 하긴 마법을 쓸때도 박력이 넘치는 영화이니... 하지만 부족한 개연성과 무지막지한 템포, 그리고 "아 이것도 모르고 영화 보러 온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초심자에 대한 불친절함이 발목을 잡았다. 방대한 세계관을 설명하자니 러닝 타임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설명을 뺄 수는 없으니 몇 마디 대사와 "이정도면 알지?"하는 적당주의 연출로 때워버렸다.




라비(양영석 기자) - 동료가 팬이 아니면, 함께하지 말지어다 [ ★★★☆ 7/10 ] - 원작 고증과 전통, 호드 '뽕맛'은 제대로 들어갔다. 그러나 팬이 아니면 추천 No! 시간이 아쉽다. "아깝다"가 아니다. 러닝 타임이 짧은 게 아쉬웠다. 말 그대로 너무 많은 내용을 짧은 시간에 담으려고 했고, 그렇기에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많다. 원작의 설정과 인물들의 행보를 어느정도 알고 가면 훨씬 볼만한 영화. 그래서 개연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대신, 그만큼 팬심에 정말 충실했다. 다른 기자들도 공감한 고증과 액션 부분에서는 별 이견이 없다. 강렬했던 카드가의 CG도 충분히 괜찮은 편. 무엇보다도 OST는 끝내준다. 꼭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다. 팬의 입장에서는 10점 만점에 8점 정도는 충분히 줄 만하다. 하지만 팬이 아닌 입장에서는…후하게 줘도 6점. 그래서 중간점인 7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점수를 후하게 준 건 차기작은 더 멋지게 만들라는 의미다. 분발해라!





사월(이명규 기자) - 전통 있는 맛집은 단골 장사만 해도 충분하다 [ ★★★☆ 7/10 ] - 솔직히, 객관적 기대치가 엄청나게 높았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더욱 냉정해지려 했다. 하지만 처음 10분, 누군가의 연설 장면과 함께 첫 번째 타이틀 롤이 등장하자 "어? 이거 좋은데?" 하며 오감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한 세 번쯤 더 의심한 것 같다. 그리고 그때까지 내 심장을 쾅쾅 뒤집어 놓자, 그냥 마음을 놓고 즐기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 팬을 위해서 만들어진 일종의 트리뷰트다. 제작진들은 이미 수 십 년 분량이 쌓여있는 설정을 다 설명해주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는지,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뒀다. 다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 군데군데 '편집으로 잘려나간 것 같은' 장면들이 보인다. 마치 송대관의 트로트를 랩으로 들려주는 느낌이랄까. 만약 많은 장면과 인과관계가 보강된 180분 분량의 감독판이 나온다면 이 영화는 비로소 완벽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워크래프트' 라는 세계를 아예 모르는 이들에게도 꼭 봐야 할 영화인지는 의문이 남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제목에 매우 충실하다. 영화가 끝난 뒤 나오는 타이틀 롤을 보게 되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거다.






전쟁의 서막, 그 관전 포인트


■ 황석희 번역가 인터뷰에 따르면 '오그림 둠해머'는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서리늑대 부족이자 서리늑대 부족의 족장 '듀로탄'과 막역지우인 사이로 그려진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 '카드가'는 늙지 않는다.

■ 영화 내내 흐르는 배경음악과 음향 효과는 단연 최고급. 웅장한 음악과 전투 장면의 박진감을 살리는 효과음이 백미다. 특히 스탭 롤에서 흐르는 너무나 익숙한 그 노래는 모든 '워크래프트' 팬을 부르르 떨게 하기에 충분하다.

■ 소품들은 그렇게 생각보다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레인의 검을 제외하고. 마법 이펙트 CG의 경우 게임의 그것에 익숙하다면 오히려 자연스럽고 멋지게 보인다.

■ 다대다 전쟁 연출보다 소수의 전투 연출이 훨씬 멋지게 잘 그려졌다. 가장 박력이 넘치는 것은 아무래도 주요 인물 간의 막고라 장면. 특히나 전투 때마다 보이는 막강한 타격감(?)은 게임의 그것과 비교하면 미안한 수준. '오그림 둠해머'가 그의 망치로 골고루 탕평책을 펴는게 백미다.

■ 게임 팬들을 위한 이스터에그가 골고루 마련되어 있다. 몇몇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장면들이 펼쳐지면 절로 웃음이 터져나올 것이다.

■ 기본적으로 각종 관련 위키나 팬사이트에서 인간과 오크 간의 '1차 대전쟁' 시기 설정이나 스토리를 미리 읽어 가면 크게 도움이 된다. 큰 줄기의 역사와 그 안의 디테일들을 하나씩 비교해보는 것이 재미있다.